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코, 귀와 입 등 신체의 외형과 성격뿐만이 아니라, 생활습관 같은 환경적 단서들도 유전된다는 이색적인 연구결과가 나왔다.
호주 애들레이드대학 로빈슨연구소장인 새러 로버트슨 박사 연구팀은 흡연, 음주, 식습관, 비만, 연령, 약물 노출 같은 환경정보들이 정자와 난자에 저장돼 있다가 자녀에게 전달된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미국의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러한 환경정보들은 결국 자녀가 태어나기도 전에 자녀의 건강을 미리 결정하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세상에 새로 태어난 아기는 100% 0에서 새출발하는 것이 아니라고 박사는 설명했다.
예컨대 부모가 가진 환경적 요인들은 임신했을 때 태아의 발달을 형성하고 출생 후에는 이것이 아이들에게 짐이 돼 당뇨병 같은 대사질환, 심혈관질환, 면역기능장애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환경정보는 정자와 난자에 유전정보와 함께 들어있는 후생유전학적(epigenetic) 정보로, 배아와 태반 형성에 영향을 미치며 이것이 태어난 아이의 평생건강을 결정하게 된다는 것이 로버트슨 박사의 설명이다.
후생유전학이란 유전자 자체, 즉 DNA 염기서열에는 전혀 변함이 없는 상태에서 DNA메틸화 같은 DNA의 구조변화로 유전자의 발현이 달라지는 현상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러한 후생유전학적 변화는 환경과 생활습관에 의해 촉발될 수 있되며 다음 세대까지 유전되는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
동물생식에 관한 연구결과들을 보면 스트레스, 불안, 감염 등이 정자와 난자에 변화를 일으키고 이것이 다음 세대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로버트슨 박사는 “이제야 인간도 어떤 경로를 통해 체험정보가 정자와 난자에 실려 배아와 자녀에 전달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기 시작했다”며 “부모가 아이를 갖고자 할 때는 그 시기를 정해놓고 미리 서로의 생활습관을 개선해 나가면 장차 태어날 자녀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