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그의 대답은 짧았지만 강렬했다.

마치 영겁의 시간 동안의 억눌려진 듯한, 그러나 이미 해보았던 것처럼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에겐 희망이 없는 건가요?"

"그것은 또 아닙니다."

또다시 정적인 침묵. 그러나 둘 중 하나는 초조한 듯 떨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탈출 확률은 희박해져 갑니다."

"시간.. 시간은 얼마나 지났죠?"

"아주 조금. 그렇지만 매우 많이 지났습니다."

"알아듣기 어렵게 말씀하시는군요."

초조해 보이는 남자는 한숨을 쉰 후 말한다.

"저에게는 딸아이가 있습니다. 제가 항상 출장을 가 있어 같이 노는 날이 없었죠. 오늘 딸이랑 공원에 놀러 가려고, 약속까지 했는데..."

남자에 눈에 눈물이 고였다.

"아이가 당신에 얼굴을 볼 수 만 있다면, 아이에게는 정말 큰 생일 선물이 될 겁니다.

"하지만, 여기서 어떻게 나갑니까. 나가는 방법도 알 수 없는데."

"진정하세요. 다 방법이 있.."

"당신..! 당신은 어떻게 그렇게 많이 알고 있는 거죠? 사실 당신이 나를 납치한 거 아니에요? 이 모든게 당신이...!!"

"그만 좀 하세요. 이미 수도 없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일단 좀 쉬세요. 그냥... 세상의 작은 쉼터라고 생각하세요."

남자는 어느새 잡고 있던 그의 멱살을 놓아주었다.

"그래요. 어... 미안합니다. 당신 말대로 좀 쉬면, 그러니까 한 숨 자고 일어나면, 나갈 방법을 찾을지도 모르죠."

남자는 바닥에 누워 중얼거린다.

"우리 딸, 생일을 홀로 보내게 해서 미안하다.."

"잠깐. 오늘이 딸아이 생일이었다는 건 대체 어떻게..? "

"그건 당신이 더 잘 알 겁니다. "

그의 말에 다시 정적이 흐르다가, 남자가 입을 뗀다.

"..해봤습니다."

"무엇을요?"

"이 대화를, 한 번, 두 번, 아니 셀 수 없이 많이 해봤습니다."

"이제야 조금은 알아차리셨군요."

"믿을 수 없어요."

그는 소름끼치게 웃는다. 미친 것이 아니다. 즐거운 것도 아니다.

남자도 그를 이상하게 보지 않고, 되려 그에게 질문한다. 

"하나만 더 묻겠습니다."

"마음대로."

"우리는 반복되는 시간 속에 갇힌 겁니까?"

당신은 아무리 새로고침해도 변하지 않네요. 그래도, 이제 더 이상의 새로고침은 없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