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악의 문제 제기되어서 유럽인들이 신앙을 버리기 시작했다고 오해되는데, 솔까 기원후에만 따져도 유럽인이 재난 원데이 투데이 당해본 게 아니라 신앙 여부는 변화가 없었음.
진짜 변화는, 그 신앙을 바탕으로 자연을 이해하는 체계가 바뀌었단 거임.
대지진 전에는 물리적 악을 도덕적 악과 연결시켰는데, 대지진 후에는 완전히 그 연결이 끊겼음. 즉 중세에 패스트(물리적 악) 터졌을 땐 "회개합시다 흑흑" 했는데, 리스본 대지진이 터지자 "지진은 지진이고 죄는 죄다"로 관점이 완전히 바뀜.
가령 이렇게 생각해보자. 만약 21세기에 A나라에서 대지진이 났다고 치자. 이때 어떤 목사가 “A나라 국민이 우상숭배하고 죄 지어서 하나님이 벌 내리신 거다”라고 SNS에서 발언한다면? 당장 온 인터넷 커뮤니티가 그 목사를 욕하고, 다른 목사들도 “뭐 이런 미친 놈이 있나” 하면서 그 목사를 손가락질하고 손절할 확률이 100프로임.
리스본 대지진 후 변화가 딱 이랬음. 물리적 악과 도덕적 악의 연결고리가 완전히 사라진 거임.
다시 말해, 신을 믿냐 안믿냐 이런 게 문제가 아니라, 악을 매우 '근대적인' 방식으로 이해하기 시작했단 거임.
볼테르식 조롱보다는 루소의 다음 발언이 당대 지식인들의 평균적 관점에 훨씬 가까움:
Sans quitter votre ſujet de Lisbonne, convenez, par exemple, que la nature n’avoit point raſſemblé là vingt mille maisons de ſix à ſept étages, & que ſi les habitans de cette grande ville euſſent été diſperſés plus également & plus légérement logés, le dégât eût été beaucoup moindre & peut-être nul.
"리스본이라는 당신의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더라도, 예를 들어 그곳에 6, 7층짜리 집 2만 채를 빽빽하게 모아 놓은 것은 결코 자연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십시오. 그리고 만약 이 대도시의 주민들이 좀 더 고르게 흩어져 살고 더 가벼운 집에서 지냈더라면, 그 피해는 훨씬 적었거나 어쩌면 아예 없었을 것이라는 점도 말입니다."
-볼테르에게 쓴 편지, 1756년 8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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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적 관점에서 보면 도덕적 악과 물리적 악을 구분하게 됐다는 게 신앙이 사라진 것과 비슷한 뜻 아닐까
오히려 동아시아식 관점으론, 내면에서 귀신의 존재에 동의하든 말든간에 사직에 제사하고 봉선의식 올리면, 즉 행위가 올바르면 종교적으론 문제 없는 거 아닌지?
@ㅇㅇ 동중서 시절로 회귀하지 않더라도 자연현상은 모두 기의 작용이라는 일관적인 세계관 입장에서는 자연재해가 있기는 한데 이게 신의 뜻인지 아닌지는 몰루? 라는 입장은 결국 없다는 소리로 인식되지 않을까~ 라는 소리
동아시아적 관점에선 신앙이라는게 유불도신토텡그리 제각각이지
“A나라 국민이 우상숭배하고 죄 지어서 하나님이 벌 내리신 거다”
하하 21세기에 이런 나라가 있을리가 하하
A나라 국민이 우상숭배하고 죄 지어서 하나님이 벌 내리신 거다
개신교들 리스본 대지진에 교황우상숭배하는 죄를 지어서 벌받은거라고 이야기하긴 했는데... - dc App
리스본대지진가지고 가톨릭과 개신교 사제들이 서로 죄를 원인으로 짚은거보면 리스본 대지진을 기점으로 바뀌었다는 해석도 포인트를 설정하기위한 어거지로 봐야하지 않나. - dc App
대붕이는 갤러리에서 권장하는 비회원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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