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렸을 때 집안사정으로 할머니 집에 살게 되었음 
그런데 할머니가 동네가 오래되어서 밤마다 고양이들끼리 싸운다는 거야 

그래서 한 밤 11시 넘어서 고양이들끼리 무섭게 싸우는 소리가 들려도 

아 그런갑다하고 그냥 몇년 살았음 


그러다가 내가 살던 빌라 뒷쪽에 있던 블럭이 재개발 확정되서
주민들이 다 나가고 빈집만 남아 있는 폐허로 변함. 지금은 이미 재개발이 다 끝나고 

아파트가 들어서서 흔적도 안 남았는데 그땐 진짜 을씨년스러웠음   

그 시절에도 고양이들 싸우는 소리는 계속 들려왔고, 빈집 때문에 고양이들이 머물 곳이 많아져서 그런갑다 했다.


그러다 재개발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이 되었는데, 기초공사 하다가 2008 금융위기가 터지고 중단됨

그때 우리 집에서 공사장 안쪽을 들여다 볼 수 있었는데, 사람 손길이 끊어진 공사현장이 매년 변해가는 모습이

되게 그로테스크했음. 철근들은 비바람 맞으면서 시뻘겋게 녹슬어 가고, 

장마철에는 기초공사 하느라 파낸 지반이 물에 잠겨서 거대한 물웅덩이가 되질 않나,

매년 온갖 잡목들이 무서운 속도로 자라나 어떤 것들은 키가 3m 넘게도 자랐음. 


그러다 어느 날 점심 즈음에 집을 나서는데 되게 남루한 행색을 한 아줌마가 무슨 플라스틱 큰 그릇에다가 
사료 같은 걸 퍼담는 걸 봄. 내가 살던 빌라 앞에는 버려진 차가 한대 주차 되어 있었는데, 
그 밑에다 그릇을 두고 고양이 밥을 주고 있었던 거였음. 이것이 내가 그 캣맘 아줌마를 본 처음이자 마지막 순간이였음. 


그 때에는 캣맘이라는 단어나 개념 자체가 없어서 나는 그 모습을 보고도

단순히 '고양이 밥주나 보다'라고만 생각했지 그게 고양이들이 싸우는 원인이라고는 생각 못 함. 

나중에 인터넷에 캣맘이 한참 화제가 되고 나서야 알게 되었음 
밥 그릇 딱 하나에만 가득 퍼담아서 밥을 주면 고양이들끼리 사이좋게 노나묵는 것이 아니라

밥자리 두고 고양이들끼리 존나 싸운다는 걸 


그러다 내가 살던 빌라가 있던 블럭도 재개발이 확정나면서 

기존에 있던 건물들은 모두 헐리고 아파트 단지가 들어섬

 

할머니는 그 집에서 30년을 넘게 사셨고, 나는 10년을 넘게 살았단 말이야? 

내가 그 집에서 살기 전에도 고양이들로 시끄러웠고, 떠났을 때에도 고양이들 싸우는 소리가 들렸으니

그 아줌마는 최소 1990년대 초반에서 2010년대 중반까지 밥을 줬다는 거임.

그런데 살면서 딱 한번 마주친 걸 보아 아주 이른 새벽 아니면 늦은 밤 시간대에만 밥을 주러 다닌 거 같음 

그러니 할머니도 단순히 동네가 오래되서 고양이들끼리 싸운다 싶으셨겠지  

설마 20년 넘게 사람들 눈을 피해 고양이 밥을 주는 미친 여자가 자기 동네에 있을 거라고 상상이나 하셨겠어?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이미 정신이 망가진 상황에서 금전적인 문제로 정신과에는 못 가고 

대신 고양이에 집착하게 된 이상한 사람이 아니였나 싶음. 근데 그걸 20년 가까이 했다는 게 존나 기괴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