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범처럼 생긴 멸종위기 동물이 무려 약 100년 만에 새끼를 낳아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극한의 고산지대에서 살아가는 '눈표범' 이야기다. 눈이 가득히 덮인 곳에 살면서 하얀색 털을 가지고 있어 한국에선 '설표'라고도 불린다.
눈표범은 이름과 겉모습이 표범과 비슷하지만, 다른 계열의 동물이다. 유전적으로는 호랑이와 훨씬 가깝고, 생태와 습성은 다른 고양잇과 동물들과도 차이가 크다.
고산을 누비는 유령 같은 존재
눈표범은 히말라야를 포함한 중앙아시아 고산지대에서 주로 서식한다. 평균 해발 3000m 이상의 지역에 살며, 대부분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서 움직인다. 깎아지른 절벽 위를 걷고, 산등성이를 따라 조용히 이동하며, 먹잇감을 노릴 때도 눈이나 바위에 자신을 숨긴다. 이들은 매복 사냥에 능하고 도약력이 뛰어나 경사면에서 위쪽에서 아래로 뛰어드는 방식으로 사냥한다. 한 번에 최대 15m까지 도약할 수 있다.
사냥감은 주로 염소류와 사향노루, 새, 들쥐 등이다. 가끔 가축을 습격하는 일도 있지만, 사람이 나타나면 대부분 도망친다. 실제로 인간을 공격한 사례는 거의 보고된 바 없다. 오히려 인간과의 접촉을 피하려는 습성이 강하다.
이처럼 눈표범은 사람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고산의 유령'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눈표범은 혼자 지내며, 번식기 외에는 다른 개체와 접촉하지 않는다. 이들의 활동 반경은 고양이과 중에서도 가장 넓다. 사냥감이 부족한 지역에선 하나의 개체가 수백 제곱킬로미터를 오가기도 한다.
카리스마 넘치게 생겼지만... 고양이 울음소리 내는 반전 매력
몸무게는 25~75kg까지 다양하고, 수컷 평균은 50kg 안팎이다. 꼬리 길이는 80~105cm에 달해, 거의 몸길이에 가깝다. 이 두꺼운 꼬리는 체온 유지, 균형 잡기, 입 주변을 따뜻하게 덮는 등 다용도로 사용된다. 털은 길고 두꺼우며, 색은 회백색에 회색 고리 무늬가 퍼져 있다.
발바닥이 크고 넓어 눈 위를 걷기에 유리하다. 덕분에 미끄럽고 험한 경사면에서도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대형 고양잇과 동물들과 달리 굵은 포효를 하지 못한다. 울음소리는 오히려 집고양이와 유사한 수준이다.
멸종을 향한 빠른 속도
눈표범은 IUCN에서 ‘취약(VU)’ 등급으로 분류된다. 한때는 ‘위기종’이었지만 개체 수 조사 기술의 발달로 더 많이 관찰되면서 등급이 낮아졌다. 하지만 실제로는 개체 수가 증가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보호정책 약화로 인해 더 빠르게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다. 현재 추정되는 전체 개체 수는 3920~6390마리 수준에 불과하다.
중앙아시아 산악지대는 접근성이 낮아 연구조차 어렵다. 그나마 안정적인 개체군이 있는 지역도 있지만, 눈표범이 가축을 습격하면 지역 주민에 의해 살해되는 경우도 많다. 티베트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 티베탄 마스티프라는 큰 개를 길렀고, 이 개가 야생에서 문제 종이 되기도 했다.
몽골은 예외적이다. 인구 밀도가 낮고, 유목민들은 눈표범을 신성하게 여겨 함부로 죽이지 않는다. 눈표범이 마을에 나타나도 대체로 공격하지 않으며, 그 피해를 감수하는 전통이 이어져 내려온다.
하지만 지금은 눈표범의 경쟁자들이 늘고 있다. 야생화된 개들이 먹이를 가로채고, 심지어 눈표범을 집단으로 공격하는 사례도 보고된다. 벵골호랑이나 인도 표범처럼 원래는 저지대에 살던 맹수들이 고산지대로 서식지를 옮기면서 생존을 위협하는 중이다.
94년 만에 태어난 새 생명
이런 와중에 눈표범 보존을 위한 소중한 결과가 나왔다. 영국 체스터 동물원에서 눈표범 새끼가 태어난 것이다. 이 동물원에서 눈표범이 태어난 건 94년 만의 일이다. 지난달 10일 태어난 이 새끼는 태어난 지 6주가 지나면서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태어난 곳은 중앙아시아 산악지형을 그대로 재현한 전용 서식지다. 새끼는 어미를 꼭 닮은 외모를 가졌고, 짧은 다리로 아슬아슬하게 걸으며 종종 어미 앞에서 벌러덩 누워 애교를 부리기도 한다. 동물원 측은 “새끼의 힘과 자신감이 커지고 있다”며 “이제 곧 바깥세상으로 나올 준비가 되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