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인터넷에서 영국이 혐성국으로 까이는 건 기본적으로는 일종의 웃고 즐기는 밈의 수준이지만, 그 밈이 그냥 허공에서 막 생겨난 음해는 아님. 분명히 그렇게 까일 만한 음해의 소재가 넘쳐나는 국가임. 단적인 예시 2가지만 들어보면 대충 이렇다.
사례1. 20세기 초 영국은 이란에서 부패한 관료들과 결탁하여 석유를 포함한 이권을 빼먹고, 겸사겸사 러시아의 확장도 견제하려고 하고 있었음. 카자르 왕조 시절에는 러시아랑 대충 협상해서 이란을 남북으로 갈라서 이권을 빼먹고 있었고, 2차대전 때는 소련과 함께 손잡고 중립을 선언한 이란을 침공해서 레자 샤 팔라비를 퇴위시키고 전쟁 끝날때까지 이란을 점령하기도 함.
그 이후 1953년에 이란 의회에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모사데크 총리가 석유 국유화를 선언하고 그 수익으로 개혁을 시도하려 하자, '모사데크를 소련 공산당이 지원한다'며 거짓말로 미국을 선동해서 모사데크를 실각시키고 개혁을 좌절시킴. 이런 지속적인 영국의 패악질을 겪은 이란인들은 기본적으로 서방세력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을 가지게 되고, 이는 이란 혁명 이후 서방의 제도인 민주주의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져 이란이 신정국가가 되는 데 간접적인 영향을 미침.
사례2.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영국은 그 동안 당장 독일과 싸울 배가 모자라다는 이유로 오스만 제국에 팔기로 했던 드레드노트급 전함 2척을 강탈함. 오스만 제국은 이 전함들의 값 275만파운드를 이미 지불했고, 배를 인수하기 위해 수병들도 파견해놓은 상태였는데 통수를 맞았음. 이 당시 오스만 제국에서는 친독파와 친영파가 서로 싸우는 중이라 어느 쪽 편에 설 지가 딱히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영국이 이렇게 배신을 하니 여론은 친독으로 확 기울었고, 결국 오스만 제국은 독일 편을 들어 전쟁에 참전하기로 함.
자기들의 병크 때문에 진짜로 새 적국과 추가 전선이 생긴 영국은, 이제 메카의 후세인과 접촉해서 아랍 민족국가를 세워주기로 하고 오스만에 대항해 반란을 일으키게 함. 당연히 이 아랍 민족국가를 세워주겠다는 약속 또한 지켜지지 않았음.
이 사례들을 포함한 영국의 모든 패악질 사례에서 보여주는 기본적인 사고방식은, "도덕이니 신의니 그딴 건 모르겠고 아무튼 우리의 이익이 제1순위이며, 나머지는 내 알 바 아님"이라는 이기심과 무책임임. 이건 사실 따져보면 비단 영국만 그런 건 아니고, 사실 소위 강대국이라는 나라들의 기본소양에 가까움. 그냥 정도와 빈도의 차이가 있을 뿐. 근데 영국은 워낙에 세력이 크고 넓었기에 이런 식의 사례가 지나치게 많음.
다행히(?) 한국은 영국과 워낙에 멀었기 때문에 이런 패악질을 직격으로 당한 건 아니라, 이에 대한 반감이 적은 것도 사실임. 한국전쟁때 영국이 많이 도와줬던 것도 사실이고, 그 이후로도 영국보다는 미국의 세력권에 속했기 때문에 추가로 사이 나빠질 일이 없기도 했고. 그러니까 이런 게 '밈' 수준인 거지. 한국이 대충 인도차이나 반도 그 근처쯤 있었으면 이게 그냥 웃고 즐기는 수준이 아니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