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트랜스젠더를 장애로 보면서, 장애로 보기 않는다.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로 그렇다. 대한민국은 현재 트랜스젠더를 입맛에 따라 어떨 때에는 장애로 간주하고, 또 어떨 때에는 장애로 간주하지 않음으로써 막중한 '보이지 않는 차별'을 짊어지도록 한다.

장애의 인정요건은 원인 질환 등에 관하여 충분히 치료하였음에도 장애가 고착되었을 것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트랜스젠더는 장애에 해당할 수 있다. 충분한 성확정 치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성별 불쾌감을 느끼는 경우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는 장애에 해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 성별 불쾌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도, 자신의 필요에 따라 특정 성확정 치료만을 선택해서 받기를 원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트랜스젠더를 장애로 인정하는 것의 여부는 두 가지 쟁점을 필연적으로 불러온다. 하나는 성확정 치료의 의료 보험 지원과 성중립 화장실 설치 등 '장애로 간주할 때 필요한 조치'이고, 다른 하나는 비치료 트랜스젠더의 성별 정정, 생식 능력 제거 강요 폐지와 같은 '장애로 미간주할 때 필요한 조치'이다.

그러나 현재 국가는 둘 중 어느 것도 시행하고 있지 않다. 트랜스젠더를 장애로 분류하자니 의료 보험이나 화장실 문제 등에 수반되는 물리적·사회적 비용이 부담되고, 장애로 분류하지 않자니 비치료 정정을 허가하는 데에서 수반되는 사회적·법적 비용이 부담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비용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트랜스젠더들이 받는 차별과 피해를 묵과하고 있는 것이다.

둘 중 어느 것을 채택하느냐는 우리 사회가 결정할 문제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어느 것을 선택하더라도 다수자에게 가는 피해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그 정도가 매우 미약함 또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랜스젠더를 사회안전망 속으로 편입함에 있어 실질적으로 수반되는 비용이 과대평가되고 있다는 말과 같다.

성확정 수술의 의료보험을 예로 들어보자. SBS의 2020년 5월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트랜스젠더는 약 6,000명이다.¹ 이들 전원이 매년 호르몬 치료를 받고, 10%씩 수술을 다 받는다고 가정하고, 이의 80%를 국민건강보험에서 지원한다고 가정하면 필요한 비용은 연간 약 250억 정도다. 이를 국민 수로 나누면 약 500원이다. 즉 트랜스젠더에 대한 의료보험 지원으로 인해 국민이 부담해야 할 금액은 많아야 지하철 보증금 정도라는 것이다.

반대로 비치료 정정이 활성화된다고 가정하자. 현재 성별 정정을 하지 못한 것으로 추산된 약 5500명 중 수술 정정을 마칠 확률인 13.2%를 제외한 전 인원이 비치료 성별 정정을 한다고 가정하면, 대한민국 국민 임의의 1명을 선택했을 때 그 사람이 비수술 트랜스젠더일 확률은 약 0.0094%이다. 이 정도면 로또 8개를 구입했을 때 적어도 1개가 1등 당첨될 확률과 비슷하다.

성중립 화장실이나 성별 정정법, 의료보험 등 트랜스젠더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은 현재의 인식과 달리 성다수자의 편익을 거의 침해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마치 계단 옆에 설치된 경사로나, 엘리베이터 버튼에 새겨진 점자와도 같다. '장애인 배려한답시고 경사로 만들어서 계단이 좁아진다!'나 '점자 설치한다고 버튼 커진다!' 같은 말이 얼마나 궤변 같은지 우리는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결론적으로 현재 국가의 트랜스젠더 정책은 수많은 담론과 혐오 장사에 의해 실제보다 그 부작용이 지나치게 부풀려진 인식 때문에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트랜스젠더들이 마음껏 달리기는 커녕 출발선에조차 서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 모두가 단 5cm씩만 뒤로 가면 된다는 사실을, 이제는 모두가 알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¹ https://url-shortener.me/2D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