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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환청] 2. 원래는 애들이 있어서 좀 시끄러웠는데앱에서 작성

히힛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5.16 18:00:06
조회 1182 추천 34 댓글 5
														






이상하게, 집 밖으로 나오면 언제나 좀 나아진다.


말도 안 되게 조용했던 복도도 벗어났고, 바람도 살짝 불고, 햇빛도 나고.


그냥 그런 평범한 분위기 속에 있으면 내가 괴담을 쓰는 사람이라는 사실도, 그 괴담에 나올 법한 소리를 방금 전에 들었다는 것도 조금은 비현실처럼 느껴진다.


‘그냥 좀 예민했던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길을 천천히 걸었다.


신호등 앞에서 멍하니 서 있다가 파란불이 바뀌는 걸 보고서야 다리에 힘을 줬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동안에도 고개를 들면 하늘이 너무 맑아서 오히려 좀 어지럽게 느껴졌다.


귀를 기울여 보면 이따금 들려오는 자동차 바퀴 마찰음, 자전거 벨 소리, 카페 앞에서 테이블 끄는 소리.


그런 일상적인 소리들 속에 몸이 조금씩 풀리는 게 느껴졌다.


'그래, 그냥 내가 너무 안 움직이고 있었던 거야.'


그렇게 생각했다.


나름 괴담 작가랍시고 글을 쓴다고 하면서 정작 몸은 며칠째 소파에 박혀 있었으니까. 밤낮이 뒤바뀐 생활도 벌써 몇 주째고.


뭔가를 써야 한다는 조급함에 내가 만든 설정에 내가 놀라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들어간 카페.


평일 오후라 그런지 한산했고, 냉방도 살짝 강해서 살결이 조금 싸늘했다.


구석에 자리를 잡고 노트북을 켰다. 커피는 굳이 안 시켰다. 글을 쓰러 왔다는 자기암시가 필요했을 뿐이니까.


노트북 화면에는 전날 쓰다 만 초안이 떠 있었다.


괴담의 시작은 항상 소리다.


아니, 나는 항상 소리에서 시작한다.


사람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감각이 청각이고,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다는 확신은 늘 ‘들은 적 없는 소리’에서 시작되니까.


그렇게 썼다.


그렇게 쓰려고 했다.


그런데 손이 움직이질 않았다.


자판에 손을 올려두고 10분 넘게 아무 키도 누르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스윽


분명히 다시 들린 것 같은데.


바람 소리일까?


커피잔을 옮기는 소리?


귀를 한번 털고 다시 집중하려 해도 303호가 자꾸 머릿속에 맴돌았다.


옆집.


아까 그 집.


아무도 없는 집.


…근데 분명, 며칠 전에도 그 집에서 아이들 소리가 났었는데.


나는 그걸 몇 번이나 들었고, 벽 너머에서 웃음소리도, 쿵쿵대는 소리도 너무 분명하게 들었는데.


‘내가 잘못 들은 걸까?’


아니면, 진짜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그렇게 멍하니 앉아 있다가

결국 노트북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지금 나는—


경비실 앞에 와있다.


진짜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공포영화 보면서 늘 생각했는데, 왜 꼭 그런 캐릭터들이 괜히 무언가 이상한 걸 열어보거나, 안 가도 될 데를 굳이 가서 이상한 소리를 따라가고, 결국 제일 먼저 죽잖아?


근데, 나도 이 상황을 직면하니 딱 그 짓을 하고 있다. 




아파트 1층으로 돌아와 경비실 앞에서 유리창을 두드렸다.


“저기요, 아저씨… 혹시 303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저씨가 슬쩍 고개를 갸웃했다.


“303이요?”


그 뒤로는


아무 말도 없었다.


나는 괜히 말꼬리를 흐리며 뭔가 대충 덧붙였다. 


“아, 그냥요. 방금 지나가다가 보였길래…”


아저씨는 다시 말없이 창가 정리를 하더니


“글쎄요, 그건 잘 모르겠네요.”


하며 그 말을 마지막으로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되게 묘한 분위기였다.


이 정도면 더 안 캐묻는 게 맞겠지 싶어서 나는 괜히 ‘감사합니다’라고 작게 인사한 뒤 복도로 나왔다.


반응이 좀 이상하다. 


그렇지만 왜인지 더 물어볼 수가 없었다.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앞.


버튼을 누르자마자 바로 문이 열렸고,

나는 기계처럼 들어섰다.


혼자 올라가려는 줄 알았는데 문이 닫히기 직전, 누군가 손으로 툭 막고 들어왔다.


12층 아주머니.


뭐랄까, 이 단지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마당발 스타일.


입주자 대표였던가? 그런 직함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순간, 떠오른 생각.


이 사람이라면…


“혹시, 아주머니. 303호 요즘 누가 사세요?”


아주머니는 고개를 돌려 나를 보더니 눈썹을 한껏 치켜올렸다.


“거기? 아이고, 거긴 지금 비어 있어요. 한 달 넘게요. 원래는 애들이 있어서 좀 시끄러웠는데, 이사 가고 나서는 아주 조용하지.”


나는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10년 같은 10초가 지나가고 3층에 엘리베이터가 멈춘다. 내가 내리고 다시 문이 닫히자, 엘리베이터 밖은 조용해졌다.


복도.


3층 복도. 


오래된 아파트의, 8호실이 들어가는 기다란 복도. 여전히 아무 소리도 나질 않는다. 



나는 익숙한 발걸음으로 집 앞에 섰다.


열쇠를 꺼내고,


문고리에 손을 얹고,


문을 천천히 열었다.


“하… 무슨 일인지… 별일이 다 있네. 그럼, 며칠 동안 환청을 들은건…”


그때.


스윽 —


다시 그 소리.


스윽 — 스윽 —


이번엔, 진짜로 들렸다.


바로 옆, 벽 쪽에서.


익숙한 듯, 똑같은 톤으로.


마치 내가 돌아올 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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