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는 본문과 관련이 없습니다. 아마도....)
수아레스(Francisco Suarez, 1548~1617)는 시민 사회의 기원과 관련해서, 아리스토텔레스, 성 토마스, 빅토리아(Francisco de Victoria)가 제시한 사회의 자연적인 기원에 대한 고전적인 명제를 다시 제시했지만, 그는 이러한 사회를 '정치 국가'(status politicus)라고 최초로 표현한 인물로 추정된다. 빅토리아와 마찬가지로, 수아레스에게도 정치권력은 공동체로 직접 귀속된다. 공동체는 이 권력을 군주에게 양도하지만, 수아레스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사색적인 정당성을 부여했다. .......
"공권력은 오직 자연법에 힘입어 개인들로 구성된 공동체 안에 있다. 이러한 권력은 사람들 가운데 있지만 여러 개인들 사이에 있지 않으며, 특별히 어떤 한 개인에게 있지도 않다는 점을 살펴봄으로써 이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권력은 공동체 전체에 있다." (Francisco Suarez, De legibus, ac deo legislatore, III, 2, 3-4)
그러나 사회가 이 권력의 첫 번째 원천은 아니다. 그 근원적인 원천은 이 권력을 있게 하는 분, 곧 하느님이다. "권력은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직접 주신 것이다." 그러나 통치 형태에 대한 규정이나 통치자들에 대한 임명이 하느님에 의해 직접 이루어지는 아니고 공동체에 의해 이루어진다. "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 이 권력을 주시는 방식과 관련해서, 무엇보다도 자연에 뒤따르는 고유한 것으로 이를 허락하신다. 즉 형태를 통교하면서 형태에 뒤따르는 모든 것을 통교해 주신다. ... 인간은 이성을 사용할 수 있도록 창조되었다는 사실로 인해 그 자체로 자신에 대한, 자신의 기관들에 대한, 그 기관들이 필요로 하는 여러 지체들에 대한 통제권을 갖는다. 그러므로 인간은 본성상 자유로운 존재이다. 즉 그는 자기 행동의 노예가 아닌 주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정치 기구는 구성된 순간부터 자신을 통치할 권력을 가지며, 따라서 자신의 구성원들에 대한 권력, 곧 특별한 권리를 갖는다. 이와 유비적으로, 자연의 창시자께서 가까운 원인, 다시 말해서 인간을 출산한 그의 부모들을 이용해서 모든 사람에게 자유를 주신 것처럼, 또한 자연의 창시자께서는 인간 사회에 이 권력을 통교하셨다. 그러나 이 권력은 완전한 공동체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의지와 개입과 동의 없이 이루어지지 않는다."(Ibid., c.3.)
"이제 우리는 지금까지 언급한 것을 바탕으로, 어느 한 사람 또는 군주의 손 안에 있는 ㅡ 합법적으로 그리고 정해진 규범에 따라 그에게 주어진 ㅡ 시민 권력을 볼 때마다, 그 권력은 가까이 또는 멀리서 백성 그리고 공동체로부터 유래한다고 보아야 한다. ... 그러므로 그러한 권력은 인간 본성 자체에 뿌리내린 한에서 공동체에 직접 자리한다. 또한 같은 견해는 이 문제의 여러 측면을 포괄적으로 열거함으로써도 설명될 수 있다.
왕권의 첫 번째 위임은 직접적으로 하느님에게서 유래한다. 곧 무엇보다 먼저, 문제의 권력이 하느님 자신에 의해 왕들에게 직접 부여된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부여는, 사울과 다윗의 경우에서처럼 실제로 일어난 적이 있기는 하지만, 권력이 수여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는 어디까지나 예외적이고 초본성적인(초자연적인) 경우였다. 반면 섭리의 통상적이고 일상적인 질서 안에서는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본성적(자연적) 질서 안에서 인간은 시민적 사안에 관하여 계시에 의해 통치되는 것이 아니라 본성(자연) 이성에 의해 통치되기 때문이다. 또한 다니엘서 4장에서 하느님께서 당신 뜻대로 왕국을 주시고 바꾸신다고 말한 구절이나, 이사야서 45장에서 하느님께서 키루스를 왕으로 세우셨다고 선언한 구절, 더 나아가 그리스도께서 빌라도에게 “네가 위로부터 받지 않았으면 나에 대해 아무런 권한도 없었을 것이다.”(요한 19장 11절)라고 말씀하신 구절을 들어, 이에 대해 유효한 반론을 제기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이 구절들의 뜻은 단지, 언급된 모든 사건이 하느님의 특별한 섭리를 통해서만 일어난다는 것, 곧 하느님께서 그것들을 친히 정하시거나 혹은 허락하신다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아우구스티누스가 말했듯이(『요한 복음 강해』 제6강, 1장 25절 및 『파우스투스 논박』 제22권 74장), 이 사실은 그러한 권력의 수여와 이전이 인간의 매개를 통해 집행되는 것을 결코 배제하지 않는다. 마치 제2원인들을 통하여 산출되는 다른 모든 결과들이 궁극적으로는 하느님의 섭리에 우선적으로 귀속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Ibid., c.4.)
... 수아레스는 '국제법' 분야와 관련해서 이러한 권리에 대한 근본 원칙을 설정했다. 그 원칙이란 인류의 상대적인 정치적 통일이다. 세계의 여러 나라들은 하나의 거대한 가족을 형성하며, 절대적으로 이 나라들은 자족한다고 해도 서로를 필요로 하지 않은 채 존재하거나 살 수 없다. 따라서 모든 시대에는 정치 국가가 지닌 고유하고 참된 권리에 따라 조율된 국가 간의 연합과 상호 관계가 있다. 이러한 법 규점은 한편으로는 대사들의 면책 특권, 자유 무역, 휴전 승인처럼 관습에 의해 규정된 것이 있다. 빅토리아가 세계적인 저이 기구, 곧 세계적인 정치 국가에 대한 자연스러운 요청을 암시한 반면, 수아레스는 인류와 관련된 정치 기구 그리고 주권을 지닌 독립 국가들 간의 관계에 대해 언급했다. 그를 통해 국제법 철학의 기초들이 결정적으로 세워졌다.
-바티스타 몬딘Battista Mondin, 『신학사』Storia della teologia (1996) 제3권, 윤주현 번역, 가톨릭출판사, 2018, pp.506-509.
※ 수아레스의 마지막 발췌문은 몬딘의 책에서 앞부분만 인용됐는데, 의도적으로 내가 더 인용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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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초 이베리아 신학/철학계는, 중세 스콜라학이 살아남은 최후의 보루였음.
이 어떻게 보면 뒷북이고, 어떻게 보면 올드스쿨의 낭만이 넘치는 학파를, 철학계에서는 '바로크 스콜라'라고 부름.
이 바로크 스콜라 대표학자가 프란시스코 수아레스(Francisco Suarez)인데, 수아레스는 고전적 왕권신수설을 다음과 같이 본인 스타일로 정리함:
1. 모든 정치권력은 하느님으로부터 유래한다.
2. 정치권력의 형태를 결정하고 통치자에게 위임하는 건, 하느님으로부터 시민공동체에 위임되어있다.
3. 따라서 왕권은 하느님으로부터 유래하지만, 실정법적으로는 통치 형태와 통치자 지명이 시민공동체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사실 이런 견해는 근본적으로 토마스 아퀴나스의 정치론을 변주한 것임. 하지만 법을 "공동체의 책임을 진 사람에 의해 공포된, 공동선을 위해 준비된 이성의 명령"(ordinatio rationis ad bonum commune ab eo qui curam communitatis habet promulgata, 신학대전 I-II, q.90. a.4.)이라고 배타적인 차원에서 이성의 행위로 정의한 토마스와 달리, 수아레스는 법이 반포 과정에서 입법 의도가 시민에게 제시되어 효력을 얻게 되는 일련의 체계로 보고, 근본적으로 시민 공동체의 '의지의 작용'으로 법을 해석했음. 그리고 이 '의지의 작용'에서 통치의 형태가 결정되고, 통치자가 지명되어서, 하느님으로부터 권력을 얻음으로써 왕권이 성립한다고 봤음.
근본적으로 수아레스의 이 견해는 분명하게 왕권신수설이고, 중세 철학의 전통에 완전히 충실하고 있음. 하지만 동시에, 그 누구에게도 (부정적 의미에서의) '중세적'이라 폄하당할 수 없는 세련됨을 갖추고 있음.
댓글 영역
이게 다 배은망덕한 계몽주의자 때문이다(맞음)
그냥 정보탭 다는 게 어떰
바꿈
대붕이는 갤러리에서 권장하는 비회원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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