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처럼 채팅 전에 생각할 수 있다면 좋을 테지만, 현실에서는 조금만 흥분하거나 급하기만 해도 말하기 전에 생각을 못하게 되어서 금방 실언을 해버리고 말아.



결국 집에 돌아오면 그 때 그러지 말 걸 같은 생각에 갇혀 자책밖에 못해.



반대로 친구가 나에게 실언을 했다면 그건 내 잘못일 거야.
내가 좀 더 둥글게 말할 수 있었다면, 또는 내가 그 친구에게 더 소중한 존재였다면
그런 일은 없었을 테니까.



만약 친구가 나에게 무언가를 숨기려 한다면 그건 어떤 사유로 말해주기 곤란하니까. 

그런데 곤란한 이유는 뭘까? 날 아직 신뢰할 수 없으니? 나와 다르게 그 정도로 친밀감을 느끼고 있지 않으니까? 어쩌면 이 이유를 생각하는 것 자체가 그 친구한테 무례한게 아닐까?



막상 상대방은 그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별 생각 없는게 분명해 보이고 실제로 그랬던 적이 수없이 많지만 그럼에도 신경쓰이네.



인터넷에서 몇 번이고 생각을 곱씹어대고 꾸며대서 말해봐야 현실에서 몇 번 대화만 하면 난 나쁜 사람인게 분명해질 뿐이니 사람을 만나는 것도 싫어져.



난 운명, 정해진 미래 같은 말을 싫어해. 
운명이나 정해진 미래 같은게 존재한다면 난 영원히 악할 수 밖에 없다는 소리니까.

그렇기에 난 사람은 바뀔 수 있다고, 고쳐 쓰고 다시 가꾸어낼 수 있는게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내가 악하다는 것이 강조될 때마다 그 사상 마저 뒤틀리고 고쳐 쓸 수 없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



역시 바뀌지 않나?
내가 싫어하는 사상을 인정하고 거기에 몸 담근 채로 악하게 살아야만 해?
차라리 이런 생각을 안했다면 남 시선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악하되,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이런 이야기를 하면 착한아이 증후군이라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이걸 인정해봐야 병의 그림자에 숨어 내 악함을 정당화 시키려는 것 뿐 아닐까?


생에 선과 행복을 공존시키고 싶지만 내면은 그걸 그다지 원하지 않아 보여서 슬프다.


나도 선한 사람이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