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이 생각이 들었어
"완트"란 뭘까.
누군가는 혐오용어 취급이고
누군가는 목표로 삼는 단어고
누군가는 별 생각이 없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저게 뭔지도 모를 수도 있고
이런저런 해석을 많이 붙이기는 하는데, 결국 추려보면
"트랜지션을 완료하다" 라는 의미로 쓰는 단어.
그러면 애초에 트랜지션의 완료지점이 있을까.
아니 애초에 트랜지션이 뭘까
정체성을 깨닫고 나아가는 게 트랜지션인가?
호르몬 꽂으면 트랜지션인가?
정체성에 맞는 사회화를 거치는 게 트랜지션인가?
이런저런 의학적 수술을 받는 게 트랜지션인가?
아니 어쩌면, 전부 아니면서, 전부 맞나?
요전에 포스트모더니즘 사상에 대해 대강은 들은 적이 있다. 내가 전문가는 아니라 정확하진 않겠지만....
큰 틀은 "절대적 진리를 거부하고, 개인과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상이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자주 예시로 언급되는 게 바로 LGBTQ+.
그런데 가끔 좀 이상한 생각은 든다.
절대적 진리를 거부한다는데, 트랜지션이니 완트니 진리로서 존재하는 길이 있는 것마냥 말하기도 한다.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한다는데, 가끔은 단체활동이나 집단행동에 목메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근데 그렇다고 이걸 "틀렸다"라고 부정해버리자니, 이 역시도 "맞고 틀림"을 진리처럼 규정해버리는 꼴이고, 사람들의 활동과 행동의 다양성을 부정해버리는 꼴이 되지 않을까.
가끔 그런 생각도 든다.
이 길에 발 내딛는 친구들이, 여러 성소수자와 관련된 사상과 철학, 의학적 정보, 선배들의 사회경험 등을 찾아다니지만
결국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성소수자로서의 틀에서 벗어나는 순간, 진짜 본인이 보이는 게 아닐까.
본인이 성소수자임을 받아들이면서도, 성소수자로서의 틀에 묶여 살지는 않는 것.
성소수자로서의 많은 경험과 지식을 필요로 하지만, 동시에 이로부터 벗어나야 볼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스스로도 자주 내뱉었던 말.
"자기 앞가림 먼저 하자."
정체성을 찾았어도, HRT를 시작했어도, 사회에 적응해가도, 힘겨운 수술을 끝마쳐도, 이윽고 정정을 마치고 내 성별을 찾아냈어도
인생은 끝나지 않으니까.
비슷한 경험은 있지 않나. 대학만 가면 연애고 취업이고 다 잘 될 것처럼 말하더니, 막상 가보면 보이는 건 갈림길에 갈림길에 갈림길뿐.
정정만 되면 인생 필 것 같더니, 그 이후에 남는 건 마찬가지로 갈림길에 갈림길에 갈림길 뿐일테니까.
그 갈림길에 정답이 없으리란 건 이미 알고 있으니까.
최소한 스스로 길을 택해 나아갈 힘은 있어야 할테니까.
그러니, "자기 앞가림 먼저 하자."
그러니, 내 앞가림 위해서, 나를 먼저 알아야지.
성소수자라는 나의 모습에 얽메이지 말고.
그렇다고 성소수자로서의 내 모습을 배척하지도 말고.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벗어날 건 벗어나야지.
어쩌면 이미 이게 "앞가림"의 연습일지도 모르고.
그렇게 족쇄에서 벗어나고 나면,
애초에 남들이 무슨 용어를 규정하든, 무슨 활동과 행동을 하든, 각자의 정답이 있는 거고
각자의 정답을 "절대적"이 아닌 "상대적, 개인적" 진리라고 생각한다면
트랜지션이니 완트니 하는 용어 그 자체에는 애초에 별 의미가 없는 게 아닐까.
트랜지션을 뭐라고 규정하든, 완트를 뭐라고 규정하든, 결국 남이 정한 진리인데.
이상한 식으로 곡해해서 같은 길 가는 사람들 찌르고 다니는 것만 아니라면야, 내 스스로 그렇게 받아들이면 그게 될 텐데.
절대적 진리는 없다면서?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한다면서? 그럼 뭐 어때.
내 개인의 진리로만 남겨둔다면야. 남의 다양성까지 해치는 게 아니라면야.
나는 그렇게 정하기로 했다.
트랜지션은 결국, 트랜스젠더로서 받아들일 걸 받아들이고, 벗어날 걸 벗어나는 과정이라고.
완트는 결국, 그 과정을 끝맺음하는 거라고.
트랜스젠더로서, 결국 나 자신으로서 받아들일 걸 받아들이고, 벗어날 걸 벗어나는 과정이라.
....그냥 인생이잖아....?
나중에 가서 받아들인 걸 내칠 일도, 벗어난 걸 다시 주워담을 일도 없을테니까.
아.
그러면,
트랜지션이 결국 인생의 과정이고, 완트가 그 과정을 끝맺는 거라면
내 인생을 잘 끝맺음하는 거구나.
나는 완트 중이구나.
는 몰루갯고
사실 저런 용어가 애초애 업는 개 않일가
않인가
모루갯소요
않임말구
으헿헤
적고 나서 보니까 나도 뭔 소린지 모르겠고
일단 집가고싶다
잘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