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오랜만이넹! 나도 이제 26수능 끝나고 어제 11/22에 HRT 시작한 지 1년차 되는 날이었어. 그리고 kite 연구 참여한지도 1년 되어서 혈액 검사도 받고 왔지요.
정말 1년 동안 정말 많이 바뀐 것 같아. 신체 변화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성지향성도 조금씩 바뀌는 것 같고, 주변 인간관계도 많이 바뀌었어.
작년 수능 보기 직전에 가족에게 커밍아웃 메세지 보내놓고 시험 보고 집 나올 생각이었는데 아버지께서는 돌아오시라고 하더라구. 그래서 술 마시면서 그동안 힘들었던 얘기도 하고 회포도 풀다가 그날 집 돌아가서 자긴 했지. 어머니는 처음에 못 받아 들이셨지만 상담소 같이 가고 나서 결국 나를 받아들이고 지금은 완전 지지하고 걱정하고 계셔. 아버지는 처음에는 신경 안쓰셨다가 내가 외관이 점점 여성스럽게 변하고 화장 시작하니까 별로 안보고 싶어하셨었고, 지금은 생활비는 받아도 어색한 사이랄까. 그나마 자식이라서 책임 지려고 하시는 것 같아서 그 점을 감사하고 있지.
25.11.22. 내가 가족에게 커밍아웃 한 지 8일째에 풀배터리 진단서 받고, 가족 몰래 호르몬 대체 요법을 받기 위해 병원을 갔었어. 나도 HRT 미뤘던 이유가 나 혼자 사회에서 자립해서 살 자신이 없었고, 호르몬 치료 시작하면 이제 더이상 원래 몸으로 못 돌아오기 때문에 더 신중했던 것 같아. 진짜 신중해야할 일도 맞으니까 아직 HRT 고민하는 친구들은 조금 더 신중하게 시작했으면 좋겠어. 정말로 이전과는 다른 삶으로 변하거든. 신체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처음 HRT 하러 갔을 때 kite 연구 모집하는 포스터를 보고 난 저 연구에 무조건 참여하고 싶다고 생각했지. 그러고서 kite 심포지엄 (연구발표회)도 가서 통계나 연구결과도 보고 너무 보람차더라구. 더 연구가 잘 되었으면 좋겠어.
HRT 초기에는 2주 간격으로 치료를 진행했어. 첫 피검사도 굉장히 좋게 나와서 2주 간격으로 진행하다가 7월 말에 혈액 검사 진행하고 에스트로겐 수치가 생각보다 높게 나와서 3주 간격으로 늘리고 치료 진행하고 있어.
다들 약간 오해하는 부분이 에스트로겐 수치가 낮으면 몸에 흡수가 잘 되서 낮은 게 아니라 오히려 몸에서 에스트로겐을 잘 못 받아들여서 대사를 못하는 거라고 의사선생님께서 말씀해주시더라구. 그래서 오히려 주기가 길수록 에스트로겐 대사 효율이 좋은거라더라. 아무래도 근육주사라서 근육에 있는게 혈액으로 가면서 세포로 대사하다보니까 오해가 있을 거 같더라. 나도 처음에 오히려 에스트로겐 수치가 낮을수록 흡수가 잘 된다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구.
나는 지금까지 혈액검사를 4번 받았는데 주요 호르몬 수치는 이래
HRT 전: E2(에스트라디올) 38.2 / T(테스토스테론) 4.99 / P(프로락틴) 2.20
2주간격 (약 2~3달째): E2 311.0 / T 0.23 / P 9.08
2주간격 (약 8~9달째): E2 503.0 / T 0.30 / P 23.90
3주간격 (약 1년): E2 260.0 / T 0.85 / P 25.40
점점 갈수록 에스트로겐을 잘 받는 몸으로 변하나봐. 이번에도 갔는데 생각보다 에스트로겐 수치 높다고 3주 반으로 늘릴지, 데포 용량을 줄이실지 의사선생님께서 고민하시더라구. 테토는 좀 높게 나와서 다시 안드로쿨 먹기 시작했어… 체력 박살날 위기… 그나마 프로락틴 수치가 낮은 편이라 다행인 거 같아.
이제 내 변화부분을 말해볼까.
이전에 100일차때 변화부분은 아래 링크로 남겨둘게.
https://arca.live/b/transgender/130192885
1년차 변화는 이정도인 것 같아.
- 피부가 밝아졌다 21호 -> 19호
- 피부가 지성에서 건성/중성 정도로 변했다. 덕분에 여드름도 잘 안 나긴 해.
- 목소리 변화는 미미하다. 친구가 목소리 높아졌다라고 말은 하는데 그냥 연습해서 살짝 높아진 정도인 거 같아. 진짜 목소리는 연습하고 매일매일 말해보는 게 중요한 거 같음.
- 성욕이 매우 줄어들었다. HRT전과 비교해서 1%정도로 줄어든 거 같아.
- 머리카락이 얇아지고 부드러워졌다.
- 가슴크기 100일차 80AA~A -> 1년차 80A~B정도. 확실히 볼륨감은 커졌는데 아직 예쁘게 커지진 않았더라구. 이제 살 빼서 몸매 만들어야지.
- 하체에 지방이 많이 찐다. 서양배형 비만이 되기 좋게 변함.
- 발이 약간 작아졌다. 이전에는 255~260 신었는데 지금은 250 신고 다녀.
- 얼굴 지방 재배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눈쪽 지방이 많이 빠지고 볼살이 올라옴. 턱선도 갸름해져서 가끔 거울 볼 때 새삼 많이 변했구나하고 놀람. 눈쪽 지방이 빠지니까 확실히 눈이 예전보다 커 보이긴 하더라.
- 털이 많이 얇아지고 덜나긴 한다. 예전에는 레이저 제모 받더라도 굵게 났는데 지금은 레이저 제모 받으면서도 잘 안 나고 예전보다 얇게 나긴 한다.
- 심리적으로 많이 불안정해지긴 한다. 감정에 휩쓸리기도 하는 편. 예전에는 거의 눈물 안 나는 편이었는데 지금도 그렇게 눈물이 많지는 않지만 감정에 휩쓸리면 눈물 엄청 많이 남… 저번에 성별정정 서류 작성할 때 어머니께 감사하다고 울면서 전화했던…
- 성지향성이 약간 바뀌긴 한다.(사바사긴 해) 나는 범성애자인데 여성애쪽이 더 강하지만 지금은 남성애도 꽤 크게 늘긴 한 거 같아.
- 근육량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진짜 근력 약해짐. 체지방률도 눈에 띄게 증가한다. 인바디로 쟤본 결과 여성 표준까지 근력 줄어들고 체지방량은 여성 표준까지 늘긴 했다.
- 근육량이 줄어든 만큼 체력이 엄청 줄어든다. 정말 체력 엄청 줄어서 학교 다니기도 힘들었었음… 여성분들 너무 존경스러워…
그리고 정말 많이 이르긴 하지만 법적 성별 정정도 넣었다. 나도 이렇게 빨리 넣을 줄은 몰랐는데 나중에 대학교 기숙사 문제라던가 취업 문제라던가 여러 문제들이 많아서 어머니께서도 동의하셔서 부모 동의서도 받고, 인우보증서도 주변에서 10명 넘게 써줘서 열심히 서류 준비해서 도전해보는 중이야. 조만간 정정 심문 기일도 잡힐 거 같아. 잘 되면 필요 서류나 후기도 남겨줄게.
지금까지 난 커밍아웃을 70명 넘게 한 것 같아. 지인, 동아리, 학교, 의사, 친구, 친척 등등등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눈치 잘 보고 커밍 시전한 거 같아. 대학 퀴어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기도 하구, 퀴어들도 올해 엄청 많이 만났어서 눈치 안보고 커밍한 경우도 많은 것 같아.
커밍아웃한 사람 중에는 대학교 동기도 있었는데 그 친구는 나 티지인 거 알아도 언니라고 잘 불러주고 친한 언니처럼 대해주더라구. 참 고마운 동생이야.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태어날 때부터 여성으로 알고 살았고, 성별 위화감을 느낀 것도 엄청 어릴 때고, 그래서 20년 넘게 우울장애나 죽음까지 많이 생각했지만 그래도 살기를 잘했다고 생각해. 지금 나는 너무 행복해. 부모님께, 내 주변 사람들에게 항상 감사하고 서로 행복했으면 좋겠다라고 바라면서 살고 있어. 내가 이런 행복을 느껴도 괜찮은걸까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동안 버틴 나에게 정말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어. 그동안 불행밖에 없었던 인생에서 겨우 행복을 찾고 누릴 수 있었으니까.
특히 어머니께 감사해. 나를 지지해주시고 대가 없는 무한한 사랑을 주시고 계신 어머니. 평생 모시고 살거야.
우리 다들 행복했으면 좋겠어. 지금 인생의 굴곡때문에 힘들더라도 살다보면 언젠가 나에게 솔직하게 살고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날이 올거야. ’내가 이런 행복을 느껴도 되는 존재일까?‘라는 질문의 답은 ‘당연하지. 당신 존재 자체만으로 소중한 사람이고 우리와 같은 존재들이 있기에 세상도 느리게나마 변해가는 거야.‘라고 말해주고 싶어. 언젠가 네가 너 자신을 사랑하게 된다면 너 자체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찾아올거라는거 기억해.
우리 함께 성장하고 행복해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