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허언증, pathological lying


금전적인 이득을 위해 거짓말을 수단으로 일삼는 사기꾼과는 달리 당사자의 내적인 이유로, 스스로를 가치있게 포장해 과시하고 존경받기 위한 거짓말을 일삼다가 결국에는 스스로도 그게 거짓말이라는 인지조차 사라지거나 최소한 부분적으로는 사실이라고 믿게되는 증상인데


흔히 썰만화나 영상같은 거 보면 보정어플로 떡칠해놓은 자기 사진이 진짜 자기 얼굴이라 믿고 목에 힘주고 다니다가 망신당하고, 자기가 어디 대학나왔다고 교묘하게 속여서 처음에는 그럴싸하니 주변에서 우쭈쭈 믿어주다가 나중에 확인해보니 아다리가 안맞는게 들통나서 나락갔다는 사연 종종 올라오잖아. 그런게 공상허언증이라고 보면 돼


내가 군대 전역하고나서 허언증 의심되는 사람들 자주 접했고(어쩌다 내가 이렇게 자주 엮이게됐는진 모르겠다만) 개중에 확실히 뽀록나서 나락간 사례도 몇번 봤는데, 성소수자도 두어명 있었어. 하나만 썰 풀어보자면 앞서 말했듯이 허언증 환자들이 거짓말하게되는 계기가 자기를 드높혀서 존경받길 바라는 성향 때문이라고 했잖아?


성소수자도 사람인지라 이부분은 동일함. 가령 그 허언증 환자가 동성애자면 자기가 하루밤에 동성 몇명이랑 광란의 밤을 보냈다느니 학창시절에 남고/여고를 다녔는데 남자/여자애들로부터 고백이 끊이질 않았다느니 이런 식인데, 대충 뭔 느낌인지 감 잡히지? 군필자라면 자대에서 이런 부류 인간 한번쯤은 꼭 봤을테고


내가 본 사람 중 한 사람은 mtf 트랜스젠더였고, 자기가 여자 목소리 연습을 많이했다면서 음성 파일 올려놓고 자랑하는 글이었어. 목소리 자체는 그럴싸해. 연습 잘 했어. 나도 mtf로서 거기까지는 본받고 싶었고 댓글로도 부러움의 시선이 이미 한가득이었어.


근데 글쓴이가 거기다 덧붙이던 말이 뭔지 알아? 지는 여목을 하도 연습해서 이제는 남목이 안나오신댄다. 근데 이 사람이 주장하는 내용 자체로도 답답하고 그걸 또 아무것도 모르는 '-린이'들이 넙죽넙죽 믿고 찬양해주니까 나는 더더욱 답답한거지.


단순히 이거 말고도, 얘가 쓴 다른 글들 로그를 좀 봤는데 뜬금없이 이야기가 자기 자랑으로 세거나 그 자랑이라는 것도 무슨 어디 3류 웹툰에 나올법한 힘숨찐 전개라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하기 힘든 게 대부분이라서, 내가 겪은 이들 중 허언증임이 확실히 밝혀지고 빤스런한 사람들이랑 공통된 특징을 너무나도 많이 보이기에 나는 아, 얘도 이거 허언증 환자구나...라는 심증을 가지게 됐음.


결론부터 말하면 여목을 연습해서 남목이 안나온다는 명제는 개소리다. 퀴어 혐오세력에서 애널 섹스 자주 하면 괄약근이 비가역적으로 늘어져서 이전처럼 안쪼여진다는 억까랑 비슷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버릇이 되어놔서 여목이 우선적으로 나온다'였으면 그럴싸했을 것을 성대가 특수한 방향으로 단련되어서 원래 목소리가 '안나온다'고? 성대 형태가 물리적으로 통째로 바뀌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특정한 음역대 발성하는데 아주 인생을 갈아넣는 성악가들도 말할 때 일일이 다 가성으로 발음하는 거 아니듯이 양성류들이나 성대 수술 안받은 mtf들 다 본 목소리 다 낼 줄 안다. 방송같은데서 가끔 장난으로 mtf 유튜버들 자기 남목 들려줄 때도 있고. 아니 한평생 여목 연습했고 트젠이라는 사실 숨기고 결혼까지 한 mtf도 하품하거나 재채기할때 무의식적으로 남목 나와서 전문 병원가서 수술받는 통에 그걸 방구석에서 몇개월 연습했기로서니 커버가 가능하다고? 정강이 맞아도 꺅하고 여목 나오면 인정해준다


결국 여기서 내가 느낀 바를 내 사형(師兄) 되는 분이 했던 말씀을 빌려 표현하자면 사람이 진짜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고 하고 보고싶은 것만 보려고 하고, 또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 한다는 거. 특히 여기서 말하는 허언증 환자나, 그 허언증 환자를 분별력없이 믿고 따르는 이들이면 더더욱.


내가 직접적으로 피해가 간 것도 아니고 그냥 스루하면 될 문제를 이렇게 짧지도 않은 글까지 써가며 전하는 이유가 뭔지 알아? 제발 사기 좀 당하지 말라고 사기. 허언증 환자 본인이건, 그 허언증 환자가 하는 소리를 검증도 없이 곧이곧대로 넙죽넙죽 믿고 따르는 청자건 그런식으로 접근하면 언젠가 철저하게 깨지게 되어있음. 꼭 퀴어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도 자기가 믿고 싶은데로 믿다가 엉뚱한데 물리적으로건 심적으로건 쏟아붓다가 제대로 박살난다고. 생각하는 틀 자체를 좀 뜯어고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함.


거듭 말하지만 제발, 제발 보고싶은 것만 보지 말자. 부탁이니까. 허언증 환자 본인도 사기당할 확률 높고 그건 자업자득이라지만 그 거짓부렁 곧이곧대로 믿게되는 '-린이'들도 그런 글들 접하고 이상한 믿음가졌다가 안좋은 일 당하는 거 보면 너무 마음 아프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