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릴레이 인터뷰②] “자본주의는 얘기하지 않은 채 평등만 얘기하는 건 민중들의 분노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것”―이석훈 동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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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설명] 12.3 친위쿠데타 이후 윤석열정권 퇴진투쟁에는 청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사회주의자』에서는 이런 청년들로부터 투쟁에 나서게 된 동기, 투쟁 과정에서 들었던 고민과 함께 앞으로 어떤 투쟁이 만들어졌으면 하는지, 청년들이 자신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자 청년 릴레이 인터뷰를 기획하였다. 두 번째 인터뷰에는 20대 청년이자 “윤석열 체포투쟁과 한국사회의 대안” 청년학생 실천단에서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석훈 동지께서 응해주셨다. 인터뷰는 5월 18일 13시, 줌(Zoom)을 통해 진행되었다.

① “자본주의는 그대로 두고 내가 받고 있는 억압만 해결할 수 있다는 건 착각이다”―김설아 동지 인터뷰

② “자본주의는 얘기하지 않은 채 평등만 얘기하는 건 민중들의 분노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것”―이석훈 동지 인터뷰

③ 정권만 바뀌어선 우리 삶이 바뀌지 않는다, 이젠 자본주의에 맞서 싸워야 한다―김명중 동지 인터뷰

Q1.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석훈 동지께서는 『사회주의자』에 글을 여러 차례 기고하신 바 있고, “윤석열 체포투쟁과 한국사회의 대안” 청년학생 실천단에서 단장으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계시기에 이런 활동들을 고려하여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우선 작년 12월 3일 윤석열의 친위쿠데타가 발생했을 당시 직접 국회 앞에도 갔던 것으로 압니다. 친위쿠데타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어떤 느낌이 드셨는지, 친위쿠데타 이후 청년들이 대거 광장에 나오게 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묻고자 합니다.

이석훈: 다른 분들도 그러셨겠지만, 우선 친위쿠데타 소식을 접하고 처음 느꼈던 것은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인가’, ‘이게 현실이 맞나’하는 당혹감이었어요. 윤석열이 비상계엄 선포하는 영상만 서너 번 씩 돌려봤음에도 현실감이 없게 느껴졌어요. 주변에서도 ‘이게 사실이 맞냐’하는 연락이 오기도 했었고요. 그러다가, (여의도와 비교적 가까운 데 위치한) 저희 집 하늘 위로 헬리콥터가 날아가는 것을 보고 정신이 딱 들었어요. 윤석열이 매번 상상도 못할 사고를 쳐왔지만, 이건 ‘사고’의 범위를 넘어섰구나 하는 느낌을 받게 되었어요. 이후 국회에서 비상계엄이 해제된 후에야 국회 앞 현장으로 나가봤어요.

다른 청년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을 거라고 봐요. 이런 일(친위쿠데타)이 일어나리라고 누구도 예상 못했는데, 실제로 발생한 거잖아요. 그게 청년들이 광장으로 나오게 된 계기로 작용한 것 같아요. 2030 청년들에게는 민주주의라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사회의 작동원리고 상식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윤석열이 이런 민주주의를 완전히 무시하는 행위를 저지르니까 거기에 대한 분노가 터져 나온 것 같아요.

그렇지만 이것만으로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나온 이유를 설명하는 데 부족함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간 민중들, 청년들 사이에서 쌓여왔던 분노가 분명히 있었다는 거죠. 박근혜정권 퇴진 후에 촛불정권을 자처하며 등장한 문재인정권이 마치 청년들의 삶의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얘기했지만 실패했고, 오히려 청년들의 삶은 악화되어가니까, 이런 점으로 인해 청년들의 정치적 효능감이 떨어져서 한동안 광장에 나오지 않았다고 봐요. 청년들은 코로나19 등을 거치면서 계속 고통 받고 삶이 열악해져왔어요. 그렇지만 청년들 사이에서 이에 대한 분노는 터져 나오지 않았고 청년들도 자기 문제를 속으로 삼켜왔는데, 비상계엄이라는 말도 안 되는 사건이 청년들의 분노가 임계점을 넘게 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특히 제 주변에 집회에 나온다고 하는 지인들이 대부분 여성들이었어요. 청년 여성들은 일반적으로 더욱 심각하고 열악한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비상계엄을 계기로 분노가 더욱 강력하고 폭발적으로 터진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Q2. “윤석열 체포투쟁과 한국사회의 대안” 청년학생 실천단은 지난 12월 23일에 출범하였습니다. 어떤 고민에서 실천단을 만들었는지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이석훈: 실천단의 제안 주체는 청년 사회주의자 모임이었습니다. 청년 사회주의자 모임은 윤석열 퇴진 투쟁을 진행해왔지만, 본격적으로 자체적인 사업을 진행한 것은 2024년 8월경 ‘너무 싫어 윤석열’ 수다모임, 10월 말에서 12월 초까지 진행한 ‘청년의 삶 파탄내는 윤석열정권 퇴진하라 제1, 2차 집중 선전전’ 등이 있습니다. 이런 사업들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윤석열정권 퇴진에 대한 청년들의 공감이 서서히 올라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제2차 집중 선전전을 진행하던 중에 윤석열의 친위쿠데타가 터지면서 청년들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친위쿠데타 이후에 청년들 사이에서 윤석열정권 퇴진과 관련된 어떤 운동 흐름을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는데, 정세가 고양되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뭘 해야 할까에 대해 빠르게 판단하지는 못했습니다. 저희가 아무래도 청년들이다보니 어떤 것을 해야 할지 당장 떠오르지는 않았던 거죠. 그러다 윤석열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2월 7일에 상정되지 않고 폐기되었고, 이후 12월 14일에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지만 여전히 윤석열이 체포되지는 않는 등 전체적으로 투쟁이 제대로 안 풀려나가는 흐름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내란 진압을 철저히 해야 하고, 이를 위해 제일 먼저 윤석열을 체포해야 한다’, ‘박근혜정권 퇴진투쟁 때와 달리 윤석열정권 이후에는 청년들의 삶이 획기적으로 달라져야 하고 이를 위해 자본주의와 싸워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청년들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기조의 투쟁 흐름을 만들기 위해 실천단을 만들기로 한 거죠.

실천단을 만드는 과정 속에서 스무 개 넘는 청년학생 단위들에게 제안을 했습니다. 대부분의 단위들이 일정상의 문제, 혹은 여력이 없어 참여가 어렵다고 답변하였지만 몇몇 단체들이 실천단 제안을 수락하면서 실천단이 출범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후 저희가 실천단 활동을 이어가면서 청년들이 개인적으로 실천단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Q3. 명칭에 ‘체포투쟁’이 들어가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실천단은 내란 수괴 윤석열의 체포를 요구해왔습니다. 그러나 현재 민중의 투쟁으로 체포, 구속 기소되었던 윤석열이 법원과 검찰의 사법쿠데타로 인해 황당하게도 풀려나와 거리를 활보하고 있습니다. 다시 ‘체포투쟁’을 해야 하는 상황인 것입니다. 관련하여 실천단이 윤석열 체포를 위해 어떤 실천을 해왔는지, 앞으로 내란 진압을 위해 어떤 실천이 필요할 지에 대해 이야기 듣고자 합니다.

이석훈: 우선 1월 15일에 윤석열이 체포되기 전까지 실천단이 진행했던 체포투쟁 관련한 활동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가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1인 시위였습니다. 1인 시위는 실천단 출범 바로 다음 날인 12월 24일에 시작해 주말, 크리스마스, 새해 연휴 할 것 없이 매일 진행되었습니다. 세어보니 총 21회나 진행했었습니다. 1월 3일 공수처의 윤석열 체포 1차 시도가 있던 날은 한남동 일대에 수구세력이 운집하는 바람에, 안전상의 이유로 1인 시위를 진행하지는 않고 대신 현장에서 분위기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윤석열이 체포될 때까지 한강진역이나 광화문에서 “내란 수괴 윤석열을 즉각 체포하라” 오픈마이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윤석열 체포를 위해 저희도 그렇게 싸웠고 윤석열을 어렵사리 체포했는데, 법원과 검찰의 사법쿠데타로 인해 윤석열이 다시 석방되니까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우선 실천단은 3월 10일에 법원과 검찰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3월 13일에는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내란 수괴 윤석열 석방 법원·검찰 규탄 청년학생 기자회견”을 진행했어요. 이후에는 실제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로 3월 20일부터 윤석열의 재구속을 요구하고, 윤석열을 석방한 법원과 검찰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실 실천단 차원에서는 윤석열 체포를 위해 여러 실천들을 해왔지만, 내란을 제대로 진압하기 위해서는 저희만 이런 투쟁을 할 게 아니라 많은 단위들이 함께 투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귀연 재판부의 교체를 요구하고 제대로 된 재판부가 내란죄 재판을 진행할 수 있도록 요구한다든가, (즉시항고를 포기하면서) 윤석열을 석방해준 검찰총장 심우정 탄핵을 요구한다든가, 내란 수괴 윤석열을 다시 감옥에 집어넣고 내란세력들을 발본색원하는 등 투쟁이 여러 방면에서 다양하게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투쟁들이 대선 이후로 밀린 것 같습니다. 하루빨리 여러 단위들이 힘을 모아 내란을 제대로 진압하기 위한 투쟁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4. 이석훈 동지는 그간 민중들, 청년들 사이에서 쌓여왔던 분노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나온 것 같다고 했습니다. 관련하여 이 시대를 살아가는 20대 청년의 한 사람으로서 이석훈 동지는 삶의 어떤 부분이 고민되었는지, 주변의 청년들은 삶의 어떤 부분을 고민하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이석훈: 청년들이 겪는 여러 삶의 문제들과 차별, 억압들이 있지만 특히 저나 제 주변 청년들은 크게 주거 문제, 일자리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아요. 먼저 주거 문제부터 이야기를 하면, 제가 올해로 자취한 지가 10년째로 접어들었어요. 그만큼 이사도 많이 다녀보고 주변 친구들 집 알아볼 때 많이 도와주기도 할 정도로 경험치가 쌓였는데요. 주변에 정말 열악한 집들이 많았어요. 예컨대 어떤 곳은 집주인이 예전에 창고로 쓰던 곳을 월세로 내놓았는지 공동현관 바깥에 집이 따로 위치해 있기도 했어요. 보안이 취약한 거죠. 3평짜리 공간을 복층으로 만들어 놓은 그 집을 보고 ‘원래는 창고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런 집은 그나마 보안 문제 때문에 싸게 나와서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가 40만 원대였어요. 어떤 곳은 원래 하나의 방인데 가벽을 쳐서 방 두 개로 나눠놓은 것도 있었어요. 방음이 전혀 안돼서 옆집 사람하고 대화가 가능할 수준이겠다 싶었어요. 어떤 집은 보증금 500만 원이나 천만 원 정도에 월세가 40만 원 정도인데 침대, 책장이 있고 사람이 딱 한 명 정도 걸어 다닐 공간만 있는 곳도 있었어요. 화장실도 좁고요. 거기다가 반지하에 햇빛도 안 들어오는 곳도 많아요. 이런 곳이 보증금 천만 원에 월세를 40만 원 정도 받는다고 생각하면 열 받죠. 이렇게 열악한 집인데 서울에 있다 보니 다 비싸요. 이런 말도 안 되는 집에 내가 월세를 이만큼 내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저뿐 아니라 다른 청년들도 할 것 같아요. 현재 저는 옥탑방에 살고 있는데, 햇볕이 잘 들어서 좋긴 하지만 웃풍이 세서 겨울에 엄청 추워요. 이런 문제들을 많은 청년들이 겪고 있을 거예요. 집이라는 것이 삶에 너무나 중요한 부분인데 이렇게 불안정해도 되는가 하는 고민이 있어요.

그리고 일자리 문제를 놓고 보면, 열악하다는 말도 부족할 만큼 심각하죠. 요즘 ‘쉬었음’ 청년들이 많다는데, 제 주변만 봐도, 특히 청년 여성 지인들은 대체로 비정규직, 계약직으로 들어가서 한 1~2년 정도 야근, 특근 등으로 갈려나가요. 거기다가 직장 내에 인간관계 등의 문제가 생기면 ‘더는 못 참겠다’ 하고 일을 그만두고 쉬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괜찮은 일자리라고 할 게 거의 없죠. 제 주변에도 그나마 괜찮다고 할 수 있는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손에 꼽아요. 나머지는 포괄임금제, 계약직, 혹은 임금이 많지 않은 정규직으로 일하면서 계속 이직을 준비한다든가 다른 방도를 찾고 있어요. 이런 점에서 주거, 일자리가 청년들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Q5. 이석훈 동지께서는 20대 청년으로서 겪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고민 속에서 사회주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계십니다. 사회주의를 접하게 된 계기와 어떤 식으로 앞서 말씀하셨던 문제들을 사회주의 활동으로서 풀어나가려고 하시는지 듣고 싶습니다.

이석훈: 제가 사회주의를 접하게 된 계기, 그리고 사회주의자가 된 계기는 사회주의가 확실히 우리들의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어서였거든요. 당장 사는 것도 힘들고, 평생에 걸쳐서 여러 다양한 문제들이 우리 삶에 나타나잖아요. 근데 이런 문제들이 단순히 법 하나 바꾼다고 해결이 되나요? 안되잖아요. 제도 하나 새로 만든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는 거 우리는 경험적으로 안단 말이지요. 그럼 뭘 바꿔야 하는가, 제일 큰 것, 바로 자본주의라는 체제 자체를 바꿔야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이미 우리는 의료 같은 우리 삶에 꼭 필요한 것들은 상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을 해요. 주거도 마찬가지죠. 그러니까 사회주의를 얘기해야 하고, 사회주의로 가는 과도적 요구로서 토지국유화나 1가구 1주택 초과소유 주택 몰수 등을 통해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는 것을 이야기하면 청년들, 민중들도 속이 시원하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일자리 문제도 사회가 책임지고 일자리 제공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공공부문을 늘려서 사회적으로 필요한 일자리들 늘리라고 요구하고, 비정규직 철폐하라고 요구하는 거죠. 이렇듯 우리 삶을 위해 필요한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라도 사회주의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최근 ‘평등’을 이야기하거나 ‘불평등 구조 타파’ 등을 이야기하는 흐름이 있는데요. 평등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자본주의를 건드리지 않고 평등을 이야기하는 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민중들은 분노해서 거리로 나오고 있고, 사회가 획기적으로 바뀌길 바라는데 자본주의를 건드리지 않고 불평등을 개선하자는 건 법 바꾸자, 제도 바꾸자 정도 밖에 안 되는 접근일 것이고, 그러면 결국 ‘법안 내려면 민주당과 함께 해야 한다’는 식의 접근으로 빠지다가 힘없이 마무리될 게 뻔한 거죠. 자본주의는 얘기하지 않은 채 평등만 얘기하는 건 민중들의 분노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것이고, 청년들, 민중들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제도 수행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Q6. 실천단은 꾸준히 오픈마이크를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어떤 취지로 오픈마이크를 시작하고 이어오게 되었는지, 청년들이 직접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고, 삶의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투쟁에 나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지에 대해 고민하신 바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이석훈: 오픈마이크는 청년들이 직접 자신들이 겪는 그 문제들을 이야기하는 자리가 필요하고, 이런 자리를 통해 청년들이 직접 투쟁의 주체로 나서는 흐름을 만들기 위한 취지에서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오픈마이크 사회를 볼 때마다 했던 말이 ‘차별, 혐오 발언 외에 그 어떤 얘기도 해도 된다’였는데, 그 이유는 어떤 얘기든 본인이 느끼고 생각했던 바를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유도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오픈마이크 초기에는 아무래도 (오픈마이크가) 잘 알려져 있지 않다보니, 사실상 저희(실천단)끼리 선전전하는 느낌으로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점점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면서 참여하는 분들은 늘고 있습니다. 몇몇 분들은 오픈마이크에 대해서 “속이 시원하다”, “재밌다”, “특색 있다”,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가 나온다”, “내 얘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같은 이야기를 해주기도 했습니다.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시원하게 할 수 있는 자리로서 저희 오픈마이크가 기능하고 있고, 그러면서 조금씩 사람들이 모이는 과정이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12월 3일 이후 많은 청년들이 거리에 나와 투쟁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상당수가 기존의 투쟁에 연대하는 방식으로 움직이고, 연대를 하며 세상을 바꿔나갈 수 있다는 생각도 있는 것 같아요. 이게 틀렸다거나 잘못됐다고 할 순 없지만, 도덕적 차원에서의 연대, 부채감에서 비롯된 연대만으로는 세상을 과연 바꿀 수 있을까에 대해 회의적이에요. 광장에 나온 청년들이 겪고 있는 문제가 있고, 그 청년들이 겪는 문제는 사실 대다수 청년들이 겪고 있는 문제니까요. 그래서 청년들이 겪는 문제에 대한 요구를 전면화하고, 여러 문제들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흐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확실히 듭니다. 오픈마이크를 하다보면 참가자 분 중에선 자신이 겪고 있는 문제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더 중요하지 않겠나 하는 말씀을 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나중에 다른 기회로 그분에게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결국 그분이 갖고 있는 고민, 생각이라든지 겪고 있는 문제는 너무 중요한 문제란 걸 느끼게 됩니다. 청년들이 삶의 문제 해결에 직접적으로 나서기 위해서는 먼저 청년들이 지금 당장 자기가 겪는 문제를 다른 모두가 함께 겪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이게 저희가 오픈마이크를 꾸준히 하는 이유입니다. 자유롭게 자신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다른 청년의 이야기를 듣고 하는 과정 속에서 결국 우리가 겪는 문제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자본주의 때문에 겪는 문제구나, 이런 문제를 겪고 있는 우리가 문제를 해결할 투쟁의 주체구나 하는 공동의 경험을 만들어나가는 거죠.

Q7. 청년들이 겪는 삶의 문제의 원인은 대체로 자본주의에 있습니다. 따라서 청년들이 자신의 삶의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투쟁하는 과정에서 자본주의에 적극적으로 문제제기하는 흐름이 형성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앞으로 청년들의 투쟁이 어떻게 반자본주의, 사회주의 운동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신 것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이석훈: 일단은 청년들이 자신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쟁에 나서는 것이 아직까지 잘 되고 있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청년들의 삶의 문제 해결 요구 투쟁을 만들고, 청년들을 투쟁의 주체로 세워나가는 과정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렇게 투쟁하는 흐름을 만든다고 저절로 자본주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흐름이 만들어지는 건 아니겠죠. 그렇기 때문에 투쟁과 동시에 왜 자본주의가 문제인지에 대한 학습 선전을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왜 우리 삶이 힘든가, 왜 물가, 일자리, 주거, 부채, 각종 억압과 차별 등 여러 삶의 문제들이 나타나는가, 이런 문제들의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에 대해 파고 들어가기 위해선 학습이 필요한 거죠. 이런 학습을 통해 자본주의가 우리 삶을 망친 근본 원인이고 자본주의를 박살내야 우리 삶의 문제가 해결된다는 인식을 넓혀 나가는 게 필요합니다.

청년들 사이에서 학습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나 열망은 실제 확인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최근 제가 활동하고 있는 청년 사회주의자 모임에서 맑스·엥겔스 초기저작 학습모임을 진행 중인데, 홍보기간이 길지 않았음에도 적지 않은 청년들이 참여했고, 학습과 토론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어요. 청년들 사이에 왜 자신의 삶이 힘든 지에 대해 알고 싶은 욕구나 학습에 대한 열망이 있을 뿐더러, 대강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꼼꼼하고, 확실하게 자본주의 체제에 대해 알고자 하는 열망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자본주의가 왜 문제인지 학습했으면, 실제 투쟁에서의 발언이나 선동에서도 자본주의가 문제라는 것을 숨기지 않고 속 시원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겠죠. 정리하면 투쟁과 학습을 유기적으로 결합해가면서 서로를 강화시켜나가는 과정을 통해 청년들의 투쟁을 반자본주의, 사회주의로 나아갈 수 있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8. 끝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 못 다한 말씀이 있으시면 해주시길 바랍니다.

이석훈: 제가 오픈마이크 사회를 보면서 거의 대부분 마무리 멘트로 하는 이야기가 바로 “이제는 정말로 세상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청년들 삶이 정말 너무 힘들잖아요. 근데 우리가 언제까지 이렇게 힘들기만 해야 하나요. 우리는 물가, 일자리, 주거, 부채나 각종 억압과 차별로 천날 만날 고통받다가 그냥 바스라져도 되는 존재가 아니잖아요. 지금이야말로 청년들이 투쟁의 주체로 나서서 세상을 바꾸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대선을 전후해서 이런 이야기들이 많이 나와요. 극우의 재집권이라든지, 극우세력의 부상을 우려하는 이야기 같은 거요. 근데 저는 극우세력이 부상한다는 생각이나 그로 인한 걱정이 들지는 않아요. 수구세력은 역사적으로 정리되어야 할 세력이니까요. 오히려 지금 무서워하거나 걱정해야 하는 것은 지금의 투쟁 흐름이 세상을 실제로 바꾸는 흐름으로 가지 못하고, 투쟁에 참여한 청년들에게 효능감을 주지 못하는 흐름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 더 걱정돼요. 세상을 바꾸어야 할 때 바꾸지 못해서 찾아올 반동을 걱정해야 하는 것이죠. 때문에 제대로 된 정세판단을 갖고 청년들이 직접 세상을 바꾸겠다는 투쟁을 전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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