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역사물 중에는 옛날부터 사람들이 '호간비이키(判官贔屓、ほうがんびいき)'라고 부르는 정서가 있는 작품이 많음.
"호간비이키"를 우리 독음으로 읽으면 "판관편애"인데, 판관직을 맡았던 미나모토노 요시츠네에 대한 '편애'에서 출발해서 이름이 이렇게 붙었음.
요시츠네는 형 미나모토노 요리토모와 함께 헤이케를 무너뜨리는 데 크게 기여했지만, 형과 맞서다가 패배해서 죽은 무사임. 이 요시츠네는 가부키부터 현대 역사물까지 엄청나게 우호적으로 그려짐. 귀공자 스타일에, 요시츠네의 죽음에 사람들이 애통해하고... 반대로 요리토모는 피도 눈물도 없는 무뢰배처럼 그려짐. 에도 시대쯤의 창작물로 가면 아예 요시츠네는 절대적인 선, 요리토모는 악으로 이미지가 고정되기도 함.
하지만 실제 역사 기록들을 보면 정반대에 가까움. 요시츠네는 흉폭한데다가 무사들한테 인망이 높지 않은 반면에, 요리토모는 잔인했지만 적어도 무사들한테는 인망이 엄청나게 높았음. 요시츠네가 요리토모와 맞서 싸우려고 했을 때 무사가 안 모인 데는 이유가 있음.
이렇게 "약자나 패자의 위치에 놓였던 사람은 굳이 냉정하게 잘잘못을 평가하지 않고 동정적으로 바라보고 마는 현상"을 호간비이키라고 함. 현대에는 이런 정서가 없냐 하면, 여전히 요시츠네는 일본인들한테 인기 최고이고 관련 창작물도 계속 나오지만, 요리토모는 막부의 개창자인데도 인기가 바닥임.
역사적으로 봤을 때는 당연히 왜곡을 불러일으키는 정서임. 하지만 창작자들한테는 매력적인 정서인 것 같음. 일반적으로 역사 매체를 생각해 보면, '역사상의 패자가 주인공이 되는 작품이 뭐 있지?' 싶음. (반동인물이 되는 경우는 많아도) 애초에 그게 근본인 대역 빼고는 잘 모르겠음. 굳이 꼽자면 태조 왕건에서의 궁예가 가장 가까울듯.
근데 일본은 그런 정서가 있어서 그런지, 시대의 패배자들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 엄청 나옴. 요시츠네, 신센구미는 이제 하도 우려먹어서 국물도 안 나오고, 최근에 뜬 <도망을 잘 치는 도련님>은 읽어보면 작가부터가 멸망해 버린 호조 가문에 대한 호간비이키를 강렬하게 지니고 쓴 느낌이 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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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일본인들은 자기연민 성향이 강해서 약자(로 보이는) 진영에 자신을 투영한다나
그런것 치고는 또 정반대로 패왕 패업 이런것도 꽤 좋아하는게 아닌가 싶전데. 노부나가 꾸준히 우려먹는 모습만 봐도
혼노지
그래서 패배한 일제를 그렇게 빨아주는 건가?
그냥 흔한 if 놀이 아님?
딱히 일본만의 정서인지는 모르겠음. 언더 도그마라고 서양말로 뚝부러지게 설명되잖음 - dc App
대역갤의 단종에 대한 애호도 저 호간비이키의 일종이라 볼 수 있을거같은데 - dc App
근데 언더도그마는 아무래도 좀 콩글리시에 가까운, 주로 한국에서나 쓰는 말이라
저 요시츠네 애호랑 비교되려면 단종보다 이괄 미화급은 되어야지
근데 이런거 그냥 전세계 다 비슷한데 우리나라 특징은 ~~하다 이런식으로 설명하려고 하니까 용어만 달라지는게?
예시가 요시츠네이듯이 패자이지만 핏줄은 좋아야 성립됨
그래서 아마쿠사 시로 토키사다는 애호 못받는건가...
ㄴ그건 그 키리시탄을 빨아주기는 좀 그렇죠?
중국만 해도 항우라는 좋은 예시가 있는데. 인간백정 이미지는 거의 희석되고 상남자, 요절한 비운의 영웅, 패왕별희 뭐 이런것만 남지 않았나
미소년이라고 미소녀로 바꾸는 케이스도 일본이 많긴 하지
우리도 생육신, 사육신, 단종, 소현세자, 대원군, 민비 좋아하잖아. 그런거지.
대붕이는 갤러리에서 권장하는 비회원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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