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휴게시설이 따로 없어서 쉴 곳을 찾다가 왔습니다."
지난 12일 낮 12시쯤 직장인 이모씨(31)는 점심시간을 틈타 강남역 인근 무인 안마카페를 방문했다. 안마의자에 누워 약 1시간 정도 눈을 붙였다. 직장 안엔 쉴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이씨는 "잠자기 편안한 환경이라 괜찮았다"며 "앞으로도 종종 올 것 같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에 휴게시설을 찾아 밖으로 나가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법적으로 사업주는 근로자가 신체적 피로·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휴게시설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휴게시설이 부실하거나 엄격한 조직문화로 이용하지 못하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다.
광화문에 위치한 회사에 다니는 홍모씨(25)는 연차가 높은 선배들을 피해 동기와 함께 만화카페를 찾았다. 홍씨는 "만화카페에서 잠만 잤다"며 "다른 동기들도 만화카페를 찾곤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무실 밀집 구역 쪽 안마·만화카페는 점심시간마다 직장인들로 붐빈다. 강남역 인근 만화카페 사장 이동은씨(37)는 "점심시간마다 적게는 5팀에서 많게는 15팀이 방문한다"며 "점심 메뉴를 주문하지도 않고 잠만 자다가 가는 손님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직장인 휴게 공간을 염두에 두고 개업한 지 한 달 차"라며 직장인 점심시간 1시간 할인 이벤트를 소개했다.
광화문에서 안마카페 운영한 지 2년 차에 접어든 김모씨는 "점심시간은 9개실이 만실이 될 정도로 거의 다 찬다"며 "밥 먹고 남는 시간에 혼자 쉬러 오시거나 주무시는 분들 있다"고 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128조의2에 따르면 상시근로자가 20명 이상인 사업장이나 전화 상담원·텔레마케터 등 7개 직종 근로자를 2명 이상 사용하는 상시 근로자가 10명 이상인 사업장은 휴게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휴게시설을 설치하지 않았거나 관리기준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최대 1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다만 사무직 위주 사업장은 정부의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있어 단속하거나 과태료가 부과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김경식 노무법인 해밀 책임노무사는 "회의실을 점심시간에만 휴게실로 이용한다거나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도 근로자와 협의만 되면 (법적으론) 문제가 없다"며 "정부가 현장 단속에 나가서 '이 공간을 휴게실로만 사용하냐'고 물어볼 수도 없다"고 했다.
박용석 한국안전환경과학원 과장은 "관리·감독은 주로 실제 휴게실 문제가 있는 건설현장에서 이뤄진다"며 "사무직 위주 업무하는 빌딩들은 오피스 업무 지구니까 일단 (설계도상) 설치는 했을 텐데 실질적인 이용률이 낮아서 문제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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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시설 환경 개선을 위해 근로자가 직접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 과장은 "근로자들이 산업안전보건법 상 위험성 평가를 하거나 보통 상시 근로자 수가 100~300명 이상이면 설치되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사내망을 통해 의견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로자들이 귀찮아서 안 하거나 위험한 사업장이 아니라고 안일하게 판단하는 경우가 있다"며 "직무 스트레스 관리도 안전 문화 수립 중 하나인 만큼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적절한 휴식이 필요한 근로자와 예산이 빠듯한 사업자 모두를 고려한 절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김경식 노무법인 해밀 책임노무사는 "휴게실 때문에 공간을 임대하고 비워두라고 하는 것도 소규모 사업자 입장에서는 부담일 수 있다"며 "저가 카페 3곳을 연계해 업무시간 중 쉴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