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적 글쓰기는 원론적으로 어쩌고... 위키라는 매체의 특징은 어쩌고...는 지루하고 현학적이니까 다 빼고, 그냥 한 가지 사례만 하나 들어봄.
옛날 리그베다위키 시절에, 한국에서 태어나서 지금은 일본에서 살고 있는 친일파 홍길동(가명)의 항목명 관련해서 키배가 있었음.
어떤 쪽에서는 이 자의 이름을 일본 한자식으로 읽은 '고키치도'라는 표기를 밀었고, 어떤 쪽에서는 한국 한자식으로 읽은 '홍길동'을 써야한다고 주장했고, 어떤 쪽에서는 "외국인의 이름은 본인이 불러 달라는 대로 해줘야 한다"는 규정을 인용해서, 홍길동 본인이 자기 이름을 가타가나로 표기한 것(ホン・ギルドン)을 그대로 다시 한글로 읽어서 '혼기루돈'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음.
이때 '혼기루돈'를 주장한 사람들의 주장을 잘 보면, "이 사람은 한국인 취급도 해줘서는 안된다"는 비꼼이 기저에 깔려있는 걸 알 수 있고, 실제로 그런 뜻으로 창조해 낸 표기였음. 어디서 누가 썼던 게 아니라, 그냥 '홍길동'이라는 표기가 싫다는 일념 하나로 그냥 그 자리에서 만들어낸 근본 없는 표기라는 거지.
아무튼, 결국 토론의 결론은 제1안이자, 여권에 쓰여있다는 일본식 한자음을 기반으로, '외국인의 이름은 성과 이름을 띄어쓴다'는 다른 규정을 적용한 '고 키치도'로 정해졌음. 그리고 그런 키배가 있어서 항목명이 정해졌다는 내용이 항목 내부에 들어갔음.
근데 문제가 뭐냐면, 이제 세월이 지나면서 계속 항목이 수정되고 하면서, 전후맥락을 모르는 사람들이 항목을 건드리다보니 '이 사람이 과거를 부정하려고 본인 이름을 '혼기루돈'이라고 일본식으로 쓴다더라', '원래부터 혼기루돈이라고도 한다더라'라는 식으로 잘못 퍼져나가고 있었다는 말이지.
그냥 이 사람은 예나 지금이나 쭉 본인을 '홍길동'이라고 했던 거고, 그냥 한글을 일본어로 옮기다보니 발음표기가 일본어 식으로 쓰인 거 뿐이야. 이 사람은 과거를 부정한 적이 없고, 오히려 본인의 과거가 최고 세일즈포인트야.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이 말해 주는 한국의 나쁜 점'을 팔아서 먹고 살고 있는 사람이고 본인 과거를 누구보다도 잘 써먹고 있는 사람인데, 갑자기 그 과거를 부정하는 사람이 됐음. ㅋㅋㅋ
결국 이 오류는 키배가 있은지 7년도 넘게 항목에 실려서 리그베다위키를 넘어 나무위키까지 이어져 오다가, 틀린 내용이 퍼져가고 있다는 걸 당시 관련자 중 한 명이 뒤늦게 알게 된 다음에야 정확한 내용으로 수정되었음. 하지만 그 동안은 누군가가 만들어낸 근본없는 표기법이 원래 그렇게 쓰이던 것처럼 세간에 퍼져나가고 있었던 거지.
누가 잘못 알고 잘못 써놓은 거 고치는데 7년이나 걸렸다는 이 사례만 봐도, 나무위키라는 게 함부로 믿으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지. 반드시 믿을만한 다른 정보원이랑 팩트체크 해 봐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