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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03/12/26 18:01
최근에 여기 사이트를 알게 돼서 이것저것 읽고 있었는데
[쿠네쿠네]랑 [모르는 편이 좋다] 이걸 읽고 진짜 깜짝 놀랐어.
나도 비슷한 걸 본 적이 있거든.
초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아마 추석이라 증조할머니 집에 갔었어.
증조할머니 집은 근처에 국도는 있지만 전철 같은 건 하나도 없는 시골이야.
아빠는 3형제 중 장남으로,
이번 법회는 증조할아버지 법회었어.
대충 법회도 끝나서 아빠랑 논 주변에서 놀고 있었을 때 얘기야.
먼 곳에 하얀 인간이 서 있었어.
정확히는 인간이 아니었을지도 몰라.
그건 구불거리고 있다기보다 바람에 온몸이 휘날리는 느낌이었고
그 이야기에 나온 것처럼 춤을 추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그게 갑자기 작아지기도 하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기도 하고,
기묘하게 움직이고 있었어.
아빠는 눈치를 못 챈 것 같길래
[아빠, 저게 뭐야?]
이렇게 손가락으로 가리켰어.
아빠는 그걸 보자마자 날 안고 미친 듯한 속도로 집까지 뛰어갔어.
다리가 별로 안 좋은 아빠가 필사적으로 땀범벅이 되어가면서 뛰길래
놀라서 도중부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
증조할머니 집에 도착하고 좀 있다가
아빠한테 그게 뭐였는지 물어보니까
[몰라도 되는 거야. 절대 친구한테 얘기하면 안 돼.]
이런 말을 들었어….
그날부터 3박 정도 증조할머니 집에 묵을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아빠가 집에 가자고 해서 돌아가게 되어버렸어.
평소에는 돌아가는 날이 되어도
더 자고 가라고 말해주는 증조할머니도 막지 않아서
어린 마음에도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어.
나는 집에 돌아오고 곧 고열이 났고
병원에서는 원인은 모르겠지만 폐렴이라고 진단해서
얼마동안 혼수상태에 빠졌어.
결국 병원은 손쓸 방법이 없다면서
계속 영양 링거만 맞고 있었대.
그런데 갑자기 의식이 돌아왔고 2주 정도 만에 퇴원할 수 있었어.
하지만 의사가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해서 얼마간 병원을 다녔어.
그리고 그 이후, 나는 증조할머니 집에 한 번도 가지 못했어.
친척 장례식에도 참석할 수 없었고
가족 다 같이 명절에 내려가는 일도 없어졌어.
이건 엄마가 해준 얘긴데,
아빠한테는 누나가 한 명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아빠랑 누나는 그걸 목격하고 말았나봐.
그리고 누나만 그걸 보려고 가까이 갔다고 해.
좀 지나 누나가 돌아왔지만,
시종일관 멍한 표정인 채로 꼭 폐인처럼 변해버렸고
아빠가 초등학교 3학년 때,
누나는 어딘가로 데리고 가버렸다고 했어.
엄마도 아빠한테 결혼하기 전에 딱 한 번 들은 얘기라는데
너네가 본 거랑 같은 게 아닐까 싶어.
-
오 오랜만에 쿠네쿠네 시리즈입니다
쿠네쿠네 시리즈는 다 번역한 줄 알았는데 아직 남아있는 게 있었네요
더 찾아봐야겠음
진짜 이런 이형의 존재? 중에서 저는 쿠네쿠네를 제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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