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하면 그럴 수도”·“터지면 두드려맞죠” 발언 논란… 검수 부재·외주 의존·컨트롤타워 공백
6·3 지방선거 충남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충남 천안시 서북구 불당동 일대에 게시된 선거벽보에서 김태흠 국민의힘 후보의 사진과 후보자 정보가 통째로 빠진 채 최소 72시간 동안 방치된 사실이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후보 사진 바로 옆 자리가 3일 내내 공백으로 남아 있었음에도 천안 서북구선거관리위원회는 유권자 제보가 들어오기 전까지 이를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선거 공정성을 책임져야 할 기관의 기본 검수조차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제보자에 따르면 선거벽보 게재 기간이 시작된 지난 21일부터 불당동 일대 일부 게시판에는 김태흠 후보의 사진과 후보자 정보가 누락된 상태로 벽보가 부착돼 있었다. 제보자는 23일 해당 사실을 발견해 선관위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후 관계자가 현장에 출동해 기존 벽보를 통째로 교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보자는 “부분 수정이 아니라 이미 제작된 전체 벽보를 교체하는 방식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안은 단순 현장 착오 수준을 넘어 선거관리위원회의 검수 체계 붕괴와 외주 의존 구조, 책임 회피식 대응이 한꺼번에 드러난 복합 부실로 확인됐다.
◇ “두드려맞죠”… 선관위가 스스로 입 밖에 낸 관행의 고백
취재 과정에서 드러난 선관위 직원들의 대응 태도는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천안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2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람이 작업하는 거니까 실수하면 그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 선관위가 다 외주를 준다”, “이런 거 몇 번 터져서 조사해봐도 다 실수”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이런 거 터지면 또 두드려맞죠”라고 말하기도 했다.
선거벽보는 후보자의 얼굴과 공약을 유권자에게 전달하는 대표적 법정 홍보물이다. 특정 후보의 사진과 정보가 통째로 빠진 상태로 수일간 노출됐다면 단순 실수가 아니라 후보 간 정보 접근 불균형과 유권자 알권리 침해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선관위 내부에서는 이를 반복되는 민원 정도로 인식하는 듯한 반응이 확인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선관위가 외주업체 책임만 강조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검수 책임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관위 설명대로라면 게시 이후 현장 사진 보고와 확인 절차가 존재해야 한다. 그런데도 김태흠 후보 사진이 빠진 벽보가 3일간 그대로 노출됐다는 것은 보고를 받지 않았거나, 보고를 받고도 확인하지 않았거나, 확인 후에도 방치했다는 의미가 된다.
어느 경우든 관리기관으로서 기본 검수 기능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 “담당자 부재”… 선거기간 컨트롤타워도 공백
본지가 천안 서북구선거관리위원회 측에 경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도 책임 있는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전화를 받은 정치자금 회계 안내 요원은 “주무관님과 계장님이 모두 부재중”이라며 “확인 후 연락드리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선거운동 기간 핵심 현안이 발생했지만 즉각 설명하거나 대응할 책임자는 연결되지 않았다.
앞선 통화에서는 선관위 관계자가 “한 명이 사전투표·계도·신고 접수·선거방송토론 업무까지 다 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력 부족은 면책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거벽보는 후보자 간 형평성과 직결되는 핵심 공적 업무다. 특히 충남도지사 선거처럼 관심도가 높은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특정 후보 사진 누락이 며칠간 방치됐다면 선관위의 기본 관리 체계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 과거 전국 선거에서도 특정 후보 벽보 누락과 공보물 오류 사례는 반복돼 왔다. 그러나 선관위는 그때마다 “현장 작업자의 단순 실수”라는 해명을 되풀이해왔다.
선관위는 문제 제기 직후 현장 벽보를 급히 교체했지만 경위 설명과 공식 사과, 전수조사 계획은 내놓지 않고 있다. 결과적으로 “왜 특정 후보만 빠졌는가”, “사전에 인지하고도 방치한 것 아니냐”는 의혹만 키우는 모양새다.
본지는 천안 서북구선거관리위원회 측에 누락 경위와 관련해 공식 해명을 요청한 상태다.
충남=조준영 굿모닝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