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광복 80주년 다음날 열린 경기. 역대 150번째 한일전. 임진왜란 3대 대첩(한산도, 행주, 진주)의 장소인 경남 진주에서 열린 경기. 일본에 4년간 패했던 전적. 지속적으로 부진한 여자 배구 대표팀의 상황.
그렇기에 한일전 승리가 절실했다. 그리고 이겼다. 이렇게 의미가 큰 경기에서 이겼으니 환호를 받을 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스포츠윤리센터에 편파 판정으로 조사가 착수됐고 배구 팬들은 한국이 이겼는데 분노하고 있다.
부끄러운 승리, 억지 승리보다 차라리 떳떳한 패배를 통한 성장을 바라는 성숙된 팬들의 시선 때문이다. 광복 80주년이라서, 가위바위보도 이겨야 한다는 한일전이라서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예전 사고 방식이 통하지 않는 시대라는걸 알아야할 배구계, 체육계다.
ⓒ대한배구협회
페르난도 모랄레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은 16일 경남 진주체육관에서 열린 2025 코리아인비테이셔널 진주 국제여자배구대회 4차전에서 일본에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 점수 3-2로 승리했다.
2021년 7월31일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A조 예선 4차전에서 일본에 3-2 승리를 거둔 이후 4년여 만의 값진 승리.
그러나 여론은 싸늘하다. 이날 유독 '홈콜'로 볼 수 있는 한국에 유리한 판정이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일반적으로 홈경기를 가지는 팀에게 유리한 판정이 내려지는건 스포츠에서 으레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날 경기는 선을 넘었다는 주장이 힘을 받는다.
경기내내 네트 터치, 공의 인&아웃 판정 등이 한국에 유리했고 특히 승부가 결정나는 5세트에서 그 정도가 너무 심했다는 것이다. 5세트 11-10 상황에서 한국 서브가 라인 밖으로 떨어졌음에도 '인'으로 선언돼 한국 선수들도 당황하는 장면은 유머. 이 판정으로 일본은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승리 후 선수들과 감독의 기쁨의 인터뷰, 4년만에 이겼다는 기록 등은 모두 묻혔다. 경기 직후부터 편파판정에 대한 항의의 글이 인터넷 커뮤니티, SNS 등에 넘쳐났고 경기 그 자체보다 관심을 받았다.
대한배구협회는 언론을 통해 편파 판정에 대한 요청은 없었다고 하지만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오죽하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윤리센터에 한국이 이긴 경기임에도 '편파 판정'으로 신고가 들어가 조사에 착수됐을 정도.
물론 고의적으로 편파 판정을 했다고 주장하기 힘들다. 캔다고 해서 나오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심판 개인의 판정이라고 꼬리 자르면 그만일지 모른다.
ⓒ대한배구협회
하지만 기억해야할 것은 이제 더 이상 무조건 한일전을 이겼다고, 광복 80주년 다음날이니 한일전은 이겨야한다고 해서 '억지 승리'로 포장해도 부끄러운 승리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전처럼 일단 일본은 이기고 보자는 국민의식이 아니다. 부끄러운 승리보다는 떳떳한 패배가 낫다는게 요즘 인식이다.
당장 올림픽 때만해도 예전에는 무조건 금메달리스트만 주목받았지만 요즘에는 금메달보다 동메달을 따도 매너가 좋고 열정과 개성이 있고 스토리가 있는 선수들이라면 국민들은 더 관심을 가지고 환호하는 것이 2020 도쿄 올림픽부터의 분위기다.
시대는 바뀌었는데 인식은 그대로면 곤란하다. 물론 진다면 욕도 먹고 비난도 받을 것이다. 하지만 떳떳한 패배로 받아들여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는 정신이 더 중요하다. 한일전이라고 억지로라도 이겨야한다는건 구시대적 발상임을 배구계, 체육계가 이번 일을 통해 깨우쳐야할 시간이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Copyright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스포츠한국 화제의 뉴스]
▶제니, 클럽서 비키니만 입고 '엉덩이 살랑' 댄스… 스페인 달궜다 [스한★그램]
▶이찬원, 레전드 가수 6인에 "총 나이 합 391세"… 현숙, "난 언제나 투애니 원" ('불후')
▶이혼 7번·자녀 7명→ 父 성 다 달라… 21년차 판사가 밝힌 충격 사건 ('어쩌다 어른')
▶[인터뷰] 위하준 "'오징어 게임' 시리즈로 제 인생이 바뀌었죠"
▶설하윤, 고급스러운 의상도 섹시하게 소화한 볼륨 몸매…화려한 스타일 '찰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