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40층짜리 주상복합건물 15층에서 부모님과 살고 있음


엊그제밤 10시에 갑자기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라? 난 당연히 아버지가 잠깐 나 모르는 새에 나갔다 들어오신줄 알았지.


근데 아니야. 집 불이 다 꺼져 있어서 자세히 안보였는데, 가까이 다가올수록 덩치도 크고, 옷도 처음보는 옷이고, 무엇보다 신발을 신은채로 거실로 들어오고 있었음


어? 이거 시발 완전히 모르는 사람이네?  심장 존나뛰더라.


뭐지? 강돈가? 눈 초점이 완전히 나가있는데? 9시뉴스에 데뷔하는 날이 드디어 온건가? 대충 10초동안 뭐 온갖 잡생각이 들더라


누구냐고 물어도 대답도 안해. 그냥 멀뚱멀뚱 둘러보더라고. 일단은 내가 20대 장정이니 개쫄리지만 어떻게든 해야지..  가까이 가니까 술냄새나더라.


다행히 별다른 저항도 안하길래 그냥 붙들고 부축해서 밖으로 내보내고 문닫았음. 단순 취객인가..? 강도는 아닌갑네 다행이다..


잠깐


근데 현관문은 어떻게 열었지?


엘리베이터 내려가는 소리 확인하고 테스트차 밖에 나가서 현관문 당겨봤는데 딱히 고장난거도 아니야. 뭔가 잘못됐다싶어서 바로 경찰불렀지.


집에 처음보는 사람이 거실까지 들어왔다 나갔다고 하니까 긴급출동하겠대. 10분 뒤에 경찰관 네분이 왔음


cctv 확인해보니 우리집에서 나가고 나선 딱히 다른 집에 들어가려는 시도는 없었음. 그냥 엘리베이터에 한참 앉아있다가 아예 아파트 밖으로 나갔더라. 경찰들이 쫓아갔지.


난 다시 집으로 올라와서 이게 대관절 무슨 일인지 엄마랑 잡담이나 하고 있었음




그러다가 경찰이 이사람 맞냐고 문자보내줌. 슬리퍼를 신었다는 확신이 있어서 저땐 부정하긴했는데 저 사람 맞았음.. 괜히 경찰들 시간만 잡아먹었지 ㅋ.. 죄송함미다..


경찰얘기 들어보니까 너무 취해서 자기 집인 줄 착각한거같대. 발견된 곳도 그냥 아파트 상가앞 자유공간에 덩그러니 앉아있었고 대화도 안통했다함.


근데 그러면 대체 도어락은 어떻게 딴건데?


CCTV 다시 돌려보니까 현관문을 그냥 당겨서 열더라.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문이 제대로 안 잠겨 있었던 거지.


그러니까 정리하면 이거야.


너무 술에 취해서 집도 못 찾는 사람이


1. 40층짜리 건물 104세대 중에서 딱 한곳을 골랐는데 그게 우리 집이고


2. 마침 그 문이 제대로 안 잠겨 있었고


3. 그대로 신발 신은 채로 거실까지 들어왔다는 거임.


진짜 얼척이 없음..


괜히 일 커지는 것도 싫고, 상대가 명백한 취객이기도 해서 결국 사건 접수는 안 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괴상한 해프닝이다..


괴붕이들도 문 제대로 잠겼는지 늘 확인하고 다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