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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 ::2007/08/02(木) 19:00:06 ID:g8J70gWQ0
예기치 못한 때에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나면
사람은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게 돼.
이건 내가 얼마 전에 겪은 얘기야.
나는 그날 시내 백화점에 쇼핑을 하러 갔어.
백화점이라고 해도 큰 곳은 아니고
좀 오래된 작은 백화점이야.
비가 와가지고 평일 낮에는 손님이 별로 없었어.
나는 5층에 있는 신사 잡화 매장에서 사려던 물건을 샀고
이제 집에 가려고 엘리베이터를 탔어.
위에서 내려온 엘리베이터에는 손님 2명이 타고 있었어.
참고로 엘리베이터걸은 없어.
4층에 도착하자 두 손님이 다 내렸어.
엘리베이터에는 나 혼자 남았어.
그대로 엘리베이터는 계속 내려갔고 3층을 지나던 그때였어.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불도 꺼졌어.
아무래도 정전인 듯했어.
이때는 당황했어.
[으어어.]
이런 소리가 저절로 나오더라.
아무도 못 들어서 다행이야.
좀 있으면 다시 움직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진정이 안 됐어.
왜냐면 이 엘리베이터는 창문이 없었거든.
게다가 어째선지 비상등도 안 켜져서 완전 깜깜했어.
이 낡아빠진 백화점 같으니라고.
불빛이 필요해서 나는 폰을 꺼냈어.
그러자 어스름하게 밝아졌고, 어떻게든 안심이 됐어.
나는 엘리베이터에서 안쪽에 서있었는데
폰을 보다가 무심코 문 쪽을 봤어.
그러자 조작 패널과는 반대쪽 모서리에
누가 등을 보인 채 서있었어.
흔히 나오는 머리가 길고 흰 옷을 입은…그런 건 아니었어.
어두워서 색은 잘 알아볼 수 없었지만
원피스를 입은 단발 머리 여자였어.
나 말고 누가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을 리가 없는데
거기에 있었어.
나는 굳었어.
불과 몇 초겠지만 움직일 수가 없었어.
그걸 보고 싶지 않았는데
어째선지 시선을 돌릴 수가 없었어.
마음속으로 제발 뒤돌지 말라고 기도했어.
목소리도 내지 말아줘,
움직이지 말고 그냥 가만히 있어달라고,
그렇게 빌었어.
만약 그 녀석이 날 보거나
뭔가 분명 무시무시할 그런 목소리로 무슨 말을 한다면,
나는 영원히 비명을 지르게 될 거라고 생각했어.
내 비명소리로 미쳐버릴 거라고.
나는 폰을 닫았어.
이번에는 불빛이 무서웠어.
어이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 불빛 때문에 그 녀석이 날 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서서히 어둠에 눈이 익숙해졌어.
그 녀석은 여전히 구석에 머리를 댄 듯한 모습으로
내 쪽으로 등을 보이고 있었어.
나는 계속 굳어있었어.
식은땀이 엄청 났어.
…그러자 그 녀석이 움직였어.
등을 보인 채로 조작 패널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어.
걷는 느낌은 아니었어.
미끄러지듯이 소리도 없이 움직였어.
나는 어떻게든 비명을 참았어.
목소리를 삼켰어.
그 녀석은 조작 패널 앞에 섰어.
난 완전 벌벌 떨었던 것 같아.
이젠 안 되겠다고, 이젠 한계라고 생각했어.
그 녀석이 손을 들고 꼭대기층 버튼을 눌렀어.
분명 안이 어두웠는데 그 녀석의 손가락은 잘 보였어.
손가락은 손톱이 벗겨지고 너덜너덜했어.
그리고 천천히 내 쪽으로 돌아보더니
낮은, 아주 낮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어.
[몇 층에서, 떨어지시겠어요?]
죽은 사람의 얼굴이었어.
말로는 표현을 할 수가 없어.
나는 그것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어.
아니, 눈 같은 건 없었어.
검은 눈구멍을 봤어.
나는 한계를 넘어섰어.
내 몸이 비명을 지르기 위해 숨을 크게 삼켰어.
자 있는 힘껏…하던 그 순간,
불이 팟 하고 들어왔고
엘리베이터 가동 소리가 났어.
안내방송 소리도 들려왔어.
[일시적인 정전으로 인해 손님들께 큰 불편을~…]
그 녀석은 이미 거기에 없었어.
나는 무사히 엘리베이터 밖으로 나올 수 있었어.
나중에 옛날에 그 백화점 옥상에서
투신자살을 한 여자가 있었단 얘기를 들었어.
그런 오래된 건물에는 흔한 얘기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믿었어.
난 이제 그 백화점에는 안 가.
혼자 엘리베이터는 안 타.
다음번에는 무사할 것 같지가 않아.
그 얼굴과 그 목소리는 평생 잊을 수 없을 거야….
-
오 소름...
저도 창문 있거나 투명한 엘리베이터를 좀 무서워하는 편이라
이런 얘기 아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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