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 잘 읽었습니다. 답변 안할 것 같았는데 의외입니다. 나 역시 당신의 답변에 화답하여 성실하게 재반론해보겠습니다. ‘학생’이라는 표현보다, 여기에선 ‘당신’이라는 호칭으로 지칭하겠습니다.
먼저, 간단한 잡감을 말하자면 여전히 헛소리를 늘어놓고 있습니다. 당신은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을 멋대로 섞어놓고, 문제 진단을 하며 계엄령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만능키처럼 주장하고 있습니다(솔루션이 완전히 잘못됐다는 말입니다).
이번 글도 조금 길게 답문하겠습니다. 이전 글과 마찬가지로 당신의 주장을 분해하고 하나하나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토록 하겠습니다.
Ⅰ. 당신 주장의 요약
먼저 당신 글의 구조와 주장을 분해하는 것으로 시작하겠습니다. 당신이 쓴 글은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는 헌정질서 유지를 위한 정당하고 헌법적인 조치였다”라는 큰 주장을 바탕으로 여러 근거를 제시하는 구조인데, 편의상 두 부분으로 나눠보겠습니다. 차례대로 서술하겠습니다.
첫째, “윤석열이 비상상황이라고 판단할 만큼 중대하고 급박한 상황이었다”라는 당신 주장의 전제를 정당화하는 부분입니다.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당신이 제시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이 요약됩니다.
① 입법부가 “탄핵안을 줄줄이 발의”했고, “국무위원 전원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는 발언까지 한 것은 행정부를 마비시키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따라서 비상상황이다)
② 예산안을 삭감한 것은 치안과 국방 기능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는 조치들이다. 옥계항에서 2톤 가량의 마약이 발견된 것은 국가가 위기상황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비상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③ 협치가 현실적으로 가능했겠는가? 거대 야당이 압박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아무 대응도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무책임하다. (따라서 비상계엄은 정당하다)
④ 민주주의는 권력 간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인데, 입법부가 권력의 균형을 무너뜨린다면 계엄선포를 통해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따라서 비상계엄은 정당하다)
다음으로 둘째, 내가 제시한 반론에 대해 당신이 계엄령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개별적으로 반론한 부분입니다. 앞부분과 이어지는 내용입니다만 편의상 ‘두번째 부분’이라 하겠습니다. 여기서 당신이 제시한 개별적으로 제시한 반론과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윤석열의 계엄은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목적이었다. 계엄 선포와 관련된 담화문 등 여러 발언에서 지속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② 계엄포고령 1호는 경고의 의미가 강했고, 정치활동을 실질적으로 금지하는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으므로 “과도한 정치적 의심과 사실의 단순화를 전제로 한다.”
③ 윤석열은 계엄 해제 의결 직후 해제를 단행했다. ‘2차 계엄을 준비했을지도 모른다’라는 건 억측이다.
④ 국무회의 개최 여부에 대한 논란 역시 계엄 선포의 위법성을 단정할 수 없으며, 헌법과 법률의 범위 내에서 책임있게 조치했다.
⑤ 선관위에 대한 군 투입은 현실적 보안 위협을 감안한 대응이므로 정당하며,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감사와 점검이 배제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헌법정신을 협소하게 해석하는 것이다. 의혹이 있다면 해소해주어야 한다.
⑥ 윤석열의이 “부정선거 해소를 위해, 이후에는 거대 야당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계엄을 단행했다”는 두 설명은 서로 충돌되는 개념이 아니다.
⑦ 하이브리드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하이브리드전이 교묘하고 복합적인 위협이므로) 비상조치가 필요하다. 내부와 외부를 향한 단호한 경고를 보낼 필요가 있다. 반국가 세력은 우리 일상 가까이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계엄령은 “’조용한 내전’에 가까운 상황에서 최소한의 통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며, “실질적인 국가 안보와 기능을 막기 위한 선제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이었다.
⑧ 민주당은 간첩 지령문과 유사한 정치적 움직임을 보여왔고, 간첩 처벌을 강화하려는 법개정안조차 반대하고 있다. “이런 선동에 기반한 정치를 끝낼 때”이다.
앞서서도 말했지만, 당신의 이런 주장들은 사실을 왜곡하고 있거나, 문제 진단과 솔루션이 완전히 잘못된 경우들이 태반입니다. 결론을 미리 말하자면, 당신의 주장에서 인용될 만한 것은 단 한 개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음은 당신의 주장에 대한 나의 재반론입니다. 위에서 분해한 당신 주장들을 하나하나 반론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부는 짧고, 일부는 길게 답변할 것입니다.
Ⅱ. 당신의 주장에 대한 재반론: Part 1
여기서는 우선 분해한 당신 주장 중 첫번째 부분에 대해 반론하겠습니다.
‘① 입법부가 “탄핵안을 줄줄이 발의”했고, “국무위원 전원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는 발언까지 한 것은 행정부를 마비시키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따라서 비상상황이다)’라는 주장에 대해
당신은 첫 주장부터 ‘비상상황’에 대한 정의를 멋대로 내리고 있습니다. 나는 분명하게 탄핵안의 발의가 “기존 경찰력으로 치안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도 아니고 군대를 투입해야 할 만큼 심각한 소요사태 또한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기존 경찰력이 무너지고 치안을 유지할 수 없으며 군대를 동원해 ‘시민의 기본권을 제한해야만’ 통제가 유지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비상상황’이라고 볼 수 없다는 말입니다.
당신이 ‘비상상황’이라는 근거로 제시한 ‘탄핵안 발의’와 ‘행정부 마비 시도’ 역시 딱히 설득력 있는 근거가 아닙니다. 당신은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무시한 채 주장을 하는데, 실제 사실관계를 따져봅시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21대부터 현재 22대 국회까지, 25년 3월을 기준으로 국회 차원의 탄핵안 발의는 총 31건입니다. 이 중 2건은 문재인 정부 시기 벌어진 일이며, 이를 제외하고 윤석열 정부만 계산한다면 29번의 탄핵안 발의가 있었습니다. 이 중 국회가 주도하여 ‘원안 가결’한 것은 13건이고, 그 중 12.3 ‘비상계엄 이후 발의’한 것이 4건, ‘비상계엄 이전 발의하고 비상계엄 발생 이후 의결’한 것이 4건입니다. 당신이 말한대로 탄핵이 ‘국정을 마비’시키려는 의도였다면 탄핵안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국정 운영이 ‘마비’되는 상황에 이르러야 합니다. 그러나 비상계엄 이전 ‘의결’되어 실제로 효력이 발휘된 탄핵안 중 실질적으로 정부 각료라고 할 만한 인물은 행안부장관, 방통위원장, 감사원장이 전부입니다. 나머지는 전부 검사에 대한 탄핵입니다. 행안부장관, 방통위원장, 감사원장 날리면 ‘국정이 마비’되는 모양입니다.
이런 구체적인 상황 외에도, 정부 각료가 날아갔다고 해서 곧장 정부 부처의 업무가 곧바로 마비되는 것도 아닙니다. 현대 관료제는 그렇게 허술하지 않습니다. 차관급과 실무진이 괜히 있는 게 아닙니다. 근대 국가가 이렇게 거대한 국가역량을 가지고 있는 것도 관료제의 힘입니다. 장관은 새로 인선할 수 있고, 탄핵이 부당하다는 여론전을 시도해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행정부를 마비시키려 했다’라는 ‘의도’를 근거로 ‘비상상황’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계엄령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군대를 동원해 통제를 극대화하는” 통치행위입니다. 행정부가 입법부에 의해 공격받고 있는 상황이 곧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상황”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당신은 계엄령의 본질적 속성은 뭉개버린 채 허술한 논리로 정당화하려 하고 있습니다. 좀 더 명확하게 말하자면, 당신이 말하는 “비상상황”은 대단히 자의적이며 심지어 위험하기까지 한 주장입니다. 말 같은 소리를 하셨으면 좋겠는데요.
‘② 예산안을 삭감한 것은 치안과 국방 기능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는 조치들이다. 옥계항에서 2톤 가량의 마약이 발견된 것은 국가가 위기상황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라는 주장에 대해
이 역시 대단히 위험하고 어처구니 없는 주장입니다. 당신은 진단과 솔루션을 완전히 혼동하고, 심지어 아주 위험한 솔루션을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미래에 닥칠 국가 안보와 치안의 공백에 대비하기 위해 합법적으로 계엄을 선포”한 것이라면, 이재명이 대통령이 된 지금도 위기 상황은 현존하는 것이므로 ‘미래에 닥칠 국가 안보와 치안 공백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당장 국무회의 절차를 밟고 계엄을 선포해야 합니다. 당신이 말한 ‘국가 위기 상황’이란 것은 대통령 하나 바뀌었다고 해소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국가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솔루션으로 계엄령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계엄령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군대를 투입해 시민들을 통제”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당신이 말한 마약 사건, 국방 기능의 위기가 계엄령을 통해 무슨 절차로 해결되는겁니까? 당신은 ‘대통령이 국가위기상황을 사전에 인지하고 조치에 나섰다’라며 정당화하고 있는데, 계엄령을 통한 ‘조치’란 정확히 무엇을 말하나요? 당신의 주장 전체적으로 계속 ‘비상한 조치’를 언급하는데 그 ‘비상한 조치’가 대체 무엇입니까? 모호한 당신의 용어 사용과 당신의 논리 구조로 비춰보건대 나는 당신 머리 속에 있는 ‘비상한 조치’란 계엄 이후 군대를 동원해 야당 의원들을 모조리 잡아들이고 심지어는 사살하는 것이라고 의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③ 협치가 현실적으로 가능했겠는가? 거대 야당이 압박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아무 대응도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무책임하다. (따라서 비상계엄은 정당하다)’ 라는 주장에 대해
마찬가지로 솔루션이 완전히 잘못됐습니다. 여소야대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체로 흔한 상황입니다. 만약 윤석열이 협치를 고민했다면 야당과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섰겠지요. 야당과 행정부가 서로 견제구를 주고받으면서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을 보통 ‘교착상태’라고 부릅니다. 이런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한 덕목으로 권장되는 건 보통 민주주의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의회주의 정신을 실천하는 겁니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은 의회입니다. 윤석열이 야당이 아무리 밉고 치사하고 반국가세력처럼 보인다 하더라도 당장에 내어줘야 할 것이 있다면 내어주고 협상을 시도했어야 합니다.
협치라는 건 기본적으로 정치적 거래입니다. 매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모양새만 있는 게 아니라 때로는 더럽고 치사한 거래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모든 거래나 협상의 결과에 대한 평가는 협상이 이뤄지고 난 이후에 진행할 일입니다. 어쨌든 현대의 민주주의는 ‘총칼없이’ 말과 종이짱돌(paper stone)로 싸우는 게임입니다. 그러나 윤석열은 국회로 군대를 밀어넣었습니다.
‘④ 민주주의는 권력 간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인데, 입법부가 권력의 균형을 무너뜨린다면 계엄선포를 통해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따라서 비상계엄은 정당하다)’ 라는 주장에 대해
이 부분은 문제 진단과 솔루션 둘 다 완전히 틀렸습니다. 권력의 균형, 즉 ‘견제와 균형(check and balance)’은 민주주의 체제에서 어느 한쪽이 과도한 권력을 가지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제도적으로 독재를 방지하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당신 눈에는 야당이 다수당이니 마치 견제와 균형이 무너진 것처럼 보이겠습니다만, 당신 말마따나 민주당이 ‘탄핵안을 줄줄이 발의’한 것처럼 윤석열도 ‘줄줄이 거부권’을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거부권에 막힌 법안들은 재의결조차 거치지 못했지요. 180석 가지고도 원하는 법안 하나도 거부권에 막혀 통과시키지 못하는 ‘거대 야당’이라니, 참으로 “입법 독주”로군요.
당신은 “권력 간 균형이 무너졌다”고 주장하는데, “권력 간 균형이 무너졌다”라는 주장 또한 매우 모호합니다. 뭐가 무너졌나요? 제도적으로 특정 헌법기구에 ‘과도한 권한’이 쏠려 있나요? 아니면, 특정 기구만이 권한을 남용하고 다른 기구는 권한을 쓰지 못하게 되어 있나요? 주장을 할 때 자신의 주장을 명확하게 만드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작업입니다. 그러나 당신은 주장을 모호하게 뭉개면서 “계엄령은 정당했다”라는 주장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또 반복합니다만, 계엄령은 여기에 그 어떤 솔루션이 될 수 없습니다. 계엄령은 오히려 대통령에게 권한을 초집중시키면서 ‘견제와 균형’을 무너뜨리는 조치입니다. 계엄령을 제한할 수 있는 유일한 기구는 국회 뿐입니다. 사법부조차 계엄령 하에서는 힘을 쓸 수 없습니다. 대체 당신은 무엇을 근거로 “권력 간 균형이 무너졌다”고 판단했는지, 그리고 계엄령이 어떻게 그에 대한 솔루션이 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당신은 계속 ‘비상한 조치’라고만 언급하는데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Ⅲ. 당신의 주장에 대한 재반론: Part 2
이 부분은 당신의 글에서 두번째 부분, 개별적 반론에 대한 코멘트입니다.
“① 윤석열의 계엄은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목적이었다. 계엄 선포와 관련된 담화문 등 여러 발언에서 지속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주장에 대해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입니다. 당신은 앞에서 ‘국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비상한 조치’로서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설파했는데 ‘비상한 조치’의 내용이 ‘경고’를 의미하는건가요? ‘경고’로 ‘국가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나요? 당신은 지금 앞에서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설파하면서 여러 위협 요인들을 열거해놓고 지금에 와서는 ‘경고’라고 입장을 바꿨습니다. 둘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주장입니다. ‘경고’가 목적이었다면 대국민 담화나 여론전을 할 수도 있었습니다만, 굳이 ‘군대를 국회에 풀면서까지’ 내려던 ‘비상한 조치’라는 게 단순히 ‘경고’라는 주장은 납득할 수 없습니다.
윤석열의 계엄 선포문은 “반국가세력을 척결”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명백하게, ‘반국가세력’은 의회를 지칭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국회로 군대까지 투입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액션들은 윤석열이 국회를 무력화하고 야당을 제거하려는 의도를 가졌다고 해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후 밝힌 담화문은 윤석열의 일련의 행동에 대한 아무런 설명도 제공하지 않습니다.
“② 계엄포고령 1호는 경고의 의미가 강했고, 정치활동을 실질적으로 금지하는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으므로 “과도한 정치적 의심과 사실의 단순화를 전제로 한다.””라는 주장에 대해
뭘 자꾸 정치적 의심 운운하면서 윤석열의 의도를 자애로운 어버이인 양 묘사하세요. 포고령 1호는 실제로 존재했고, 포고되었습니다. 포고된 시점에서 ‘진정한 의도’ 따윈 어설픈 변명입니다. 군대가 실질적으로 국회를 점령하지 못하고 국회를 무력화하는 데 실패한 것은 12월 3일 밤 국회로 달려간 시민들과 민주당 및 야당의 신속한 단결력, (일각의 해석에 따르면) 계엄군의 ‘의도적 태업’으로 이뤄낸 것이지, 윤석열이 자애롭고 자비로운 어버이라서 그런 게 아닙니다. 대통령의 말과 언어를 어설픈 말장난으로 무마해보려고 하시는 듯 한데, 윤석열은 실제로 정치활동을 금지한다는 포고령을 내렸고, 이후 국회로 군대를 투입했습니다. 윤석열의 진짜 ‘자애로운’ 속마음이 어떤건지는 알 필요가 없습니다. 일련의 행위의 연속은 명백히 ‘국회 무력화 시도’를 특정하고 있습니다.
“③ 윤석열은 계엄 해제 의결 직후 해제를 단행했다. ‘2차 계엄을 준비했을지도 모른다’라는 건 억측이다.”라는 주장에 대해
사실관계의 오도입니다. 계엄 해제 ‘직후’가 아니라 ‘몇 시간 뒤’ 해제가 이뤄졌으며, 윤석열이 2차 계엄을 시도했다는 의혹 역시 그가 합참 사령부에 갔었다는 증거물(CCTV)이 나온 상황인데다 “2차 계엄”을 시사하는 증언들 역시 다수 존재합니다. 국회의 해제 의결 ‘직후’ 해제를 단행했다고 표현하는 건 사실관계를 오도하는 주장입니다. 자꾸 윤석열을 무슨 ‘자애로운 어버이’처럼 묘사하시는데 난 당신의 신앙 간증에는 관심이 없다고 분명하게 말했습니다. 그런데 글 곳곳에서 그런 말이 자꾸 보이는군요.
“④ 국무회의 개최 여부에 대한 논란 역시 계엄 선포의 위법성을 단정할 수 없으며, 헌법과 법률의 범위 내에서 책임있게 조치했다.”라는 주장에 대해
국무회의 개최에 대한 건은 헌법재판소의 판결문으로 갈음하겠습니다. 인정된 사실이 있으므로 굳이 내가 반론할 영역은 아닌 듯 합니다. 다음은 헌재 판결문 일부 인용입니다: (i) “그러나 모든 국무위원은 국무회의의 구성원으로서 국정을 심의할 권한과 책임이 인정됨에도 불구하고(헌법 제87조 제2항),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 환경부장관 김완섭, 고용노동부장관 김문수, 국가보훈부장관 강정애는 대통령실로 들어오라는 연락 을 받지 못한 점, 연락을 받은 국무위원들도 국무회의를 개최한다는 연락이 아니라 대통령실로 들어오라는 연락을 받은 점 등을 고려하면, 일부 국무위원들에게 대통령실로 들어오라고 연락한 것만으로 적법한 국무회의 소집 통지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ii)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위 참석자들 사이에 이 사건 계엄 선포에 관한 ‘심의’가 이루어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⑤ 선관위에 대한 군 투입은 현실적 보안 위협을 감안한 대응이므로 정당하며,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감사와 점검이 배제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헌법정신을 협소하게 해석하는 것이다. 의혹이 있다면 해소해주어야 한다.”라는 주장에 대해
선관위의 신뢰도를 개선하고 투명한 절차를 강조하는 것이야 지극히 당연한 주장입니다. 그러나 그 의혹 해소의 수단이 위헌적으로 군을 투입해 헌법기관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당신의 주장인 ‘의혹이 있다면 해소해주어야 한다’라는 주장은 선관위라는 기관이 가지고 있는 ‘조직 운영’ 차원의 문제와 ‘선거의 공정성’ 문제를 구분하지 않고 뒤섞은 말이나 다름없습니다. 둘은 문제 진단에서 애초에 다른 영역이고, 솔루션 또한 다릅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그 솔루션이 계엄령이 될 수는 없습니다. 선관위의 신뢰와 투명성, 공정성을 높이는 것은 계엄령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성격의 것 아닙니다. 그러나 당신은 ‘의혹이 있다면 해소해 주어야 한다’라는 이유로 선관위에 위헌적 군 투입을 정당화하는 위험천만한 발상을 하고 있습니다.
“⑥ 윤석열의이 “부정선거 해소를 위해, 이후에는 거대 야당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계엄을 단행했다”는 두 설명은 서로 충돌되는 개념이 아니다.
매우 충돌합니다. 당신의 주장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건 윤석열의 비상계엄이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비상한 조치’였다는 점인데, 당신의 ‘비상한 조치’가 무엇인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둘이 양립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단순히 경고만을 위한 것이라면 실질적인 액션이 없어야 합니다. 그러나 윤석열은 실제로 군을 움직였고, 위헌적으로 헌법기관을 군대로 무력화하려 했습니다. 반대로 ‘부정선거 의혹 등 해소’ 등 실질적인 액션, 즉 당신이 말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비상한 조치(실질적 액션)’가 목적이라면 ‘경고’라는 말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대체 뭐가 충돌하지 않는다는건가요?
“⑦ 하이브리드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하이브리드전이 교묘하고 복합적인 위협이므로) 비상조치가 필요하다. 내부와 외부를 향한 단호한 경고를 보낼 필요가 있다. 반국가 세력은 우리 일상 가까이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계엄령은 “’조용한 내전’에 가까운 상황에서 최소한의 통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며, “실질적인 국가 안보와 기능을 막기 위한 선제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이었다.”라는 주장에 대해
말했듯이 당신이 지칭하는 ‘하이브리드전’은 그저 외부 위협이 있으니 권력을 지키는 게 정당하다는 반민주적 논리에 다름 아닙니다. 당신의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면 ①외부의 적이 존재하고 ②여소야대 상황에 처한 국가 지도자는 ‘교묘하고 복합적인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조용한 내전’에 대응해야 합니다. 그리고 당신은 이러한 주장이 내포하는 바를 모르는 건지, 아니면 알고도 의도적으로 숨기는건지 모르겠습니다만, 당신의 주장이 함축하고 있는 것은 명백하게 ‘비상사태’를 이유로 야당의 정권 견제를 군대로 억제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보통 그런 국가는 ‘민주주의’라고 불리지 않습니다.
하이브리드전의 교묘함과 복잡성을 자꾸 예시로 드는데, 안보 위협에 대한 대응은 불행히도 당신의 비대한 애국심(?)을 채워주는 용도가 아닙니다. 현대 전장 상황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현존하는 위협이 무엇인지 규명하고, 적절한 대응 방안을 설계하고 구상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당신처럼 ‘조용한 내전’ 운운하면서 비상계엄 때리고 ‘내부의 적에게 경고’를 보낸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사소한 곁가지입니다만, 당신은 “내부와 외부를 향한 단호한 경고”가 “실질적인 국가안보”를 지키는 “선제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군요. 웃겠습니다.
“⑧ 민주당은 간첩 지령문과 유사한 정치적 움직임을 보여왔고, 간첩 처벌을 강화하려는 법개정안조차 반대하고 있다. “이런 선동에 기반한 정치를 끝낼 때”이다.”라는 주장에 대해
이 부분은 자못 섬찟하기까지 한 부분이라 짧게 답합니다. 당신의 이러한 주장이 내포하는 것은 민주당을 간첩으로 규정하는 주장이나 다름없습니다. 당신이 민주당을 미워하는 건 내가 알 바는 아닙니다만, 내가 섬찟한 부분은 당신이 ‘선동에 기반한 정치를 끝낼 때’라고 말하는 부분입니다. 당신의 속내가 비상계엄을 통해 야당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정당한 조치’라고 생각한다는 점을 암시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당신을 파시스트나 유겐트라고 규정하는 이유도 여기에 달려 있습니다.
사실관계도 틀렸습니다. 당신은 민주당이 ‘간첩죄를 반대한다’라고 주장하며 마치 민주당이 간첩들과 한몸이라는 듯 선동적 표현을 사용했으나, 애초에 간첩죄와 관련된 팩트체크를 살펴보면 법원에서 먼저 반대를 표명한 것으로 나옵니다. 법무부와 법원이 지속적으로 세부 내용을 두고 기존 법률과 충돌하지 않는지, 정보의 종류의 적절성 등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두고 입장 차이를 두는 것이 계류의 원인입니다. 기초적인 사실관계조차 단지 ‘법개정안조차 반대한다’라는 말 하나로 퉁치려는 건 성실한 태도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Ⅳ. 결언
당신의 장문의 반론을 보고 솔직히 감명 깊었습니다만, 단 한 개도 건질 인용이 없는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당신의 정치적 견해를, 미안하지만 내 입장에선 ‘다름’으로 존중하기 어렵습니다. 당신의 주장은 명백히 민주주의에 대단히 위험하다는 점이 곳곳에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윤석열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나 신앙은 제가 알 이유가 없는 일임에도, 당신은 주장에 대한 타당한 논거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왜곡하고, 문제를 모호하게 규정하며, 솔루션으로 제시하는 것이 ‘계엄령’으로 귀결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데에는 대략 1시간 조금 넘게 걸린 것 같습니다. 밥먹고 씻고 뭐하고 하니 시간이 벌써 늦었네요. 이 재반론글이 당신에게 유의미하길 바랍니다.
이 글 역시 노션에 수록했습니다. 트윗이 읽기 불편하다면 노션으로 읽길 바랍니다.(링크: memorandum-dissent.notion.site/21de315bd58b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