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 새벽에 이세돌 생각하면서 질질 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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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den 왁무새 채팅
작성일 2026.06.30. 04:13 조회 88

그저께 아우어베이커리 팝업, 취소표 성공해서 다녀왔다.

20분 정도 늦게 들어가서 사람도 많이 빠진 상태였고, 혼자 천천히 둘러봤다.

사진도 찍고 굿즈도 사고, 오늘까지 틀어준다는 전광판도 보고 왔다.

재밌었다.

누군가는 팝업에 들어가자마자 감동했다거나 울컥했다고 하던데 나는 딱히 그런 건 없었다.

그냥 잘 꾸며놨네, 귀엽네, 사진 잘 나왔으면 좋겠다 하면서 즐겼다.

팬심이 부족한가 아주 잠깐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나는 원래 현장에서 바로 감정이 터지는 성격은 아닌 것 같다.

고척돔 콘서트 때도 리와인드 오케스트라 버전이나 편지 낭독에서 울었다는 사람이 많았지만, 나는 그때 그냥 좋고 재밌었다.

오히려 제일 신났던 건 그 전에 유닛으로 트루러버 부를 때였다.

편지 낭독은 몽글몽글하긴 했지만 솔직히 살짝 지루하기도 했다.

그런데 공연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사진과 영상을 다시 보고, 노래를 들으니까 기분이 이상해졌다.

뭐야, 끝난 건가.

진짜로 끝난 건가?

분명 엄청 재밌었는데, 그래서 이제 뭐지..?

그리고 휴가 복귀 후 다들 근무와 파견으로 나가 혼자 남은 생활관에서 차세돌 단행본을 읽다가, 공연에서 들었던 편지와 군생활과 내가 잊고 있던 꿈이 한꺼번에 겹쳐서 군대서 처음으로 울었다.

그렇게 힘들었던 막내 때도 울지 않았는데 그날은 울었다.

아마 나는 감정을 바로 느끼기보다, 시간이 지나고 그 순간이 내 삶에서 어떤 의미였는지 알게 됐을 때 비로소 크게 느끼는 사람인 것 같다.

이번 팝업도 그냥 재미있었다.

그런데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이 행사가 열린 것 자체가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작년은 좋은 일도 정말 많았지만, 동시에 너무 힘든 해였다.

콘서트도 있었고 여러 행사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ㄱ이라는 멸칭과 거짓 루머가 퍼지고, 디맥 사건을 시작으로 온갖 과거 일들이 다시 파헤쳐지고, 날조와 조롱이 커뮤니티를 넘어 현실까지 따라왔다.

부대 선임이 나한테 ㄱ 이야기가 진짜냐고 물었을 때는 화가 나기 전에 그냥 어이가 없었다.

인터넷에서 낄낄거리며 만든 말이 내가 있는 현실까지 도착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팬카페 회원 수는 계속 줄었고, 지쳐서 떠나는 사람도 많았다.

논란을 사실이라고 믿고 떠난 사람도 있었고, 외부 사람들에게 사과하면서 자신이 좋아했던 사람들과 팬덤까지 깎아내리고 떠난 사람도 있었다.

물론 모든 것이 거짓인 건 아니었다.

하지만 내부에서 더 나아지자고 하는 말과, 외부에서 하나의 집단을 통째로 조롱하고 망가뜨리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다.

잘못한 것이 있다면 그것만 비판하면 된다.

그런데 실제 문제 몇 개를 근거로 아무 상관 없는 멤버들과 팬들까지 한 덩어리로 묶고, 사실이 아닌 이야기까지 진실처럼 퍼뜨리는 건 비판이 아니다.

그건 그냥 공격이었다.

칸나와 이세돌을 억지로 피해자와 가해자로 나누고, 리와인드의 진짜 주인공이 따로 있다는 식의 이야기를 만들면서 다른 사람들을 모욕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사이버불링을 비판한다면서 또 다른 사이버불링을 하는 모습도 많이 봤다.

그래서 많이 화났고, 아직도 용서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그 전체를 하나로 묶어 미워하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가장 싫어했던 방식이 바로 그런 식의 일반화였으니까.

잘못을 인정하고 돌아와 사과한 사람의 글도 봤다.

오해했다, 미안하다고 말하는 그 한마디가 생각보다 많이 고마웠다.

사람은 자기가 틀렸다는 걸 인정하기 정말 어려우니까.

모두가 바로 달라지는 건 아니어도, 적어도 누군가는 그 숲에서 빠져나오려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Smile For You가 나왔다.

힘든 시간을 함께해줘서 고맙다는 뜻을 전해주었다.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들어 있는지는 아마 그 시간을 같이 지나온 팬들만 알 것 같다.

떠난 사람들, 남은 사람들, 정정 영상을 만든 사람들, 스트리밍을 돌린 사람들, 다른 팬덤과 손을 잡은 사람들.

끝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시간 속에서도 계속 남아 있던 사람들.

그래서 그제, 팝업에서 바로 울컥하진 않았지만, 지금 이렇게 돌아보고 있으니 기분이 조금 이상하다.

이런 팝업이 다시 열렸고, 새 노래가 나왔고, 사람들이 다시 모였고, 나도 여전히 여기 있다는 게.

예전에는 이런 시간이 계속될 거라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노래가 나오고, 방송을 보고, 콘서트와 행사를 기다리는 일이 계속될 거라고.

그런데 작년을 지나면서 아무것도 영원한 건 아니라는 걸 조금 실감했다.

그래서 올해 초, 천운으로 받게 된 친필 사인 하나도 더 잘 꾸며서 남기고 싶고, 사진 하나도 더 소중하게 보관하고 싶다.

지금의 시간을 나중에 분명히 기억하고 싶다.

그렇다고 매 순간 끝을 생각하면서 침울하게 있고 싶지는 않다.

그 누구도 그런 걸 바라지는 않을 테고, 나도 그러고 싶지 않다.

그냥 즐기는 것, 아마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좋아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고, 각자의 방식대로 즐기면 된다.

소중한 것이 영원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기억하되, 아직 오지도 않은 끝 때문에 지금의 즐거움까지 망치지는 않아야겠다고 생각한 하루다.

결국 이 모든 건 행복하려고 하는 거니까...

힘든 시간 버틴 세돌분들과 이파리분들에게 새삼 감사하다.

서로를 필요로 하는 관계, 이 시간을 함께 해 주어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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