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발표 후 필수 인프라인 전력·용수 확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과거를 부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문재인 정부 때 추진한 ‘탈원전’ 정책과, 윤석열 정부의 기후대응댐 건설에 반대했던 당내 ‘친환경’ 기조가 당장 필요한 대규모 인프라 구축과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국가 프로젝트 성공이라는 현실 앞에서 기존 주장을 정반대로 뒤집을지, 당정이 내놓을 해법에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은 2일 이재명 대통령이 “대한민국 성장의 디딤돌”로 지목한 ‘3대 메가프로젝트(반도체·AI 데이터센터·피지컬 AI)’ 추진에 당력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안정적인 용수 확보를 위해 물관리 기본법과 수도법을 개정하고 산업단지 조성 기간 단축을 위한 산업입지법도 개정하겠다”며 “전력 수급도 차질 없이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호남에 800조원 규모의 반도체 팹(생산시설)을 건설하는 게 3대 프로젝트의 첫 골자다. 여기에 필요한 전기와 물을 적기에 충분히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주장해 온 재생에너지와 ESS(에너지 저장시스템)만으로는 전력 수요를 결코 감당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가 요구하는 전력 수요를 업계에선 약 6.3GW(대형 원전 4~5기 규모)로 추산한다. 재생에너지와 ESS만으로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신규 원전 논의가 필수다.
그래서 당내에서는 “원전이 필요하면 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하나둘 고개를 들고 있다. 민주당 ‘3대 메가프로젝트 지원 TF’ 소속 의원이 2일 “민주당은 2년 전부터 에너지믹스로 기조를 바꿔 원전 건설이 딜레마는 아니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도 이날 SBS 라디오에서 “원전을 기저전원으로 활용하고 재생에너지와 ESS를 결합하는 새로운 에너지믹스가 필요하다”며 “탈원전, 이것은 아닌 것”이라고 했다.
에너지믹스를 넘어 ‘친원전’까지 갈 수 있느냐가 향후 최대 쟁점으로 지목된다. 당정은 용수 문제와 관련해서도 2024년 윤석열 정부가 국가전략산업 용수 공급을 위해 추진한 ‘기후대응댐’ 건설을 정면으로 막아섰던 과거를 부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기자회견 등을 통해 전국 14개 댐 중 전남 화순 동복천댐(사평댐), 순천 옥천댐 등 7곳의 건설을 중단시켰다.
하지만 이제는 댐 건설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인식이 당내에 등장했다. 정부가 반도체 클러스터에 “영산강과 섬진강 수계를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보다 안정적 공급 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댐 건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2년 전 댐 건설에 반대한 의원은 통화에서 “꼭 필요하면 댐을 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도 “반도체 용수 확보를 위해 댐 확충, 하수시설 재이용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과거 노선에 집착하기보단 집권당으로서 민주당의 가치를 실용적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야권에서는 벌써부터 “전남광주에 풍부한 재생에너지로 반도체 공장을 돌린다는 것은 얼토당토않은 얘기”(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정현 전 국민의힘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후보는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원전이나 SMR(소형원전) 건설 입장을 조기 정리하고 전력망, 송전망 계획을 확정해야 한다”며 “실질적인 산업용수 대책도 즉각 세워야 한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