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할까.
별거 아닌 이야기긴 한데 한 번 공유해보고싶어서 글을 써볼게
나는 대략 지금으로부터 1년 전에 호텔 야간 매니저로 일한 적이 있어. 주소로 따지면 광주 첨단지구였고, 지도로 보여주고싶은데 권한이없다네. 첨단체육공원 지도에 검색하면 알거야. 그 인근 호텔이었지
근무는 22시부터 08시까지였고, 보통 출근하면 하는 일은 똑같아. 청소하고 컴플레인 있으면 처리하고, 비품 채우고, 예약 들어온거 정리하고 관리하고 등등..
체육공원 옆 도로가 차가 많이없고 차도도 많이 넓어서 폭주족들이 하루가멀다하고 기승을 부리는 곳이란 말이야. 경찰분들이 와도? 아무것도 해결못하고 가시기도 하고.
근데 이상하게도 그 날은 아무도 없었어. 기승을 부리는 폭주족들도, 취기에 돌아다니는 취객도. 아무도.
지도를 다시 보면(알아서 검색) 가운데에 첨단와이어스파크부터 맨위에 국립광주과학관까지 쭉 이어지는 길이 있어. 유별나게 그날 안개가 엄청 켜있는거야. 한 2~3시쯤 됐었던 것 같아
일교차도 커서 꽤 추웠고, 안개때문에 차 도로도 잘 안보이고, 호텔로 오는 도보(우편집중국, 힐스테이트쪽 도로)도 잘 안보이고, 근데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달까
아무튼 보통 2,3시쯤 되면 외부청소를 해
떨어진 나뭇잎 차도 외곽 쪽으로 치워두면 청소차?(나뭇잎 쓸고가는 차)가 빨아들여서 간단말이지
오늘도 어김없이 빗자루로 쓸고있는데
우리 호텔 간판이 깜빡깜빡거리다가 픽ㅡ하고 꺼지는거야
대수롭지않게 여겼어. 간판이 한번씩 자기맘대로 꺼지는게 일상이었거든
또 스위치가 내려갔는가보다 하고 들어가서 프론트 뒤쪽 스위치를 확인하는데 이상없었어. 그래서 대표님께 문자 보내고 다시 청소를 하러나가려 했는데 A동과 B동의 통로를 연결하는 중간셔터문이 자기 알아서 닫히기 시작하는거야
아. 이건 또 무슨 장난인지. 귀찮지만 닫히면 못 여니까 또 프론트가서 스위치를 올렸지
또 무슨일이 있을까봐 5분정도 대기하다가 아무일없어서 나갔어. 다시 청소를 하려고 빗자루를 들었는데. 주변이 적막한거야. 단순히 소리가 없다? 새벽이니까 그럴수있지. 뭔가 분위기가 묘한. 그런 적막한 분위기 알잖아. 딱 그런 기분.
아까 이야기한 우편집중국 쪽 보도로 통!통!통! 소리가 들려서 아 누가 농구공이나 공 튀기고있는가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돌려봤는데...
...
이상해. 이상해 이상해 이상해 이상해 저게뭐야 저게 뭐야.
공이 아니라 공부터 뭔가가 쭉 이어져있어 머리가 있을 곳에 다리가있어 뭐야 저게뭐야 발이있은콧에 머리가 통통통 뛰며 걸어오고있고 두 팔은 위아래로 흔들고 두 다리는 앞으로 흔들고
.... 보자마자 빗자루를 탁 떨어뜨렸는데. 그 순간 정체모를 그것도 멈췄어. 문득 무언가 생각났어. 흔히 무당들이 곧 죽을 사람들을 보면 머리랑 발이 거꾸로 되어있다고들 하잖아.
그럼 저건 죽은 존재일까. 곧 죽을 사람일까.
근데 이런 생각을 할 틈이 어딨어. 빗자루를 냅두고 문으로 몸을돌리자마자 통-! 통-! 통-! 소리가 통통통통통통통통통 으로 바뀌는거야
다급히 제일 가까운 B동 자동문을 열고 프론트 스위치를 내려 셔터를 닫게하고 A동 이중문을 잠구고 셔터를 내린다음 프론트 밑으로 숨었어.
핸드폰 소리를 끄고 전 파트 근무자인 매니저형님한테 문자했지. 아직 안 주무시고 계실 시간이니까
전화를 하는건 위험할것같아서 문자를 보냈는데 답장이 없으셨는데..
프론트 데스크 똑똑소리. 지금은 아무도 올 수가 없는데.
똑똑소리도. 손가락으로 두드리는 소리가 아니라 약간 신발같은걸로 툭툭 두드리는 소리.
"아무도 안 계세요---?" "이상하다---들어가는 거 봤는데---?"
그러고 몇 초 가만히 있다가
데스크 주위로 "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
그러다가 셔터 쾅쾅 소리. 사장님---!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앞에 보이는건 두 다리.
"찾았다."
나는 그만 정신을 잃어버리고 말았어요. 그리고 깨어났을 땐 5시쯤 됬었던가. 셔터는 올라가있고 문도 안잠가져있어서 아 개꿈이었나보다. 싶어서 교대 시간까지 할일하다가 다음 근무하는 대표님이 오셔서 인사했어
대표님이 야간에 일하는 사람들한테는 야식사먹으라고 법인카드를 주셔. 오늘 내가 뭘 먹나싶어서 cctv 보시는데 내가 밖에서 청소하다가 갑자기 뛰면서 들어오면서 문을잠그고 셔터를 내리는 모습을 보셨대. 근데 문은 안잠기고 셔터는 안내려왔다고하네.
그리고 프론트 데스크 밑으로 쑥 숨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서서 데스크를 나와 내가 두 다리를 붙여서 통통통통 점프하다가 좀 지나 데스크 안쪽에서 앉았다가 다시 일어났다가 멍하니 허공을 보고 있었다고 함.
CCTV 영상을 나도 돌려볼 수 있어서 돌려봤는데 진짜 그렇게 하더라. 그럼 내가 새벽에 겪은건 뭐였을까. 꿈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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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필자는 몽유병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