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눈팅만 하다 처음으로 글 써본다
퇴근길 길이 뒤지게 밀리길래
도움이 될진 모르겠지만,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있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서
긴 글이 될 것 같아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나는 내가 느끼는 심하지 않은 디스포리아와 내가 정말 트랜스가 맞는지에 대해 오랜 고민을 했었다. (애초에 시스는 이런 고민을 몇 년간 진득하게 하진 않지)
그러다 내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중요하지 않고, 트랜지션을 함으로써 하기 전에 비해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면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어 트랜지션을 진행했다.
트랜지션 고민하는 사람들이 성장하면서 겪는 디스포리아에 대해서는 생략하겠다. 어차피 다들 비슷비슷하게 겪는 과정이기도 하고, 쓰다 보면 내가 누군지가 특정될 것 같기도 해서.
나는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진 퀴어에 대해 상당히 무지했었어서 트랜지션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었다. 그러다 퀴어 지인들이 조금씩 생기고 트랜스에 대한 개념이 잡혀가기 시작하면서 사실 나도 트랜스였던 건 아니었을까? 하는 고민을 하고, 트랜지션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직장인이 되어 있었지. 그래서 고민이 더 커졌어. 안정적인 직장을 얻었지만 직장 분위기가 워낙 보수적이라 그게 알려지게 되면 불이익이 상당히 크지 않을까. 건강적인 문제에 대한 걱정이 생기기도 했고.
애초에—생사를 고민해야 할 정도로 디스포리아가 큰 편도 아니었어. 성격이 무던하고 둔감한 편이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그런 상태로 고민만 하며 몇 년을 지내다, 트랜지션 진행 중인 지인과 대화를 하던 중 지인이 ‘고민이 어떻든간에 트랜지션을 함으로써 더 행복해질 수 있다면 하는 게 맞지 않겠냐‘ 는 뉘앙스의 말을 했었어. 정확히 문장이 어땠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게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어차피 한 번밖에 살지 못하는 인생이니 이왕이면 내가 하고 싶은대로 살아보자고.
그렇게 바로 정신과 예약을 잡았다. 사실 이미 사전 조사를 충분히 해서 진단서를 떼 준다는 병원에 갔었는데, 나한테 경미한 우울증이 있고 자기들은 진단서를 안 떼준다고 하더라고. 진단서도 진단서지만 일단은 우울증을 치료를 해야 하니 그대로 정신과를 반 년 정도 다녔어. 그러다가 정신과에 가서 다시 한 번 물었지. 진단서를 떼주실 수 있냐고. 그랬더니 가능하다 하시며 검사 날짜를 잡아주셨어. 추측컨데 이 병원에서는 F64 진단 기준 중 ‘6개월 이상의 성별 불일치감’ 에 관한 요소가 있으니 원장쌤이 그거에 대해 천천히 관찰하고 내가 지속적으로 성별 불일치감에 관한 언급을 해서 검사를 승낙해주셨던 건 아닐까 싶다.
검사를 받고, 결과 기다리는 동안에 살짝 쫄렸어. 나는 문항을 솔직하게 풀고 나왔는데 만약 검사 결과에서 F64가 안 나오면 어떡하지…? 하면서. 만약 그렇다면 내가 경미하게나마 겪었던 디스포리아라는 감정이 부정당하는 것 같가는 느낌이 들어서. 다행히 결과는 F64.0이 나왔어. 아주 깔끔하게 말이지.
집에는… 딱히 말씀드리진 않았다. 어차피 반대하실 거니까. 그래서 통보를 했지. 당연히 어이없어하셨지만 뭘 어쩔 수 있는데ㅋㅋㅋㅋ 이미 독립해서 나온 지 8년이 넘었고 경제적으로 독립한 지도 한참 됐으니
이런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독립 후 트랜지션을 강력하게 추천하는 바다.
아무튼 트랜지션 통보하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부모님과의 절연까지 생각하고 있었지만, 부모님과 사이가 나쁘진 않았던 편이라 관계를 끊고 싶지는 않았어. 그런 것 치곤 부모님을 열심히 설득하지는 않았지만, 어느 날 가장 반대가 심할 거라고 생각하던 아버지가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 “니 알아서 해라.”
지금도 집에 가면 어머니는 호르몬 좀 그만 꽂으라고 잔소리를 하시지만, 아버지는 모든 걸 체념한 건지 포기하신 건지 더 말을 얹진 않으시더라. 그것만으로도 상당히 선방한 기분.
아직 수술은 하지 않았고 n년간 HRT만 진행중이지만 내가 꽤나 변했는데도 불구하고 직장에선 따로 말을 얹지는 않더라. 그런다고 패싱이 되지 않는다기에는 내가 키 같은 외형 면에서는 패싱에 상당히 불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지만 의외로 패싱이 잘 되는…? 지정성별 화장실 들어가면 사람들이 나 보고 기겁함 하지만 어쩌겠어요 쉬가 마려운데
깨알같지만 부모님이 주신 이름도 중성적이지만 상당히 지정성별과는 거리가 먼 이름이라 마음에 들어. 개명 안 하고 쭉 쓸듯.
아무튼 뭐 그래 내 생각은
트랜지션이 고민된다면, 트랜지션을 함으로써 더 행복해질 수 있다면 해라(애초에 시스는 그런 고민 안 한다)
늦게 시작하더라도 모아놓은 총알이 많으면 심리적, 금전적으로 안정적이다
이 두 가지 정도로 정리될 수 있겠네
아무튼 이 챈 보면서 내 생각 정리하고 정보 알아보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 나도 앞으로 트랜지션 더 진행하고 수술 하면서 도움이 될만한 정보가 생기면 여기다 올릴게.
그리고 다들 행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