[박수찬의 軍]한국 공군 차기 전투기 경쟁서 패했던 '사일런트 이글', 이스라엘서 부활?

 

보잉의 F-15 사일런트 이글 실제 크기 모형. 내부무장창에 탑재된 공대공 미사일이 발사되기 위해 바깥으로 나와 있는 상태로 전시돼 있다.


2013년 9월 한국 공군의 차기전투기(F-X) 사업에서 단일 후보에 올랐으나 F-35에 밀려 고배를 마셨던 F-15SE '사일런트 이글'이 부활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일런트 이글의 초기 버전인 F-15는 1967년 개발돼 10년이 지난 1976년 실전배치됐다.  미국이 주도하는 전 세계 전장에서 활약하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한국 공군은 2002년과 2005년 두 차례에 걸쳐 차기전투기로 F-15K 60대를 구매, 운용하고 있다.

사일런드 이들은 기존의 F-15E 전투기를 개조해 만든 것으로 2009년 3월 최초로 공개됐다.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 사우디, 이스라엘 등 기존 F-15 운용국가를 염두에 두고 개발한 4.5세대 전투기였다. 기존 F-15에 특수도료와 내부무장창, 'V'자형 꼬리날개 등을 적용해 스텔스 기능을 추가했다.

하지만 한국을 비롯해 그 어느 나라에서도 선택하지 않아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져 가던 도중 이스라엘이 사일런트 이글 구매를 타진하면서 '기사회생'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이스라엘, 이란 핵협상 보상 차원에서 F-15SE 원해"

사일런트 이글의 부활 가능성이 제기된 것은 이달 초이다. 세계적인 항공전문지 '플라이트 글로벌'은 "이스라엘이 이란 핵협상 합의에 대한 '보상 패키지'로 F-15SE 도입을 미국에 타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7월 미국과 유럽, 이란은 이란의 핵 활동과 탄도미사일 개발을 동결하는 대가로 금융과 무역 관련 제재를 해제하는데 합의했다. 이란 핵문제에 강경한 노선을 고수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정부는 "협상으로는 이란 정부의 핵에 대한 열망을 막을 수 없다"며 반발해왔다.

이스라엘의 반발이 지속되자 미국은 이스라엘의 안보를 지키고, 핵 협상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보상 패키지'를 고려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 공군이 사일런트 이글을 요구함으로서 보잉으로서는 F-15 생산라인을 유지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현재 보잉은 사우디가 주문한 F-15SA 84대를 생산하고 있다. 현존하는 F-15 시리즈 중 가장 최신형인 F-15SA는 한국 공군의 F-15K에 탑재되지 않은 AN/APG-63(V)3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장착한다. 여기에 3세대 스나이퍼 타케팅 포드, 헬멧연동시스템 등을 갖춰 F-15 시리즈 중에서는 가장 강력한 성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사우디에 2019년까지 F-15SA를 인도한다는 것 외에는 후속 발주가 없는 상황에서 생산라인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한편 이스라엘은 미국의 '보상 패키지'로 사일런트 이글 외에 V-22 틸트로터기, KC-46A 공중급유기, F-35 추가 공급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 F-35 도입한 이스라엘, F-15SE에 관심갖는 이유는  

이스라엘은 한국, 일본과 더불어 F-35를 도입하고 있는 국가다. 스텔스 전투기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스텔스 기능을 가진 다른 전투기를 추가 도입할 필요성은 떨어진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안보 위협인 이란과 그 주변국 동향, 이스라엘 공군의 전력 구조 등을 살피면 사일런트 이글이 파고들 '틈새'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란의 핵개발을 경계하는 이스라엘의 입장에서는 유사시 이란 핵시설을 직접 타격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스라엘은 1981년 6월 "이스라엘의 국민과 국토의 안전을 보호한다"는 명분하에 이라크의 오시라크 원자로를 공습했다. 2007년에는 북한의 기술 지원으로 시리아에 건설중이던 핵시설을 전투를 동원해 파괴했다.

핵개발을 시도하거나 시도했던 역내 국가들을 상대로 장거리 공습작전을 펼쳐야 하는 이스라엘의 입장에서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F-35는 F-15에 비해 항속거리와 무장탑재량에서 불리하다. 따라서 F-35로 본토와 주변지역을 방어하고 유사시 장거리 폭격에는 어느 정도의 스텔스 기능을 갖춘 사일런트 이글을 투입할 수 있다.

이스라엘 공군의 전력 구조도 지렛대 역할을 한다는 지적이 있다. 플라이트글로벌에 따르면, 이스라엘 공군은 노후한 F-15A/C 58대와 도입한지 16년이 지난 F-15I 16대를 보유하고 있다. 미 공군에서도 F-35가 F-15를 대체하지는 못하는 상황에서 사우디보다 더 우수한 성능의 F-15에 대한 수요는 충분히 존재한다.

◆ 한국은 왜 사일런드 이글을 거부했나?

반면 한국은 사일런트 이글 대신 F-35를 선택했다.

2013년 9월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이 주재한 방위사업추진위원회가 방위사업청이 선택한 사일런트 이글을 ‘부결 처리’ 하면서 차기전투기(F-X) 사업은 F-35A로 급격하게 기울었다.

국방부와 공군은 2012년 1월 F-X 사업공고 이전부터 5세대 스텔스기 도입을 강조했다. 반면 방위사업청은 ‘협상력 강화’를 명분으로 보잉의 F-15SE나 유럽항공우주방위산업(EADS, 現 에어버스)의 유로파이터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같은해 8월16일 최종 가격입찰에서 사일런트 이글만 가격 제한선(8조3000억원)을 통과하자 ‘스텔스’라는 이야기는 사라졌다. 군 당국의 ‘말 바꾸기’에 여론의 빗발치는 비판이 쏟아진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2013년 9월 방위사업추진위에서 사일런트 이글이 부결된 직후 보잉이 공개한 `어드밴스드` F-15. 내부무장창이 없는 점이 특징이다.


사일런트 이글의 가장 큰 문제는 시제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스텔스 기능 확보를 위해 내부무장창을 달고 수직꼬리날개의 각도를 변경하는 한편 첨단 전자장비 탑재를 약속했다. 하지만 시제기가 비행하는 모습은 한 번도 볼 수 없었다.

군 관계자는 “당시 공군 내부에서 사일런트 이글에 비판적이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시제기가 없어 검증이 힘들다는 것이었다”며 “F-35A도 전력화되지 않았지만 100여대의 시제기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사정이 달랐다”고 전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미군이 선택한 F-35는 유리한 고지에 있었다.

결국 방사청의 결정을 방위사업추진위원회가 부결시키면서 결국 공군이 원했던 F-35A가 선정됐다. 하지만 1년의 시간을 허비하면서 도입 시기는 사업초기 예상보다 2년이 늦어진 2018년으로, 도입대수도 60대에서 40대로 줄었다.

한국과 이스라엘의 엇갈린 행보를 보면, 세상에는 절대적으로 강한 무기는 없으며 어떤 곳에는 '미운 오리'가 다른 곳에서는 '옥동자'가 될 수 있다는 평범한 교훈을 떠올리게 한다. 한국에서 물(?)을 먹은 사일런트 이글이 중동에서 부활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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