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학자 정준희 한양대 ERICA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겸임교수가 유튜브 매불쇼에 출연해 일부 청년층을 겨냥해 "설득이 아니라 권력으로 제압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6·3 지방선거 직후 2030 세대의 표심 이반이 부각된 가운데 나온 발언이어서 파장이 작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같은 날 방송에서는 진행자 최욱 씨도 온라인 여론과 관련해 "탱크로 밀어버려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해 함께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정 교수의 발언이 더 심각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 온라인 게시물은 '최욱의 발언이 설령 사과로 마무리되더라도 정준희의 발언이 더 심각하다'는 취지의 제목으로 호응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즉흥적 표현에 가까운 최욱의 발언과 달리, 정 교수는 한 세대를 규정한 뒤 '제압'을 결론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더 위험하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사고 체계가 없다"…2030에 대한 모욕적 규정?
발언은 6월 5일 유튜브 방송 '매불쇼' 라이브에서 나왔다. 정 교수는 일부 2030 세대를 두고 "이들은 체계가 없다. 사고의 체계가 없다", "철학이라고 부를 만한, 가치관이라고 부를 만한 것을 탄탄하게 구성하는 집단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이명박·전두환 등을 거론하는 것도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일 뿐 "그 깃발 밑에 모여 있을 뿐"이라고 규정했다.
이를 두고 특정 집단의 정치적 선택을 '독자적 사유가 결여된 반사적 무리'로 단정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부를 겨냥한 발언이라 하더라도, 한 세대를 비하하는 듯한 엘리트주의적 인식이 깔려 있다는 비판도 함께 나온다.
"사실로도 논리로도 안 깨진다"…섣부른 일반화, 뒤따른 '몽둥이' 발언
정 교수는 이어 "사실로 깨지지도 않고 논리로 깨지지도 않고 가치관으로 깨지지 않는다. 이것은 심리와 문화의 문제"라고 말했다. 상대를 설득과 토론의 대상에서 사실상 배제하는 전제를 깔고, 청년층의 태도를 조롱조로 묘사하기도 했다.
이어 결론은 강제로 향했다. 정 교수는 "합법적인 방식으로 몽둥이를 드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들을 합리적으로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으로 제압해야 한다. 법과 제도"라고 했다. "권력이 전반적으로 밀어붙이는 방향에 의해 (이들이) 쫓아오게 만들어야지, 설득해서 우리 권력을 지지하게 만드는 방식은 불가능하다"고도 했다.
발언의 문제는 단발성 실언이 아니라 하나의 논리 사슬이라는 데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유 능력을 부정하고("체계가 없다"), 설득 가능성을 차단한 뒤("사실·논리로 안 깨진다"), 강제를 처방하는("권력으로 제압") 구조라는 것이다. 설득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설득 대상에서 먼저 지워놓고 제압을 결론으로 꺼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를 두고 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정치 성향만 다를 뿐 전두환식 통치 논리와 다르지 않다", "방송에서 특정 세대를 진압·제압 대상으로 규정하는 것을 본 것은 처음"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다수 의석을 앞세워 검열·통제 법안을 밀어붙이겠다는 뜻 아니냐"며 입법 독주 우려로 받아들이는 반응도 있었다.
대학 강단의 교수가 제자 세대를 악마화하나…"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치려고"
특히 정 교수가 현직 대학 겸임교수라는 점에서, 발언의 진정성과 교육자로서의 처신을 문제 삼는 반응이 두드러졌다. "이런 발언을 해놓고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치려는 것이냐", "다음 주에 학교에 가면 학생들이 반겨주겠느냐"는 등 강의 자체의 설득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반응이 잇따랐다. 특정 세대를 '제압' 대상으로 규정한 사람이 바로 그 세대를 가르치는 자리에 있다는 모순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비판의 무게는 발언자의 이력에서 비롯된다는 분석도 있다. 정 교수는 MBC 시사 토론 프로그램 '100분 토론'의 15대 진행자로 2020년 8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만 4년 2개월간, 정규 편성분 기준 192회를 진행했다. 손석희 전 JTBC 사장에 이은 두 번째 최장수 기록이다. 세대와 진영을 아우르는 공론의 장을 4년 넘게 책임졌던 미디어 비평 학자가, 정작 특정 세대를 향해서는 토론이 아닌 '제압'을 처방했다는 점에서 비판이 가볍지 않다는 지적이다. '100분 토론'을 내보낸 MBC는 공영방송임에도 보수 진영으로부터 친여(親與) 성향이라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온 곳이다. 다만 MBC는 편향성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 입장이며, 정 교수의 하차에 대해서도 계약 만료에 따른 진행자 교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같은 방송에서 정 교수는 민주당을 향해 "이미 기득권으로 비치는 강한 정당", "오만하고 과격한 소수 정당의 모습을 버리고 중도로 확장해 안정적 지배정당이 돼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검찰 관련 공소취소 추진 등을 두고는 "대통령에게도 정당에도 좋지 않다", "국회의원이 나설 일이 아니다"라며 정파적 행보를 경계하는 분석도 내놨다. 무조건적 진영 옹호로만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가능한 대목이다.
그러나 이런 진단과 별개로, '몽둥이'·'제압'이라는 표현 자체가 토론과 설득을 전제로 한 민주적 공론장의 언어로 보기 어렵다는 반론이 맞서는 한편, 정 교수의 발언이 청년층 전반이 아니라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조롱하는 일부 집단을 겨냥했고, 물리적 폭력이 아니라 법·제도라는 합법적 수단을 강조한 취지라는 옹호론도 함께 나온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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