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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돈키호테가 왜 위대한 기사문학인지 요약해줌.txt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6.02.01 18:37:23
조회 491 추천 2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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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에스파냐 기사문학'이란 장르를 짚고 넘어가야 함.


'기사문학'이라는 장르 그 자체는 에스파냐가 원조가 아니고, 『브루타뉴 이야기』(Matière de Bretagne, 브리튼 이야기)로 대표되는 프랑스산 문학들이었음.


근데 에스파냐는 이 프랑스산 장르에서, 불륜을 제거하고 끝없는 모험과 액션활극을 넣은 극한의 상업적 앤터테인먼트로 승화시켰음.


예를들어, 세르반테스 시절 최고 인기 소설이었던 『가울라의 아마디스』(Amadis de Gaula)의 1권 플롯 요약은 이랬음(『돈키호테』 펭귄판(전기순 번역) 부록에서 발췌):





가울라 왕국의 페리온 왕과 소브리타니아 왕국의 엘리세나 공주는 사랑에 빠진다.


이미 왕비를 두고 있던 페리온 왕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때문에 고통을 겪는다. 그들은 밤마다 몰래 성을 빠져나와 은밀한 사랑을 나누었고, 그 결과 사내아이가 태어난다. 연인들은 아기에게 아마디스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아이를 특별한 함에 넣어 강물에 띄워 보낸다.


미래의 영웅을 실은 배는 강물을 따라 떠내려가다 바다로 들어가 표류하는데, 화자는 이 과정을 긴장을 늦출 수 없을 만큼 세밀하게 묘사한다. 북해의 기사 간달레스가 아이를 발견하고, 그는 아이를 돈셀 델 마르(바다의 귀공자)라고 부른다.


돈셀 델 마르는 간달레스의 아들인 간달린과 함께 성장한다. 간달레스는 돈셀 델 마르를 용감한 기사로 키워냈고, 성인이 되자 돈셀 델 마르는 자신의 신분을 찾아, 즉 진정한 이름 아마디스를 찾아 사부를 떠나서 모험의 여정에 오른다.


얼굴이 시시각각 변하여 '얼굴 없는 마녀'로 불리는 우르간다는 돈셀의 보호자로서 그가 극복할 수 없는 시련을 맞이할 때마다 그를 도와준다. 마녀 아르칼라우스는 영웅의 적대자로 끊임없이 방해한다.


화려하고 험난한 과정을 통해 돈셀은 자신이 가울라 왕국의 왕자 아마디스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대브리타니아 왕국 리수아르테 왕의 딸인 오리아나와 사랑에 빠진다. 한편, 리수아르테 왕의 충성스러운 기사인 갈라오르는 오리아나에게 청혼하고 왕은 그것을 허락한다.


사랑을 위해 아마디스와 오리아나는 인솔라 피르메라는 (지구 끝에 존재하는 것 같은) 섬으로 도피한다. 연인은 아들을 낳고, 또다시 복잡한 이야기가 전개된 끝에 아들 에스플란디안은 리수아르테 왕의 궁전에서 성장한다.


에스플란디안은 어른이 될 무렵 가울라 왕국의 아마디스와 대브리타니아 왕국이 전투를 벌이게 된다. 갈라오르, 리수아르테, 에스팔란디안이 한편이 되어 아마디스를 상대한다. 아마디스와 갈라오르가 결투를 치르고 얼마 후에 아마디스는 갈라오르가 자신의 배다른 동생임을 알게 된다.

_다음 이야기는 2권에서 계속!






이런 극한의 상업적 모험활극들은 곧 전 유럽을 강타하여, 비록 기사문학의 원조는 아닐지언정 마치 (애니메이션에서 재패니메이션의 위치처럼) 에스파냐산 기사문학은 하나의 독특한 카테고리를 형성하게 됐음.


기사 문학의 원료는 프랑스였지만, 그것을 규격화된 문법, 상업적 재생산 구조, 열광적인 팬덤을 갖춘 '독자적 문화 상품'으로 가공해 전 유럽에 뿌린 것은 에스파냐였음.


이 시절 에스파냐인들은 기본적으로 그냥 오타쿠들이라 보면 됨.




심지어 미국의 '캘리포니아(California)라는 지명부터가  《가울라의 아마디스》의 공식 후속작 《에스플란디안의 모험》Las sergas de Esplandián에 나온 작중 지명 칼라피아Calafia에서 따온 거임. 그러니까 에스파냐인 정복자들이 뜬금없이 신대륙 구석에다가 '알라바스타' 뭐 이딴 지명을 박은 셈이란 소리임.


그리고 이 시절 에스파냐의 가장 유명한 가톨릭 성녀였던 '아빌라의 데레사'는 아예 중증 오타쿠여서, 성녀 본인은 탈덕했다 주장했지만 주요 저서인 《영혼의 성(城)》부터가 기사문학에서 모티프를 따온 거임.




그리고 이런 오타쿠랜드에 떨어진 '기사문학 비판하는 기사문학'이 바로 《돈키호테》였음. 돈키호테는 단지 재밌는 소설을 넘어, 애스파냐 기사문학이라는 카테고리 자체에 대한 '메타비평'이자 '해체'였음.


재패니메이션으로 치면, 거대 로봇물의 클리셰를 비틀어버리고 오타쿠 메타비평을 한 《에반게리온》이나, 마법소녀물의 클리셰를 비틀어버린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와 같은 위치였고, 정말 역설적이게도 기사문학의 영원한 고전이 되어버렸음.


.정말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당시 기사문학 오타쿠들은 돈키호테를 읽으면서 마치 '에반게리온'이나 '마마마'를 읽는 것 같은 클리셰 비틀기의 전율을 느꼈음. 그리고 단지 '클리셰 비틀기'로만 멈추지 않았고, 이후의 모두가 따라하고자 하는 워너비 고전이 되었단 거임.




TMI)


세르반테스의 젊은 시절 레판토 해전에 참여해서 왼손에 총을 맞고 왼손 불구가 됨.


여기까지만 보면 가슴아픈 일화이지만, 세르반테스는 이걸 간지폭풍이라 생각해서 '레판토의 외팔이'El Manco de Lepanto라는 별명을 엄청 자랑스러워했음. 돈키호테 2권 서문에서도 "지난 세기와 현 세기, 그리고 다가올 미래를 통틀어 가장 거대하고 영광스러운 순간"에 생긴 상처라며 홍보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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