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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탄] 기타를 어디에 뒀더라모바일에서 작성

링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2.27 22:17:51
조회 133 추천 5 댓글 0
														

기타를 어디에 뒀더라.


평소처럼 침대에 누워 폰을 보다가 문득 예전에 사둔 기타가 생각났다.

한 2주 정도 연습하다가 금방 귀찮아져서 방치해 뒀는데, 마침 무료하기도 하고 할 것도 없어서 다시 쳐보고 싶어졌다.


그런데, 집 안을 아무리 뒤져봐도 기타가 보이지 않았다. 분명 크기가 꽤 있는 물건인데도 찾을 수 없었다.

혹시 버렸나? 그런 생각이 들면서, 처음 기타를 샀을 때를 떠올렸다.


기타를 처음 샀을 때... 언제였지?


물건도 잃어버린 데다, 언제 샀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자, 오랜만에 뭔가를 해보려던 의지도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내가 무언가를 해냈던 일이 있었나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그것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나는 원래 이렇게 의지가 약한 사람이었나?


그런 생각이 들자 자괴감이 밀려왔고,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다시 침대에 누웠다.


…언제나 그래 왔다고?


이상했다.


나는 평소에 정말 침대에만 누워 있었던가?

직장은 어쨌더라?


아니, 애초에 내가 직장인이었나?


순간, 온몸에 알 수 없는 불길한 감각이 감돌았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내 집, 내 나이, 내 과거, 나.


모든 것이 어색했다.


나는 이게 치매 같은 병일 거라고 결론 내렸다.

당황스러운 마음을 다잡고 인터넷에 들어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병" 을 검색했다.

그 순간에도 내가 이 타자를 어떻게 치는 건지, 인터넷이 어떤 것이었는지, 하나둘 모든 것이 낯설어져 갔다.


하지만 애써 무시했다.

그저 병일 뿐이라고, 약을 먹으면 나을 거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그러나, 검색 버튼을 누르자 모니터에는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텅 빈 화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 더 깊은 심연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희망은 놓지 않았다.

세상에는 수많은 정신병이 있는 만큼, 뇌가 받아들이는 모든 정보를 거부하는 병도 있을 거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나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집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바깥은…


까맣지도, 투명하지도 않았다.


그저 '무(無)' 그 자체였다.


마지막으로 든 생각은, 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좋겠다 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뒤로는…


아무것도 없었다.


생각도,


세상도,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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