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4 ::05/03/08 00:10:34 ID:Lt6Tujp00
그건 내가 5학년 때있었던 일이야.
우리 가족은 그 당시 아파트 3층에 살고 있었어.
그런데 어느 날 위에 살던 4층 사람이 이사를 갔어.
한밤중에 꽤 시끄러운 집이었어서,
솔직히 개꿀이라고 생각했어.
다음날, 동생이 날 그 4층 집 앞까지 끌고 가더니 좋은 걸 보여주겠대.
[이거 봐, 여기 집 문 열려있어]]
진짜네. 분명 살던 사람이 나갈 때 문 잠그는 거 까먹고
집주인도 체크하는 걸 까먹고 돌아가버린 걸 거야.
물론 가구 등은 다 빠져 있어서 이미 없었지만
우리 집이랑 완전 똑같은데
가구가 없는 집 안에 있으니까, 신기하게 두근거렸어.
우린 그 방을 비밀기지로 삼기로 했고
친구들한테도 비밀로 했어.
그리고 아마 3일 정도 지났던 거 같아.
예상외로 학교가 일찍 끝난 나는,
집 열쇠를 잊까먹고 나와버린 걸 깨달았어.
엄마는 출근했고 동생은 축구 클럽 때문에 저녁될 때까지 집에 안 와.
망했네, 어디서 시간 때우지.
그러자 갑자기 내 머리에 명안이 떠올랐어.
그 집에서 기다리면 되잖아!
얼마 전 동생이랑 거기서 놀았을 때,
트럼프랑 장난감 몇 개를 놔두고 나왔었어.
그걸 갖고 놀면서 동생이 집에 오길 기다리면 되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마음대로 그 집 문을 열었어.
……어? 뭐지 이게…!?
그 집에는 가구가 제대로 놓여 있었어.
누가 또 이사왔구나!
나는 황급히 문을 닫았어.
하지만 호기심에 살짝 문을 연 나는, 이상한 걸 깨달았어.
이 가구 구조, 방 분위기, 어째선지 반가워….
집에 들어가서 스티커 투성이인 냉장고를 보고서, 드디어 이해했어.
여긴 4년, 5년, 더 전일지도 모르지만 우리 집이었어.
왜 4층 집에 들어갔는데 4년 전 우리 집에 와있는 거야.
도무지 이해가 안 갔지만 그저 너무 반가워서,
어슬렁어슬렁 집 안쪽으로 들어갔어.
아, 이 TV 쓰고 있었는데, 내 책상 작네, 이 전화도―――
전화를 만지려고 한 순간
따르르르르르릉!
갑자기 전화가 울렸어.
순간적으로 받으려다가 손이 얼어붙었어.
4년 전, 우리 집에는 초등학교 5학년인 나는 없어.
그래서 나는 이 전화를 받으면 안 돼.
그런 생각이 드니까, 이 이공간이 갑자기 무서워져서
계속 울리는 전화를 외면하고 허겁지겁 도망쳤어.
몇 시간 후, 집에 온 동생이랑 같이 그 집에 들어가 봤지만
4년 전 우리 집은 있을 리가 없고,
좀 어스름한 가구가 없는 집이 펼쳐져 있었어.
하지만 벽장 안에 숨겨둔 트럼프랑 장난감은 결국 찾지 못했어.
지금도 문득 이 체험이 떠오르면 드는 생각이 있어.
만약 그때 내가 전화를 받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시답잖은 망상일 수도 있지만,
저쪽 세계는 의외로 언제나 달콤한 먹이를 준비하고
이쪽 세계 사람을 노리고 있는 걸지도 몰라.
얘기는 바뀌지만 많이 큰 나는 지금은 수험생이고
지금이 제일 공부가 괴로운 시기야.
지금, 그 집 전화가 울리면…
나는 그 전화를 받아버릴지도 몰라.
-
다른 세계 관련 얘기도 진짜 많이 모아뒀는데
이 참에 번역 좀 해야겠음
흥미롭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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