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지만 갓 8살이 된 초등학교 1학년 시절부터 이야기해보자
지금은 초등학생이라고 불리는 그 나이, 그 시절은 내 유일한 국민학생의 시절이었다
(이쯤되면 얼마나 고령층인지 다 보이겠지...?)
어릴적, 태권도 학원을 가다가 발생한 미세한 접촉사고로 인해 다리에 금이 갔고
깁스를 하며 목발을 짚게 된 나는 어머니의 극진한 간호를 받았다
없는 돈을 모아 한약도 먹었고, 그렇게 나는 8살때부터 살이 찌기 시작했다.
이후 중학교 3학년, 15살의 나는 살을 빼야겠다는 생각, 그리고
어머니의 극심한 잔소리로 인해 드디어 살을 빼기로 결심했다.
제대로 된 다이어트를 위해 근력운동을 병행하기로 했고, 헬스장에 PT를 등록했다
비용은 아버지의 신용카드로 했고.
그렇게 체중을 72kg까지 감량하는 데 성공했다.
같은 해 여름방학, 유학을 가게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체중은 90kg에 육박하게 된다.
요요가 온 것이 확실해 졌고, 미국에 방치된 나는 다시 살을 빼기 전 체중으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2006년, 군입대를 위해 한국에 돌아오게 된다. 당시 나이 21살
프로게이머 임요환과 같은 기수의 공군 훈련병으로 입대하게 된 나는
운이 좋았는지, 아니면 무지한 용기가 빛을 발한것인지 회계병, 즉 PX병으로 배치받게 된다.
공군 기지 중 가장 땅끝으로 배치받게 된 후, 약 2년 2개월을 매점에서 생활하게 된다.
그리고, 점점 옷이 맞지 않을 정도로 살이 찌게 된다.
그럼에도 80kg 후반대를 기록한 것이 기억이 난다.
제대 후, 다시 대학교에 복학. 많은 문제와 성별 정체성에 대한 의문, 그리고 우울증을 가진 채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은채로 한국에 귀국하게 된다. 당시 시절 2016년.
다이어트를 병행하면서 취업 준비를 하게 되고,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 소식을 처음 접하게된다.
인공지능 개발자로 방향을 전환, 취업을 준비하면서 다이어트를 계속 진행한다.
최종적으로 110kg에서 약 90kg 쯤 까지 감량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확하지는 않다.
많은 이직을 거치고 난 후, 2023년도에 여차저차 게임회사 중 대기업에 입사하게 된다.
많은 야근과 자취, 그리고 멈출수 없는 식욕으로 인해 최종적으로 138kg까지 몸무게가 증가하게 된다.
결국 2024년도 8월, 전배 후 많은 조사와 결론 끝에 비만대사수술을 감행하기로 결정한다.
수술 전까지 120kg대로 감량 후 수술을 진행한다.
그리고 현재, 2025년도 9월 기준으로 체중이 77kg ~ 78kg을 기록한다. (아침 공복, 근력 운동 후 기준)
여행을 다녀도 더이상 체중이 늘어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여행을 시작할 때보다 2kg이 줄었다.
수술 후, 내가 생각하는대로 음식을 먹어도, 내가 원하는 만큼 음식을 먹어도
더이상 체중이 늘지 않음을 최종적으로 확인하게 된다.
아직은 검증이 필요하지만, 내가 원하는 대로... 내가 생각하는 만큼 음식을 먹어도
운동과 시간 관리를 병행하면 체중이 유지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다.
현재 나이 40세.
약 32년만에 식욕과 체중의 저주에서 해방된 느낌이다.
체중 관리를 도와줘야 한다는 나의 강박, 그리고 어머니의 이유 있는 의존에서 벗어난 느낌이다.
한국에 귀국할 때 까지 체중이 더이상 늘지 않는다면, 이 사실은 거의 확정될 것이다.
더이상 나와 같이 있어야 할 이유... 의존의 핑계거리 하나를 거의 완전하게 제거한 셈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지금에서야 겨우... 이제야 겨우 내 힘으로 온전히 살아갈 수 있는 이유를
독립을 할 수 있는 근거를 찾은 느낌이다.
이제 더이상, 'ㅇㅇ이는 혼자서 살을 빼기 힘들기에 옆에서 도와줘야 한다'는 말을 듣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감정을 느껴야 좋은 것일까?
기쁨? 해방? 후련함? 어딘가 모를 시원함?
그럼에도.. 이 모든 시간들에도 불구하고, 지금 느끼는 이 깊은 우울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내가 나로 살아가기 위한 큰 산 하나를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깊은 슬픔을 느끼고 있는 것일까?
어머니가, 부모님이라는 존재가 내가 여자로 살고 싶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사실 때문일까?
옆에서 지지해줬으면 하는 존재가 이제는 나의 정체성을 거부하기 때문일까?
더이상 누군가 나를 믿고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는 깊은 배신감일까?
나를 지지해줘야하는 존재가 오히려 나를 의존하고, 자신의 생각에서 더이상 벗어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 모든 일들이 내가 스스로 일어나고 싶은 의지 때문에 생기는 일이라는 자책감?
용기는 망설임으로 변하고, 믿음은 실망감으로 변해간다.
의심은 확신으로 변하고, 우울감은 굳은 결심으로 변해간다.
그리고, 곧 홀로서기의 순간, 헤어짐의 순간이 다가옴을 직감한다.
그것이 많은 상처와 마찰을 일으킬 것이라는 예감을 직감한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이것은 일어날 일이라는 것을 그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껴간다.
새로운 관계, 새로운 기대, 새로운 보금자리, 그리고 새로 맞이하게 될 나날들.
이 모든것들이 내 손 안에 있는 지금의, 그리고 내 손안에 있던 이전의 것들을 놓아줌으로서
맞이하게 되는 것이라는 것을 기억하려고 한다. 잊지 않으려고 한다.
더이상, 과거의 나로 돌아가지 않으려고... 한번, 두번, 세번... 그리고 몇번이고 다시 되뇌인다.
그럼에도 불안감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정말 돌아가지 않을 수 있을까?'라는 의심의 씨앗이 내 마음 한구석에 뿌리를 잡는다.
잠시 모든 것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지금, 많은 것들을 결심하고 되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다시한번, 다시 몇번이고 다잡고 되뇌어본다.
절대...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어린 소녀의 마음으로 현실을 살아가는 어른의 마음가짐을 가져본다.
많은 것들을 고민하게 만드는 순간들이 바로 지금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체감해본다.
다시 가지기 힘든 시간이기에, 조금이라도 더 소중하게 이 순간을 뼈저리게 느껴보려고 한다.
많은 것을 생각하고, 조금은 아프게 가슴으로 느껴가는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