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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6::2006/02/17(金) 20:43:37 ID:HF1w1lyr0
이상한 기억이라고 할까, 지금도 선명한 기억이야.
초등학교 5학년 여름방학,
집 뒤편에 있는 큰 그라운드에서
여름방학 자유 연구인
[가까운 곳에 사는 곤충 리스트]를 만들고 있었어.
그러자 그라운드 구석,
땅이 콘크리트로 되어있는 곳에서
하수도로 통할 것 같은 녹슨 철문을 발견했어.
호기심에 손잡이를 잡고 열어보니까
밑으로 이어지는 사다리가 보여.
그걸 본 나는 모험 놀이가 하고 싶어져서
바로 집에 가서 손전등을 집어왔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 사다리를 내려갔어.
밑에 도착하자 바닥은 철망으로 되어 있었고
더 아래쪽에는 암거가 있는지 작게 물소리가 났어.
이상한 냄새는 안 났으니까 하수는 아닌 것 같아.
통로는 뒤쪽과 앞쪽, 두 방향으로 뻗어 있어서
일단은 정면으로 걷기로 했어.
손전등으로 발밑을 비추면서
설렘을 안고 한참을 걸어갔더니 (아마 20m 정도)
눈앞에 쇠창살이 나타나 앞이 가로막혔고
바로 옆에는 위로 올라가는 사다리가 설치되어 있었어.
[더 엄청난 걸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나는 실망하면서 사다리를 올라갔어.
[걸어온 거리로 봐서
도로를 사이에 둔 반대쪽 공터 근처로 나오겠지.]
이렇게 예상하면서
뚜껑을 열고 지상으로 나와보니까
내려갔던 곳과 같은 곳에 나왔고, 게다가 해질녘이었어.
들어갔을 땐 낮이었는데.
뭔가 무서워져서 일단 집에 가려고
그라운드를 뒤로 했는데 뭔가 이상해.
뭐라고 할까, 풍경이 애매하게 이상해.
대략적인 곳은 잘 아는 근처인데
항상 과자를 사던 잡화점이
처음보는 민가로 바뀌어있었고
마을회관이 병원으로 바뀌어있기도 했어.
도로 표지판도 처음 보는 이상한 마크로 변해있었어.
그래서 서둘러 집에 가봤는데 역시 애매하게 이상했어.
마당에는 거대한 선인장이 꽃을 피우고 있었고
스포츠카를 세로로 줄인 것 같은
묘한 디자인의 빨간 차가 주차장에 주차돼있었어.
현관 옆에는 초인종 대신
아래쪽으로 향해 있는 작은 레버가 튀어나와있고
다리가 네 개에 수염이 난 기린 같은 장식물이 문 양쪽에 서 있었어.
하지만 역시 우리 집이야.
세세한 부분은 다르지만 아무리 봐도 우리 집이었어.
문패도 분명 내 성씨였고…
뭔가 틀린 그림 찾기를 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어.
현관으로 들어가는 게 무서워져서
집 뒤쪽으로 돌아가서
부엌 창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니까
거실에 보라색 겉옷을 입은 아버지와
어째선지 우리 학교 음악쌤이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었어.
그걸 본 나는 그때 하던 드퀘3이 생각났어.
그 게임은 뒷세계가 있었잖아,
그게 생각나서 [뒷세계에 와버렸다!] 이렇게 생각했어.
허겁지겁 원래 있던 그라운드로 돌아가서
아까 그 지하 통로로 내려가 원래 왔던 길을 되돌아갔어.
진짜 식은땀 흘리면서 필사적으로 뛰어갔어.
늦으면 두 번 다시 못 돌아갈 것 같아서.
그리고 들어왔다고 추정되는 문으로 나와 무사히 돌아왔어.
이 일이 있은 후 너무 무서워서
그라운드에 가까이 갈 수 없게 됐어.
그라운드 쪽을 보는 것도 싫었어.
거기에 엮이면 어떠한 계기로 또 뒷세계로 가버리고
이번에는 돌아올 수 없게 되는 게 아닐까,
이런 생각 때문에 미칠 것 같았어.
그라운드를 피해서 살다가 이사를 가서
결국 그게 뭐였는지는 끝내 알 수 없었어.
그리고 반 년 전에 일 때문에 근처를 지나갈 기회가 생겨서
아직 있는지 들러봤어.
반은 주차장이 되어버렸지만 그 그라운드는 아직 있었어.
하지만 당시의 공포감이 플래시백돼서 역시 가까이 갈 수가 없었어.
이게 내 경험담이야.
읽기 힘든 긴 글이라 ㅈㅅ
어쩌면 꿈 같은 걸 착각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지만
어째선지 상당히 세세한 부분까지 기억하고 있어.
698::2006/02/17(金) 22:17:03 ID:EIK+fdqE0
그거 진짜로 [평행세계]라는 거잖아…
699::2006/02/17(金) 22:19:41 ID:0Myeywy90
존나 무섭다
-
오...흥미롭네요
저런곳을 발견하면 탐험하고 싶어지겠죠ㅋㅋ
그 세계에 있던 사람이랑 마주쳤으면 어떻게 됐을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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