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법적 성별 변경을 고민하고 계시기에 이 사이트에 들어왔으리라 짐작합니다. 법적 성별 변경은 트랜지션의 '마지막 관문'이나 '종착역'이 아닌, 앞으로를 살아가는 데 있어 하나의 터닝 포인트가 되는
이벤트일 뿐입니다. 성별을 변경한 이후에도 삶은 지속되니까요. 그렇다면 성별 변경이 '지금'의 '나'에게 적절한 선택일지를 고민해봐야겠죠.
자신에게 성별 변경이 필요할지는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이 가장 잘 알 것입니다. 법적 성별 변경은 트랜지션의 일부로서, 성별 불편감을 해소하기 위한 여러 수단과 방법 중 하나입니다. 어떤 정체성이든, 스스로
생각하기에 성별 변경을 통해 이 불편감이 해소될 수 있다고 느낀다면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만약 성별 변경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계시다면, '지금' 혹은 언제가 적절할 시기일지도 고민이 되실 것 같아요.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에게 적절한 때가 언제인지입니다. 만약 사회적 관계나 직업적 커리어 등 많은 게 축적되고 얽혀 있는 상황이시라면, 혹은 그럴 예정이시라면, 변경하기를 쉽게 결정하기 어려울 수 있을 것 같아요. 혹은 일찍이 성별을 변경하여 (원치 않을 때 트랜스젠더임이 알려지진 않더라도) 평소에 자신이 트랜스젠더임을 감추고 사는 생활을 오래 지속하다보면 답답함을 느끼기 쉬워질 것 같기도 하고요. 흔히 '군대'와 '임신'으로 대표되는 성별에 대한 이야기부터, 친밀한 관계에서 어떻게 오픈해야할지까지 많은 고민이 생길 것입니다. 그러한 주제 때문에 곤란한 상황에 대처하는 법을 차근차근 배워야 할 테고요.
전체 과정 소개 - 절차 알아보기의 3번에서 살펴보게될 기존 사무처리지침에서 언급되는 서류들을 만약 갖추지 못한 경우라면, 사무처리지침의
개정이나 다른 판례가 생길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나을지 지금이라도 넣는 게 나을지도 고민이 될 것 같아요. 지금 넣었다가 괜히 '희망 고문'을 당하는 게 아닐까도 걱정도 될 테고요.
아래에서는 법적 성별 변경의 결과로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알아볼 것입니다. 해결되는 문제, 여전히 남아있을 문제, 그리고 상황에 따라 고려해야할 부분들까지 정리해보았습니다. 본격적으로 고민을 시작해
볼까요?
성별 변경으로 해결되는 것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과 주민등록번호를 비롯하여 모든 공문서상 성별 표기가 변경됩니다. 주민등록등초본이나 부동산등기부등본과 같은 공문서, 연말정산 등 세무 관련이나 4대보험(
국민건강보험·국민연금·고용보험·산재보험)과 같은 사회보장제도에서도 변경된 성별과 주민등록번호가 반영됩니다. 또한 은행, 보험, 주식과 같은 금융기관이나 사립학교나 사설자격증 등 민간영역에서도 성별표기와
주민등록번호 변경이 가능해집니다.
성별에 따라 다른 법적 권리나 의무 역시 바뀌는 부분이 생깁니다. 예를 들어 남성에서 여성으로 변경 시 병역 의무 대상이 아니게 되는 반면, 여성에서 남성으로 변경 시 병역 의무 대상으로서 통상 민방위에
편입됩니다.
성별 변경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
공문서의 성별과 주민등록번호가 변경되므로, 예를 들어 출신학교의 졸업증명서나 회사 경력증명서 등을 요청할 때 주민등록번호 변경 사실을 알리고 이를 반영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출신학교 이름을 변경할 수는 없기 때문에 학교명에 ‘여자’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발생하며, 이로 인해 취업 등 이력서 작성시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게 되기도 합니다.
또한, 현재 한국에서는 동성간 혼인이 법적으로 인정되고 있지 않습니다. 만약 현재는 법적으로 이성 커플이지만, 성별 변경을 통해 동성이 되는 경우라면 법적 혼인을 할 수 없게 됩니다. 다만, 2024년
10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동성인 배우자의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였으며, 현재 이성 부부와 같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동성 부부의 법적 지위는 더 논의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성별 변경으로 해결될 수도 있는 것
성별 이분 공간 이용 문제
화장실, 목욕탕, 탈의실과 같은 일상의 성별이분공간을 이용하는 경우 보통 보여지는 외형에 따라 이용하게 되지만, 신분증 확인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애매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문제는 성별 변경이 되었는가
여부만으로 모든 어려움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지만, 훨씬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대인관계에서의 커밍아웃 및 디스포리아
법적 성별 변경은 자의와 다르게 자신이 트랜스젠더임이 드러나는 일을 줄여줄 수는 있습니다만, 이는 '시스젠더가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물론 여타 시스젠더들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살고자 한다면 그럴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트랜스젠더로서의 자신을 어떻게 드러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고민일 것입니다. 또한 법적 성별 변경이 일부 디스포리아는 해결할 수 있을지라도, 모든 디스포리아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습니다. 특히 법적 성별과 별개인 물리적 신체에 관한 디스포리아 등이 그러할 것입니다.
성별 변경 시 고려점
변경 기록이 남는 문서
공문서 중 기본증명서, 주민등록초본에는 성별 변경 사실이나 주민등록번호 변경 사실이 기재될 수 있습니다. 이를 원치 않는다면 주민등록초본의 경우, 발급 시 '전체 발급'을 선택해서는 안 되며, '선택
발급'에서도 '개인 인적사항 변경 내용'에 체크를 해제해야 합니다. 또한 복무 내역이 있는 경우, 법적 여성일지라도 주민등록초본의 '병역 사항'에 해당 내역이 나오게 되니 이 또한 체크를 해제해야 합니다.
직업 경력
경력을 쌓아가던 중 법적 성별이 변경되어 주민등록번호도 변경된 경우, 경력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발급처에 변경 전 주민등록번호를 같이 알릴 수밖에 없습니다 (주민등록초본에 '개인 인적사항 변경 내용'이 나타나게 발급받으면 과거 주민등록번호가 병기됩니다). 이를 원치 않는 경우, 기존의 경력은 단절될 수 있습니다.
성별 이분 공간 이용 문제
화장실, 목욕탕, 탈의실과 같은 일상의 성별이분공간을 이용하는 경우 보통 보여지는 외형에 따라 이용하게 됩니다. 그러나 어떤 성별이분공간은 공간 이용 자격을 확인할 때 신분증을 확인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경우에 따라 성별 변경 시 기존의 성별로 이용하던 곳에서 제한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보험
의료 보험은 성별에 따라 보장항목이 달라지는데, 성별 변경 후 가입한 사보험에 내 신체(예를 들어, 트랜스남성의 자궁암 치료 보장 등)와 관련된 항목이 없어 곤란할 수 있습니다. 보험 가입 시 보장 내역 및
약관을 면밀히 살피는 것이 좋습니다.
법원의 결정 - 허가에도 자세한 내용이 나와 있습니다.
사보험뿐만 아니라 국민의료보험도 성별에 따라 질병 코드를 입력할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법적 남성인 트랜스 남성의 자궁 질환 등) 이러한 경우 질병 코드 입력 자체가 안 되기 때문에
병원비가 비보험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세한 것은 병원에 문의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출생신고 시 부모 기재
이미 자식이 있는 경우와, 새로 낳는 경우로 나눠 설명합니다.
자신의 직계비속이 있는 경우에는 그가 미성년자인가 아닌가에 따라 결정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법원은 2011년 ‘미성년자 자녀가 있는 경우’ 성별 변경을 허가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하였으나, 2023년
이 판단을 변경하여 ‘미성년자 자녀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성별 변경을 허가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러한 경향을 보았을 때 지방법원에서는 미성년자 자식이 있는 경우 그와의 관계 등 여러
상황을 살펴본 후 허가 시 그에게 불이익이 크다고 보면 허가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법적 성별 변경 후 가족관계등록부상 ‘부’, ‘모’, ‘자’의 가족관계 표기는 변경되지 않지만, 주민등록번호는 변경된 번호가 표기됩니다. 특히 자녀가 있는 경우, 자녀가 자신의 가족관계등록부를 떼었을 때
주민등록번호가 뒷 첫자리가 1 혹은 3 등으로 표기된 ‘모’, 또는 주민등록번호 뒷 첫자리가 2 혹은 4 등으로 표기된 ‘부’가 표기됩니다. 이는 앞으로 행정적으로 시정되어야 할 문제로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한편, 법적 성별 변경 후 법적 남성이 자식을 낳는 경우 그 자식의 가족관계등록부에 부모의 표기가 어떻게 되는가는 아직 사례나 제도적 논의가 없는 상태입니다. 추정해본다면, 아동 인권의 측면에서 출생 신고가
수리는 될 것으로 보이지만, 트랜스남성이 ‘부’로 기재될지 '모'로 기재될지는 아직은 알 수 없는 실정입니다.
성별 재변경 가능성
현재까지 법원은 이분법적 성별을 전제로 법적 성별이 유동적으로 바뀌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많은 판사들이 성별 변경을 허가할 것인지 판단할 때, 당사자가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거나
미래에 뒤바꿀 가능성은 없는지를 염려하여 보수적으로 판단합니다. 아직 성별 변경 후에 다시 변경 신청을 하여 태어날 당시의 지정 성별로 재변경을 하거나 기각당한 사례가 확인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