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에 필사, 손글씨를 쓴다는 역설. 마이클이스터의 책 <편안함의 습격>에 따르면 “이제 따분함은 완전히 사망했다. 그리고 지금 캐나다 온타리오 북쪽의 한 과학자는 이 죽음이 잘못된 것임을 깨닫고 있다. 보통 잘못된 정도가 아니라, 모든 사람한테 악영향을 줄 정도로 매우 나쁘다. 그는 유행병처럼 번져버린 '따분함의 결핍'은 사람들을 소진시키고 정신건강에 여러 악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따분함이 우리의 정신, 감정, 생각, 욕구, 필요에 대해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p.155)"라고 말한다. 나는 이러한 따분함을 사랑한다.
#커리어회고
#나의업무회고
매순간의 자극, 도파민을 추구하며 진정한 따분함이 결핍되어 있는 시대에 필사는 따분함의 결정체이다. 필사는 어떤 힘을 갖고 있는 것일까. 타이핑이 아니라 손글씨를 쓸 때 뇌는 기억 능력이 활성화된다고 말한다. 학창시절, 영어 단어를 외울 때 손으로 쓰면서 암기하는 방식이 잘 맞았던 나에게 뇌 기능이 활성화되서 암기가 잘 되었던 것이 아닐까. 그렇게 몸소 체험하며 필사의 힘이 무엇인지 손 끝으로 알게 된 것일지도. 손흥민 선수가 공을 땅에 떨어뜨리지 않고 운동장을 돌았던 것처럼 펜을 손에서 떨어뜨리지 않았던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인다.
책을 읽으며 필사하고 싶은 문장들을 다람쥐가 도토리 모으듯 수집하는 일이 취미가 되어버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책에서 우연히 만난 문장이 필사를 통해 나만의 문장이 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필사하고 싶을 만큼의 강렬한 문장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뛴다. “오, 이건 가능한 빨리 손글씨로 옮겨 적어야 해.” 한강의 <흰>을 마주했을 때, 마이클 이스터의 <편안함의 습격>,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헨리 니어링의 <조화로운 삶>을 읽었을 때 그런 마음이 들었다.
필사의 힘
by 한재우 작가
2026. 05. 12. 화.
1. 뇌 활성화
- 손글씨 vs 타이핑 : 광범위한 신경 연결 활성화 확인 : 36명, 256채널 뇌전도(EEG) 측정 실험 실험 (노르웨이 과학기술대NTNU 연구)
- 뇌 활성화의 의미 : 기억 저장 증가, 이해-통찰 증가(맥락)
- AI 시대 과다 정보 : 정보의 '유속' 증가
- 의도적 유속 저하가 뇌 활성화를 이끔
2. 사유의 기회
- 손으로 필기 vs 노트북 필기 : 개념 이해도 차이 :
재구성 및 개념화 vs 그대로 받아쓰기
(프린스턴-UCLA 연구 등)
• 필기의 속도 : 취사 선택의 필요 - 손글씨는 강제적인 사유의 기회
3. 정서 안정
- 원리 : 주의 고정 자극 차단> 과부하 된 신경 안정화
- 중국 서예 치료(치매 치료: 주의·정서 조절 손상) :
불안, 우울 유의미한 감소, 인지 능력 강화.
"Does Chinese calligraphy therapy reduce neuropsychiatric symptom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 ADHD(주의-정서 조절 어려움)아동 : 글씨 쓰기 효과
"Neurocognitive academic training to improve symptoms executive functions and Chinese handwriting in children with ADHD"
: 감각 미세 조정 + 주의력 고정 : 대뇌피질 활성회
- 건강한 학생 : 주의·정서 조절에 대한 인지 예비능 고자극 환경에 대한 해독제
4. 몰입 통로
- Flow : 어떤 행위에 깊게 빠져들어 시간, 공간, 자신을 잊어버리는 심리 상태, 운전, 스포츠, 공연, 수술 등 (미하이 칙센트 미하이)
- 최적 경험 : 아이디어 발산, 역량 최고조 몰입 후 행복 경험, 자존감 향상 고도의 집중, 주의 발현 추구해야 할 최상의 상태
- 명확한 목표 : 정해진 텍스트 필사
- 빠른 피드백 : 매 순간 정확한(+예쁜) 글씨 확인
- 실력과 난이도의 밸런스 : 필사의 목적에 대한 충분한 숙지 통찰을 주는 밀도있는 텍스트 생각으로 이끌기
"내가 누구인지
설명할 수 있게 되었어요."
클레멘트 코스, <노숙인을 위한 인문학>
5. 나를 생각하는 힘
- 주체성 : '마찰 + 고민 + 표현력'이 부족한 아이들
- 고민의 기회 : 정서 안정 + 의도적인 생각의 '유속' 저하
- 표현력 : 필사를 통한 문법, 어휘, 서술형 작문 능력 향상
#모두의회고프로젝트
덕분에 그동안 쌓아 온 커리어 회고를 통해 필사의 힘, 손글씨에 대한 이야기들을 엮을 수 있음에 감사하다. 적자생존이라는 말의 우스갯소리를 아는 사람? 바로 적는 자가 생존한다는 말이다. 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일어났던 일들을 기록하는 일. <알로하, 나의 엄마들>, <슬픔의 틈새> 이금이 작가의 책을 읽으며 멈춰서 끄적여 필사를 한다. 책장을 넘기다 말고 펜과 종이를 꺼내 멈추는 지점이, 쓰고 싶은 마음이 일게 하는 문장들을 만나면 기분이 좋다. (아, 저도 이런 명문장을 쓰고 싶습니다)
우연히 방혜자의 전시에서 만난 소설가 박경리의 손글씨. 방혜자 예술가와 박경리 소설가의 친분이 드러나는 친필 원고지. “어떤 사람이 자작 추천사에 내 이름을 도용한 일이 한번 있었지만 나는 남을 위해 추천사나 서문을 쓴 적이 없다.”라고 고백하며 방혜자에 대한 추천사를 쓴 박경리 선생님.
잘했다
필사 하기를 잘했다.
내가 오늘도 끄적이는
사람이기를 잘했다.
내가 여기 쓰기를 잘했다.
내가 손글씨를 다시
쓰기를 참 잘했다.
다 잘했다.
by 캔커피 _ 나태주 시 패러디
옛 충남도청 팝업 전시,
<유성온천>전에서 만난 손글씨도
모두의 회고 프로젝트에 제격이다.
의젓한 중학생이오니
목욕요금도 일반요금 800원을 내야 합니다.
어떤 어린이는 집에서 부모님으로부터
800원을 받아가지고 와서는
국민학생이라고 속여 400원은
군것질을 하는데,
이것은 아주 나쁜 일입니다.
우리 대한의 어린이는 거짓말을 하지 않고
올바르고 참되게 자라야 합니다
사단법인 한국목욕업중앙회
글씨의 마음의 거울이라고 했던가. 손글씨에는 그 사람의 얼굴이 보인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선생님께서 글씨 잘 쓰는 사람에게 문제집을 선물로 주셨던 일이 지금의 손글씨를 쓰는 나를 만들었다. 그리하여 인공지능 시대에도 손글씨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그렇게 오늘도 쓴다. 또 쓴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쓰고 있는 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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