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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정말 아무 생각없이 <미수다>를 틀었다. 원래 조금만 보고 끊으려고 했는데, 너무나 충격적인 이야기가 나와서 한동안 멍하니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특집으로 한국 여대생 12명이 나와 미수다 여성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키작은 남성과 사귀겠느냐?’란 질문에 국내 여대생은 겨우 2명이 ‘그럴 수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한 여학생의 이야기는 아직도 귓가에 선하다. <최악의 남자>를 조사한 인터넷 설문조사에 여대생들이 폭력남보다 키작은 남자를 더 싫다고(일명 호빗남)이 했단다.

여대생이 제일 싫어하는 남자 1위가 호빗남, 2위가 폭력남이라니. 오늘날 우리는 폭력을 휘두르는 남성보다 키 작은 게 더 죄(?)가 되어버린 사회에 살고 있다. “180이하는 루저”라고 한 발언은 그저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올 뿐이다.

필자의 키도 겨우 170을 조금 넘는 축에 속한다. TV에서도 나온 적이 있지만, 국내 남성 평균 신장은 173정도며, 180이상인 남자는 불과 10%정도 밖에 되질 않는다.

물론 <미수다>에 오늘 출연한 국내 여대생들은 나름 학교에서 손꼽히는 퀸카들로 나름 조건이 좋아서 180이 넘는 남자들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래도 모든 조건이 완벽해도 키 작은 남자가 싫다는 말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아무리 장동건 같은 외모에 돈 많고 젠틀하고 모든 조건이 구비되었어도 ‘싫다’고 하는 여대생의 발언엔 나도 모르게 발끈할 지경이었다(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임에도).

웃음으로 마무리 짓긴 했지만, 이게 과연 웃을만한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미수다>의 상황설정을 욕하기엔 우리 사회의 적나라한 의식이 드러난 것이라 뭐라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그래놓고 연애와 달리 결혼에선 ‘조금 작은 남자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하는 다른 여대생들의 이야기는 이제 분노를 넘어 허탈할 지경이었다. 물론 외국에서 온 미녀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들은 사랑하는데 키가 무슨 상관이 있는지, 연애대상과 결혼대상이 분리되는 한국여성들의 심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따져보면 이런 인식은 몇몇 여대생들을 욕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그렇게 만든 거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기본적으로 남의 시선을 매우 중시한다. 여대생들이 키 작은 남자를 싫어하는 것은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하이힐을 신어야 하는데, 남성이 자기보다 작다면 남들이 뭐라고 하고 수근대는 걸 싫어하기 때문이다.

여성들도 180이상인 남자들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사실은 어느 정도 알 것이다. 그럼에도 180을 고집하는 것은 자신의 품위유지(?)를 위해서지만, 동시에 자신의 격이 결정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 여성들의 명품백 사랑은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편이다. 이태리에서 온 크리스티나가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우리에게 ‘성공’이란 잘생긴 남편(혹은 예쁜 아내)를 만나고, 명품백을 들고다니며 자신의 부를 시시때때로 자랑하고, 비싼 외제차를 몰고 다니는 것에 맞춰져 있는 탓이다.

물론 외국에서도 아주 잘사는 집은 남들 눈에 보이는 것을 중요시 여기긴 한다. 그러나 우리처럼 일반적으로 보편화되어 있진 않은 것 같다. 우리는 ‘경쟁’위주로 교육받으며, 그 결과로 예쁜 아내와 비싼 외제차와 집을 갖는 게 마치 상이나 명예로 여겨지는 천민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그런 사회에 살고 있기에 비록 집안에선 폭력을 휘두르더라도 밖에선 멋지고 잘난 보이는 남자가, 키작은 매력없는 남자보다 낫다는 극단적으로 삐뚤어진 의식을 서슴치 않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로 만든 것이다.

과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이런 삐뚤어진 의식이 바꿀 수 있을 지 암담하다. 이건 절대 몇몇 개인의 의식이 문제가 아니라, 오늘날 한국 사회의 병폐를 드러낸 대목이다.

폭력남보다 매력 없는 호빗남. 데이트비용을 남자가 모두 지불할 수 없는 호빗남은 게스트로 나온 이특의 말처럼 ‘다 죽어야’ 하는 사회가 바로 대한민국인가보다.



Posted by 주작 朱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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