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갈등 3인방
20분간 대화 나눠
지난 2일 밤 10시 경기 수원시의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가족 상가(喪家)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조문했다. 보수 진영 내 ‘앙숙’으로 평가받는 세 사람이 한자리에 마주 앉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참석자에 따르면 이 대표가 조문을 마치고 4인용 탁자에 먼저 앉아 있었다. 이후 도착한 한 의원이 이 대표 맞은편에 자리 잡았다고 한다. 장 대표는 한 의원 옆에 앉았다. 늦은 시각이었지만 당시 조문객은 30명 정도 있었다고 한다.
한 의원이 장 대표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고, 장 대표는 “와줘서 고맙다”는 취지로 답했다. 장 대표는 한 의원이 채워준 술잔을 말없이 비웠다고 한다. 이후 대화는 이 대표 주도로 20분간 간간이 이어졌다고 한다. 현장에 있던 정치권 인사는 “정치 현안 이야기보다는 장 대표의 상심을 나누는 자리였다”고 했다.
장 대표는 현재 국민의힘 대표이고, 이 대표와 한 의원은 한때 국민의힘 대표를 지냈지만 당내 친윤계에 의해 물러났다. 세 사람은 그간 상대를 견제하며 정치적으로 대립했다.
앞서 장 대표는 ‘당원 게시판’ 문제로 한 의원을 제명했다. 한 의원은 국민의힘 복당 의지를 밝히며 장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개혁신당을 이끄는 이 대표는 이 같은 장 대표와 한 의원의 행보를 비판해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세 사람이 한자리에 동석하는 일도 드물었다. 장 대표와 한 의원은 2024년 12월 윤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한자리에 앉아 대화한 적이 없다고 한다. 이 대표와 한 의원이 동석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장 대표와 이 대표의 경우 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둔 3월 말 한 차례 오찬을 한 이후 교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 사람의 대면은 한 의원이 부산 지역구에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끝났다. 정치권 인사는 “조문을 하는 자리여서 이번 만남에 정치적 의미를 두긴 어렵지 않겠느냐”면서도 “앞으로 세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이야기하는 조문객들이 적지 않았다”고 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도 장 대표 가족 상가에 근조화환을 보냈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여야 관계가 경색돼 있지만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예우는 해야 한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