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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추레한 콘트라밴드(Contraband)가 북군의 입대 사무소를 찾았다.
거친 마로 된 켓과 길이가 맞지 않아 밑단을 접어올린 바지, 닿아서 찢어진 신발이 그가 얼마나 멀리서 무슨 고생을 하며 왔을 지 대충 짐작케 해줬다.
그는 가진 것이 별로 없었다. 나뭇가지에 묶은 작은 보따리가 그의 전부였다. 주머니에는 말린 담뱃잎이 불룩 튀어나와 있었다.
자유를 찾아 북부으로 왔지만 현실은 글자 하나 모르는 무지랭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많지 않았다. 다행히도 전쟁 덕분에 국가는 군인을 필요로 했다.
그는 총을 다뤄본 적이 없었고 누굴 죽여본 적도 없었지만, 적어도 군대에 가면 하루 세끼를 챙겨 먹을 수 있고 돈도 따박따박 나온다고 들었다.
그는 아마 자신에게도 기회가 있을 거라 믿었다.
몇 주가 지나고 그는 군인(United States Colored Troops)이 되었다.
백인 장교들은 그와 다른 흑인동료들에게 오와 열을 맞추라고 소리를 질러댔고, 라이플을 더 빨리 장전하고 쏘라고 닥달했다.
그리고 틈만나면 그들이 싸워야 할 '미합중국'이 내세우는 자유, 민주주의의 가치를 구구절절 설명했다.
사실 그와 동료들은 이런 말들에 대해서 별 다른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매 끼니를 굶지 않는다는 것과, 북부의 백인들은 자신들을 좀 더 사람답게 대우 해준다는 것,
그리고 복무를 마치면 백인들과 동등한 권리를 가진 미국시민이 될 것이라는 사실이 마음에 들었다.
마침내 훈련을 마치고 전선으로 향하던 날, 지휘관들은 그들에게 도덕적 우월감과 자부심을 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한껏 우쭐해진 기분을 느꼈다. 어쩌면 정말로 군인답게 군기가 바짝 든 것일 수도 있었다.
또 어쩌면 새로 받은 검푸른 군복과 셔츠, 가죽장화, 그리고 U.S라고 적힌 황동버클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전쟁이 끝나고 그는 다시 자신이 처음 찾았던 모병 사무소에 발을 들여놨다. 그는 모병관에게 상이군인 연금을 신청하러 온 듯 했다.
북부는 승전했고, 그들을 옥죄던 남부연합은 패망했다. 하지만 그의 눈빛과 행동에는 승리의 기쁨이 보이지 않았다.
항상 능글 맞게 웃던 미소는 사라졌고 굳게 다문 입술과 생기없는 표정만이 남았다.
그는 영혼이 빠져나간 듯한 공허한 눈동자로 거수경례를 올렸다.
입대할 때 받은 검푸른 군복은 여기저기 해지고 햇빛과 먼지, 빗물에 색이 빠져 하늘색에 가까워져 있었다. 황동버클은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그는 펜실베니아와 버지니아 들판에 쓰러진 수많은 동료보다는 운이 좋았지만, 그의 왼발은 그렇지 못했다.
부상 당했을 때의 기억은 없었다. 간호사가 묘한 냄새가 나는 액체를 적신 하얀 수건을 코에 대자 순식간에 잠들어버렸기 때문이다.
정신을 차려보니 무릎 아래로는 이미 사라졌고, 군의관이 와서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고만 말할 따름이었다.
전역증과 함께 그는 미국시민권을 발급 받았다. 하지만 집도, 가족도 없는 그는 어디에 정착 해야할 지 몰랐다. 그래서 이 모병소를 찾은 것이다.
그는 살면서 두번의 지옥을 헤쳐나왔지만, 새로 맞닥뜨린 세번째 지옥은 이전처럼 헤쳐나가기 힘들 것이다.
그는 앞으로 영원히 뛰지 못할 것이다. 밭에서 쟁기질을 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무거운 짐을 나를 수도 없을 것이다. 미치도록 가려운 존재하지 않는 왼쪽 엄지 발가락을 긁지도 못할 것이다.
누군가는 그가 자유와 명예를 위해 싸웠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그건 그저 겉치레에 불과하다는 걸 잘 안다.
그의 앞길에는 이제 고달픈 눈물의 세월만이 있을 것이다.
'A Bit of War History' 연작. (1865~66, Thomas Waterman Wood)
댓글 영역
ㄱㅇㄱ 아닌거같은데 군갤에 적합해보이노 - dc App
그의 이름은 호프먼(hoffman), 전쟁에 빼앗긴 희망(hope)은 그를 단순한 사람(man)으로 만들었다 - dc App
작가 소개 없었으면 ai 인 줄 알았을 듯..
추천 ! 추천입니다 !
추천!
콘트라밴드: 탈주노예
원래는 밀수품이라는 뜻인데 과거 흑인 노예들을 탈출시키던 지하철도 조직이 흑인들의 인원수를 밀수품 몇개 식으로 불렀기 때문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