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회사 취업하고 막 그러는 시즌인가봐

예전에 첫 취업으로 엄청 마음고생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

지금은 프리랜서를 지망하고 있지만

그래도 나는 내가 봐도 이런 인간도 있구나 싶은 취업 썰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해

뭐... 복잡하게는 말고 간단하게 풀어볼게

근데.. 내용은 엄청 길어. 쓰다보니 진짜진짜 길어졌네

대학생부터 나는 한가지에 정착을 못햇어

다행히 유학생이어서 전과가 쉬웠다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했지

처음 입학은 회계과로 입학했어. 숫자를 좋아했다는 이유 하나만이었지

그러다가 미국 상법/민법을 보면서 이건 아니다 싶었고

그래서 수학과로 갔어. 가서 나한테 관심 주신 교수님도 계셨었어

근데 나는 수학 자체보다는 컴퓨터도 좋아했단 말이지?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Computer Science, 즉 컴공과로 마무리 지었어

이거 말고도 대학교 썰은 한참 더 풀게 많은데... 그건 다음 기회에

그렇게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고

난 당장 취업은 좀 서두르는 것 같아서 국비지원을 알아보게 되었어

C언어라는 프로그래밍 언어가 있었는데 개발 기본기를 다루기에는 그거만한게 없었고,

그걸 주로 다루는 직종이 임베디드 프로그래밍이었어

그러다가 생방송으로 알파고 vs 이세돌 뉴스를 보게되었어

인공지능이라는 것이 연구가 되고 있는지도 모르는 시절, 그건 나에게 충격 그 자체였어

"미래는 이걸로 다들 가겠구나. 그럼 난 이걸 하고 있을 때가 아닌데?"

라는 생각에 사로잡혀버렸고

결국 국비지원 수업을 들으면서 인공지능 공부를 따로 병행하기 시작했어

당시에는 인공지능이라는 개념조차 가르치는 학원이 단 한군데도 없었어

그럴수밖에... 인공지능을 다룰수 있는 프로그램의 사용법을 알기만 해도 취업이 되던 시절인데

그걸 가르치는 학원이 있을리가

그래서 유학 경험을 살려서 해외의 유료 강의 사이트를 찾았고,

그걸 열심히 수강한 다음에 국비에서 배운 개념이랑 같이 접목을 시켰어

지금 생각하면 어설프지만... 나름 자율주행 로봇을 만들고 싶었던거지

그리고 그건 시연용으로는 좋은 시도가 되었고

그런 경험, 그리고 그걸로 어떻게든 포트폴리오를 쥐어 짜냈고

결국 어설프지만 그걸로 인공지능 스타트업을 자칭하는 작은 회사에 취업했어

이때 내 나이가 한국나이로 35살이었어.

많은 전과, 그리고 대학에서의 트러블로 인해 만들어진 결과였어.

월급은 최소보다 아주 약간 더 받는 정도였고, 내 실력은 그정도였어.

하지만 당연하게도 회사에서 인공지능에 대해서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어.

내가 찾아서 방법을 찾는 그런 방식이었고, 그건 이후에도 좋은 무기가 되었어.

(국비때도 모르는 것에 대한 자료를 찾는 것에는 자신이 있었고)

뭐 이런저런 사정이 있었지만, 회사는 이리저리 방향을 못잡다가

결국 그당시 핫했던 블록체인을 건드리려고 했어.

나는 잘 알지도 못하는 기술에 손대는 것은 망하는 길이라고 했고,

의견 충돌로 11개월만에 퇴사를 했고

당시에는 인공지능에 대해 배우고 싶은 의욕이 엄청 충만했어

페북으로 스터디 그룹도 찾아서 막 참여도 많이했고, 오프라인 모임도 많이 갔어

그렇게 알게된 멤버의 소개로 잘나가기 전, 하지만 한창 뜨는 모빌리티 회사에도 취업을 하게 되었어.

지금도 이름 말하면 '어 거기 들어가셨어요?'하고 알만한 회사였어

(질문: 이거 회사 이름 공개하면 신상공개라서 하면 안되는거 맞지? 일단 이름 공개는 안할게)

연봉도 파격적으로 올랐어

2천 중반이었던 연봉은 3천 중후반대로 급격하게 올라갔고

하지만 포지션 자체는 인공지능이 아닌, 데이터 분석이었어

난 이 점에 대해서 설명을 들었지만, 비슷하다고만 생각했고 내가 배운 직종이 아니라는 사실을

미처 인지하지 못한 채 입사하게 되었지.

그렇게 열심히 데이터 분석 일을 했어

하지만 결국 나에게 맞지 않는 일이라는 점을 일을 하면서 점점 깨닫게 되었고.

최종적으로는 회사에서도 인공지능 일을 내가 좀 하고싶어하니까

샘플로 작업을 맡겼는데, 나 혼자서는 조금 무리인 스케일의 일이었어

결국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지. 7개월 만이었어

점점 인공지능이라는 일이 이렇게 쓰이기 어렵나? 에 대해서 질문을 하기 시작했어

그리고 알게 된 사실은, 이 기술은 스타트업에서 쓰기 힘들다는 사실이었어

그러수밖에 없던 것이... 이건 회사에서 데이터를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가 제일 중요한 점이었으니까

그래서 네이버, 카카오같은 회사를 들어가는게 가장 최선이었고, 이런 곳은 석사 학위를 요구했어.

난 그걸 딸 시간이 없었고, 마지막으로 시도해보자 라는 느낌으로

교육 관련 스타트업에 취업을 했어. 그리고 13개월 후, 퇴사를 결심했고.

이렇게만 보면 인공지능 외길을 판것 같지만,

결국 대부분 1년 내지는 1년을 못채운 경력으로 이직을 자주 했어.

이력서 상으로만 보자면 '이 사람은 한군데 정착을 못하네'라고 말하기 딱 좋은 이력이지

그리고 모은 돈으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해보고 싶었어

'이 주제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을 하고싶다!'라는 느낌보다는

유튜브로 다들 돈을 번다던데? 이거 진짠가? 내가 한번 해봐야겠다

라는 느낌으로 채널을 운영했어

1년정도 게임공략 채널을 운영을 해봤고, 결과는 처참한 실패였어

개인사업자 등록도 하고 사무실 임대도 하면서 1년에 천만원 이상 지출을 했지만

결국 수입은 처참했지. 구독자는 천단위정도 달성해보기는 했지만 거기까지였어.

광고도 받아보긴 했어.

그 과정에서 유튜브 채널 자체에서 나오는 수익보다는 외주로 받는 광고가

압도적인 주 수입원이구나~ 라는 사실도 그 때 알게 되었고.

결국 이것도 실패한 경험으로 남게 되었어

근데 진짜 세상일이 정말 웃긴것같아 ㅋㅋ

그렇게 실패하고나서 돈이 필요해졌고, 인공지능은 다시 하기가 싫었거든

그래서 유학 경험을 살려서 취업을 하고 싶었고,

가장 만만하게 보고 도전했던것이 영한 번역이었어

(지금 생각하면 만만한 일은 아님에도 근자감으로 도전한거지)

근데 내가 세상일이 웃기다고 했지?

내가 번역으로 취업하기 위해서 이력서를 냈던게 전부 게임회사였거든

그러다보니 내가 운영했던 유튜브 채널에 관심을 보였던 회사가 있었고,

번역이 메인은 아니었지만, 번역 & CS 담당으로 취업을 했어.

나름 강소기업이었고, 지금도 게임이름 말하면 '어 그거 들어본 것 같아요'라는 게임을 개발한 회사였어

그런데 회사생활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어

나는 번역일을 하고 싶어했지, CS담당을 하고싶지는 않았거든

그리고 아무리 강소기업이라고 해도 스타트업이란 말이야? 그럼 일을 찾아서 해야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그러지는 않았었어

그래서 3개월 인턴 기간만 채우고 퇴사를 하게 되...었는데

신기하게도 내가 운영했던 유튜브 채널에서 주로 다루던 게임을 개발한 회사에서 일하던 사람이 있었어.

그리고 그 회사는 일반적인 방법으로 지원하면 안붙을만한... 그런 회사였어.

판교에 있는 대기업 중 하나였으니 더 말하면 특정될 수도 있겠다 ㅋㅋ 여기까지만...

아무튼 인턴기간 동안 그 사람이 내 노력을 잘 봐줬는지,

그쪽 번역파트에 나를 소개시켜 주겠다고 제안해주시더라고

나는 넙죽 받아들였고, 그렇게 그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어

그 후 2년동안은 정말 정신없고 재밌게 일했어

긴급 번역이니 뭐니 하면서 새벽 2시에 깨서 정신머리 없는 상태로 번역할 때도 있었고

진짜 '이건 뭐 창작인데...' 수준의 번역을 해야 할 때도 있었어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건, 내가 유튜브 채널로 다뤘던 그 게임

거기서 나오는 엔딩 크레딧에 번역 (정확히 말하면 현지화) 담당으로서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야

이거 하나는 정말 보람차더라구 ㅋㅋㅋ

근데 세상일이 그렇게 쉽게 흘러가지는 않더라

점점 경제가 어려워진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면서, 게임회사들이 어려워지기 시작했어

인원 감축, 예산 조정, 업무 효율화... 이런 살벌한 이야기가 들려오면서

팀 전체를 담당하는 실장도 바뀌고 했어

그 과정에서 나는 다른 팀원과의 트러블이 있었고,

(비만으로 인해 몰려오는 졸음... 그리고 그것때문에 떨어지는 번역 퀄리티... 그로 인한 컴플레인)

결국 퇴사를 하겠다고 면담을 했어

하지만, 새로운 실장은 그것보다는 팀을 옮길것을 제안했어

새로운 팀은 컨텐츠 제작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어

나는 그쪽에 경험이 전혀 없...는건 아니지. 유튜브 채널을 운영했으니까.

(세상 일이 진짜 이렇게 돌고 돌더라구)

그렇게 전배를 하고나서 열심히 일을 했는데, 그중에 게임리뷰 업무가 있었어

그건 정말 재밌더라고. 게임을 플레이하고 그걸 포스팅 형식의 글로 풀어내는 거였으니까

하다보니 나는 글을 쓰는걸 너무나도 좋아했었어

추가로 리뷰가 아닌 잡상식을 풀어내는 포스팅도 제작했고, 그것도 진짜 재밌게 일했어

근데... 회사 경영이 이미 어려워 졌잖아?

그래서 새로운 인원이 재배치 되었고, 새로운 방식과 새로운 업무가 주어지게 되었지

더이상 리뷰 포스팅과 기타 포스팅을 제작하는건 내 일이 아니게 되었어

컨텐츠 제작이 아닌, 예산과 외주 거래처 담당을 하기도 했고

이벤트 기획과 관리라던지 하는 원래 전배시에 생각했던 일과는 100만년 멀어지는 일을 하게 되었어

그렇게 회사생활에 회의감을 가지게 되었고,

원래부터 한가지 일에 정착을 하지 못하는 성격과

내성적인 성격으로 인해 커뮤니케이션이 안되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생각에

회사에서 지원하는 심리상담 복지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되었어.

뭐 그 이후는, 이러쿵 저러쿵해서 심리상담을 하다가 내 정체성을 인지하게 되었고

호르몬치료 시작하면서 내 심리상태나 그런게 더 불안해지면서

업무 능력에 치명적으로 영향을 받게 되었고, 그러면서 내 일에 회의감도 같이 느꼈고 번아웃도 같이 왔고.

결국 만 3년을 넘기는 시점에 퇴사를 하게 되었답니다~ 라는 이야기야

그리고 난 지금 호주 브리즈번에 와 있는거지

내 커리어를 요약하자면 대충 이래

인공지능 개발자 - 데이터 분석가 - 인공지능 개발자 - 유튜버 - 번역&CS

 - 번역담당 - 컨텐츠 제작자 - (예정) 번역 프리랜서

이게 고작 5년만에 벌어진 일이야

내가 프리랜서를 하고 싶다고 이야기 했었지?

프리랜서를 하기 가장 좋은 직종 중에 하나가 바로 번역인데, 나는 번역일로 프리랜서를 하고 싶어

원래는 어느정도 정착하면 후기 정도로 이야기를 들려줄까 했는데

다들 회사 썰 푸는거 보니 충동적으로 그만 ㅋㅋㅋㅋ

이번 이야기는 너무 길어진게 아닌가 싶네

근데 원래 남의 사회생활 썰이 재밌는거잖아~

내가 봐도 흥미진진한 커리어인데, 다른사람이 보기에는 얼마나 흥미진진할까 싶네 ㅎㅎ

뭐 마무리를 하자면...

다들 취업이니 회사생활이니 고민을 많이 하는데

길은 하나가 아니고, 그만둔다고 해서 영영 그건 소용이 없게 되는것도 아니고

우연이든 아니든간에 다 연결이 되더라~ 라는 이야기야

인공지능만 해도 개발쪽이니까 가끔 코딩 필요하면 조금씩은 건드리고

AI 프로그램도 다른사람보단 내가 이해가 조금 더 잘되는 면도 있는거지 뭐

암튼 그런 이야기인거야

평범한 사회생활 이야기는 여기서 끝~

글 5100자... 진짜 길긴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