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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versation

급변하는 정세 때문에 게시가 많이 늦어졌습니다. 다만 이 발언은 늦게라도 반드시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지난 3월 5일, 평등으로 가는 수요일 집회에서 리나님이 한 발언입니다. 안전한 임신중지 권리가 여성뿐만 아니라 트랜스젠더를 위해서도 절실히 필요한 이유에 대해 설명해 주셨습니다. 발언을 들으며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일독 부탁드립니다. 8) 리나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 안녕하세요. 저는 방금 인천에서 퇴근하고 날아온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 활동가 리나입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오늘 모두를 위한 안전한 임신중지와 재생산권 의료접근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여러분 트랜스젠더와 임신중지의 연관성에 대해서 생각해 보셨나요? 어쩌면 트랜스젠더 커뮤니티 안에서도 재생산권 그리고 임신중지라는 단어는 남의 이야기라고 여겨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법적으로 성별 정정을 하려면 대법원 예규 상으로 비가역적인 생식능력 제거가 요구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너무나 당연하게도 트랜스젠더들도 안전한 임신중지에 대한 의료접근권을 필요로 합니다. 2021년, 수원가정법원은 포궁적출술을 시행하지 않은 트랜스남성의 성별 정정을 허가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트랜스젠더의 삶은 성별 정정을 하기 전에도, 의료적 트랜지션 이전에도 존재하기 때문에 안전한 임신중지는 트랜스젠더의 삶에서도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 오늘 발언을 준비하면서 트랜스젠더와 재생산권 그리고 안전한 임신중지에 대한 통계를 찾아봤습니다. 그런데 국내의 연구나 통계는 하나도 없고, 그나마 해외에서 몇 가지 옛날 통계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2015년에 미국의 성인 트랜스젠더 2만 7천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13%의 응답자가 법적 성별 또는 정체성 때문에 재생산 건강의료의 보험 적용을 거부 당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2021년 미국에서 진행된 조사에서는 210명의 트랜스젠더 당사자가 삶에서 1회 이상 임신을 경험한 적 있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 중에 1/5 이상이 의료기관의 도움없이 스스로 임신중지를 시도했고, 이것은 여성 응답자보다 무려 3배나 높은 수치라고 합니다. 여러분, 이런 경험을 겪어야 했던 트랜스젠더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요? 의료 현장에서 배제되고, 병원에 방문하기를 꺼려하며, 결국에는 위험한 임신 중지로 내몰리게 됩니다. 현재 의료 체계가 트랜스젠더와 논바이너리 당사자를 시스템 밖으로 내몰고 있다고 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2018년 아일랜드에서 국민투표를 통해 낙태죄가 폐지되고 안전한 임신중지를 보장하는 새 법안이 제정될 때에도 이러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이 법이 포괄하는 대상을 여성으로 할지, 아니면 임신한 사람으로 할지를 두고 말입니다. 결국 해당 법안은 ‘여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입법되었지만, 당시 아일랜드의 보건복지부 장관은 트랜스젠더와 논바이너리 당사자들이 의료접근권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물론 이 또한 충분치는 않습니다. 그러나 공론장에서 트랜스젠더의 존재가 언급되는 것은 지워지는 것보다 훨씬 의미있다는 것을 저는 강조하고 싶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여성을 위한 임신중지 클리닉에 방문하지 못하고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당시 아일랜드의 트랜스젠더 인권 단체인 트랜스젠더 이퀄리티 아일랜드의 성명을 인용하며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안전한 임신중지에 대한 법제화는 물론 여성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나 그 안에 트랜스젠더를 포함하는 것이 여성의 권리를 제한하지 않습니다. 모두를 위한 안전한 임신중지 담론 안에 계속해서 트랜스젠더 당사자 또한 함께 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