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말이 참 쉽다. 머릿속 필터가 한두 겹 아니 필터가 아예 없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걸러지고 받혀지는 기능들이 애시당초 상실된 사람들 같다. 그런 사람들은 떠오르는 대로 내뱉는다. 그런 말들이 선의로 드러나 쓰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다. 이 말이 상대방에게 어떤 상처를 줄지, 어떤 치명적 공격이 되는지 생각하지 않는다. 아예 그런 생각조차 없는지도 모르겠다.
말이라는 건 그 사람의 내면에 들어 있는 또 다른 하나의 자신이다. 말 따로 사람 따로 일수가 없다. 내어 뱉는 말이 결국엔 나의 지금을 가늠하는 척도를 상대방에게 드러내는 것과 같다. 내가 생각하는 것,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 그래서 내가 무엇에 동의하고 어디에 마음이 가 있는지가 말로 표현된다. 간혹 감추는 기질이 뛰어난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나의 현재를 말로 보이지 않을까? 가만히만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말도 있다. 나는 그 태도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 역시 말을 하지 않는 실수를 할 뿐이다. 그 속의 진실이 그게 아닌데 말을 안 함으로 실수를 줄이자는 건 너무 소극적이며 초기 단계의 미숙한 대처법이다.
나는 언변이 어눌하거나 말하는 것 자체를 싫어하지는 않는다. 아니 재밌게 말하는 재주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나에게 말이라는 건 굉장히 제한적 상황에서나 가능한 것이 되어 버렸다. 조금 솔직했고 잘 믿고 그래서 잘 보여 버린 것이 상대적 관계에서 오히려 해가 되는 경험이 잦아지다 보니 점점 말이 줄어든다. 누구나 말실수는 할 수 있다. 그때는 필터가 여러 겹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아직 그 필터의 그물이 단단히 조여져 있지 않아서이다. 그물의 강도와 밀도가 조여지는 게 꼭 어른스러운 건 아니다. 세상에 그만큼 적응되어 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람들의 큰 기준은 주로 이런 거다. 내가 보니, 내 생각에, 그렇다더라. 근거도 판단도 집행도 다 본인들 기준이다. 본인들의 해명은 변명이 되고 오히려 죄악이 된다. 사람들은 진실 따위엔 관심도 없다. 그냥 무료한 시간을 때워줄 어떤 자극이 필요할 뿐이다. 보통은 그냥 시기심에서 출발한다. 비추어 거기에 내 마음이 다 가 있는 건 보지 못한다. 결국엔 내 욕심이 투영됐다는 건 절대 인정 안 한다. 내가 안 가진 걸 다른 사람이 가졌으면 그건 이미 부당함으로 시작한다. 그것이 자신의 마음에 많이 담아둔 것이면 표적이 되고 적대감으로 발전한다. 그리고 공격이 시작된다.
사람의 인생에는 저마다 큰 가시 하나쯤은 있는 법인데 왜 내 것이 제일 크고 제일 무겁다고 말할까? 그래서 나만 아니면 된다는 말인가? 아무나 쉽고 그렇게 함부로 대해도 된다 여기는 건가? 도대체 그 기준들이 어디인 걸까? 사람들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너무 잘 안다고 착각한다. 감히 길잡이도 자처한다. 자기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으니 남 얘기들만 한다.
내 안의 내 모습을 확인하면 그렇게 쉽게 남 얘기 잘 못한다. 내가 이 지경이고, 죄인 중에 괴수인데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모든 말과 행동이 돌아 내게로 화살 되어 오는데, 그 아픔을 어찌하려고 그럴까. 그래서 나는 자꾸 입을 닫게 되던데. 다들 왜 이렇게 말이 쉬운 걸까. 그리스도인은 말을 잘 해야 한다. 아니 말을 잘 하기 보다, 잘 말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나는 남의 말을 잘 하는 사람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을 바라보고 자신의 부족함을 얘기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건 남의 말을 하는 것이다. 그 사람이 나은 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을 하고 있는 것뿐이다. 특히 요즘 같은 댓글 문화 시대에 댓글도 그 사람의 말이다. 댓글이 나 자신이고, 댓글이 그 사람의 인격이다. 말도 연습을 해야 한다. 아니 어쩌면 마음의 훈련이 먼저일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어려도 잘 말하는 사람이 있고, 나이가 많아도 잘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누가 어른일까. 생물학적인 나이가 어른을 만들지 않는다. 그 사람의 말이 곧 나이(age)이고, 그동안 가꿔온 내면의 꼴(face)이다.
신앙의 성숙은 말로 드러난다. 많이 알아서 좋은 신앙이 아니라, 잘 말하는 사람이 좋은 신앙을 가진 자이다. 신학은 껍데기일 뿐이다. 신학은 우리가 하나님께 나아가는데 디딤돌 역할을 해줄 뿐이다. 나는 그 디딤돌을 통해 더 나은 인격의 말을 만들고 있을 뿐이다. 또 말은 그 사람의 삶이다. 사람은 자신이 한 말의 뼈대를 가지고 살아간다. 이건 단지 언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말 안에 담긴 진심을 말하는 것이다. 대화가 오래되는 사람이 있다. 특별히 말하지 않아도 편안함을 주는 사람이 있다. 반대로 무슨 말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은 사람이 있다. 뭐라도 말해야 이 어색한 분위기를 만회할 거 같은 사람이 있다. 이미 마음을 주고받은 것이다. 편안함을 주면 좋은 마음을 받은 것이고, 어색하면 아직 좋은 마음이 오지 않은 것이다.
운전연습을 하듯, 말도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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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만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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