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시장, 바나나 파는 남매[조용철의 마음풍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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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를 먹으며 생각한다.

엄마 아빠는 있을까.
학교는 다니고 있을까.
라오스 낍을 조금 줄까.

전날, 메콩 강을 건너는 배 위에서
플라스틱 통을 짊어진 어린 남매를 보았다.
일곱, 여덟 살쯤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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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서 내린 오빠는
먼저 동생에게 음료를 사주었다.
나는 젤리를 건넸고
아이들과 눈인사를 나눴다.

시내로 걸어가던
남매의 뒷모습에 오래 눈길이 갔다.

다음 날 새벽 시장을 돌아
숙소로 돌아오는 길,
우리는 다시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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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와
우연처럼 다시 만난 인연,
어느 별에서 이어졌을까.

먹을 것을 주기보다
먹고 사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남매는 이미
자기 몫의 하루를 짊어지고 있다.

최선을 다해도
벗어나지 못하는 삶이 있다.

바나나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전생의 인연 따위 없다고
애써 마음을 접는다.

나는 늘 비겁하다.

촬영정보

라오스 루앙프라방 새벽 시장 길가에서 바나나를 파는 남매. 렌즈 24~240mm, iso 200, f5, 1/16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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