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만나 지원 요청받고 "최저 20만표"…다카이치도 32차례 언급
서울시장 보궐선거 앞두고 "마을사업·주민위원 '격파'" 조직 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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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의진 최원정 기자 = 경찰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3천여쪽의 통일교 내부 문건에는 통일교가 일본의 선거에 대응한 정황도 상세히 담겼다. 일본에 정착시킨 '정교유착' 모델을 한국에 이식하려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통일교 내부 문건인 'TM(True Mother·참어머니) 특별보고'에 따르면 도쿠노 에이지 전 통일교 일본협회장은 2018∼2022년 한학자 총재와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에게 모두 222차례 보고했다.
통일교 조직은 중·참의원과 자민당 총재 등 선거 국면마다 동향을 파악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고 '응원'할 후보들을 선별했다. 지역구당 수만 명에 이르는 조직적 '표 몰아주기'가 이뤄지는가 하면 후원에 적극 관여한 정황도 포착됐다.
도쿠노 전 협회장은 "'선거 응원'을 통해 국회의원이나 자민당 정상급 거물 간부들과 더욱 깊은 신뢰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어프로치'(접근)"라며 "한일 터널 프로젝트가 사회적 영향을 미칠 수 있게끔 조직적 전략을 구사하면서 추진하려 한다"고 했다.
2021년 중의원 선거 직후에는 "우리가 응원한 국회의원 총수가 자민당만 290명에 이른다"고 한 총재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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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전 총리도 참의원 선거를 20일가량 앞둔 2019년 7월 2일 통일교 관계자들을 20분간 만나 고향 친구인 기타무라 쓰네오 후보를 응원해달라고 요청했다.
도쿠노 전 협회장은 "(아베 총리가) 기타무라 쓰네오 의원을 우리 단체가 어디까지 응원하는지 결의를 듣고 싶어 했다"며 "'지금까지의 표는 10만표였는데 이번에는 30만표를 목표로 하고 최저 20만표를 사수하겠다'고 선언하자 아주 기뻐하고 안심하는 듯했다"고 전했다.
그는 아베 전 총리에게 "앞으로도 일본을 더욱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길 바란다는 격려의 의미"라며 명품 넥타이도 '선물'했다고 한다. 문건은 2021년 11월 통일교와 가까운 의원 12명을 꼽으며 아베 전 총리를 첫머리에 올리기도 했다.
문건에는 다카이치 사나에 현 총리의 이름도 32차례 언급됐다. 2021년 첫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 당시에는 "아베 수상이 강하게 추천하고 있고 가나가와현의 후원회가 우리와 친근한 관계가 있다"며 "(다카이치가) 총재가 되는 것이 하늘의 가장 큰 바람"이라고 적었다.
문건은 일본에 '정교유착' 모델을 뿌리내리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는다. 선거에 적극 개입해 자민당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편 내각에도 참여해 한일 해저터널 등 현안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2018년 10월 도쿠노 전 협회장은 "우리와 가까운 의원들이 아베 내각의 핵심에 들어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의견이 내각에 더 반영되기 쉽다고 생각해도 틀림없다"며 "참어머님(한 총재)께서 바라시는 국가 복귀를 향해 추진해가겠다"고 적었다.
[촬영 이세원]
통일교가 정치권 진출과 교세 확장 등 소기의 성과를 거둔 '일본 모델'을 한국에 이식하려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2018년 12월 당시 영남권을 맡은 통일교 5지구장 박모씨는 지구 간부 등 10여명과 함께 일본을 방문해 도쿠노 전 협회장을 만났다. 박씨는 "정치인 복귀를 위한 조직적 투입과 과정, 결실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고 보고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금품을 받았다고 지목된 즈음으로, 5지구는 당시 한일 해저터널 성사를 목표로 활발히 움직이고 있었다.
도쿠노 전 협회장은 "일본은 정치가와 '콘택트'(연락)를 취하고 후원회를 결성해 때로는 정치가를 교육하고 우리의 이벤트에 참가하게 한다"며 "한국에서는 아직 '기브 앤 테이크' 관계가 모색 중이고 확립돼있지 않기 때문에 대단히 자극적이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박씨는 2021년 10월 "국회의원 공천, 청와대 진출 등 기반 다지기가 절대 쉽지 않지만 여기까지 가야 우리가 안착할 수 있다"며 "이렇게 가면 2027년 대권에도 도전할 수 있지 않겠나"고 언급한 회의록이 최근 공개되기도 했다.
문건은 또 다른 지구장들 역시 선거를 '풀뿌리 조직력'을 입증하는 기회로 삼으려 했다는 정황을 보여준다. 지역 권력부터 장악해 여론과 조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서울·인천 지역을 관할하던 1지구장 주모씨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5개월여 앞둔 2020년 11월 마을공동체 사업과 주민자치위원을 '격파'하고 있다며 "후보자에게 결코 물리칠 수 없는 카드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보고했다.
천주평화연합(UPF) 전 부산지회장인 또 다른 박모씨는 총선을 앞둔 2020년 3월 전 전 장관에게 한학자 총재 자서전을 전달하고 사진을 찍은 사실이 알려져 이날 경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일본 사례와 비교하며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동기를 파악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통일교 측은 실제 한 총재에게 보고되지 않은 사항도 포함돼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문건 내용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공동취재] 2025.9.22 [촬영 김주형] 2025.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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