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푸라기
정호승
나는 길가에 버려져 있는 게 아니다
먼지를 일으키며 바람 따라 떠도는 게 아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당신을
오직 기다릴 뿐이다
내일도 슬퍼하고 오늘도 슬퍼하는
인생은 언제 어디서나 다시 시작할 수 없다고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이라고
길바닥에 주저앉아 우는 당신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다시 일어서길 기다릴 뿐이다
물과 바람과 맑은 햇살과
새소리가 섞인 진흙이 되어
허물어진 당신의 집을 다시 짓는
단단한 흙벽돌이 되길 바랄 뿐이다
지푸라기는 벼의 이삭을 떨어낸 줄기를 말한다. 지푸라기는 쓸모없는 것 같지만 모이면 짚이 되어 새끼줄을 꼬고, 초가지붕을 잇는 재료가 된다. 추울 때는 잘 타는 땔감이 되고, 진흙과 섞이면 흙담을 단단하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에 빠진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속담에서 위기나 실의에 빠져 있을 때 빠져 나오기 위한 마지막 수단을 비유하기도 한다. 여기에서 착상한 시인의 창작이 놀랍다. 쓸모없이 버려져 있는 지푸라기라는 생각을 반전시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사람을 기다린다고 했다. 인생의 마지막이라고 주저앉아 우는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다시 일어서길 기다린다고 했다. 허물어진 집을 다시 짓고 다시는 허물어지지 않도록 단단한 흙벽돌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주저앉은 이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허물어진 집을 다시 짓는 힘을 가진 지푸라기. 나를 기다리는 지푸라기도 하나 있길 바란다.
정훈탁 / 광주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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