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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오늘은 딸아이의 결혼식이다.

인공위성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3.03 15:21:37
조회 297 추천 6 댓글 1
														

오늘은 딸아이의 결혼식. 새삼스레 눈물이 나온다. 


늘 잔병치레로 고생하던 아이가 건강을 되찾고, 


이렇게 훌쩍 자라버렸다.






요즘은 무엇보다 건강이 중요하지 않은가. 


이 못난 애비는 딸에게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이곳에 오기 전, 


딸아이와 사위가 함께 머물 집을 마지막으로 정리해 주었다.


이제는 매일 아침마다 그 아이의 활기찬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니.


약간 씁쓸하다고 해야 할까.






늙어서 그런가. 괜히 주책맞게 감상에 젖는다.


마땅히 기뻐해야 할 날인데.






"그렇지 않니?"






갑작스러운 내 말에 딸아이는 아무 말 없이 웃는다.


아, 긴장했는지 손이 떨려온다.


그래도 저렇게 밝게 웃는 모습을 보니 안심이네. 




나는 딸아이의 손을 맞잡고 레드카펫을 걷는다. 




이 신성한 연회에 참여한 




하객들이 환호한다.






한 발, 




철퍽-






두 발, 




철퍽-






"자 봐봐, 어때?" 




딸아이를 위한 결혼식 축하 깜짝 동영상.




"하하하, 부모님이 너를 위해서 정말 열심히 살아왔다는 증거니까, 잘 봐주렴."






대형 스크린이 내려오고, 화면이 켜진다. 




-


처음엔 평범한 가족 사진이다. 




딸이 웃고 있다. 




어머니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아버지가 다정하게 미소 짓는다. 




행복해 보이는 한 가족의 모습.






그리고 화면이 전환된다.




-


그리워지는 그림자. 




저항하는 손. 




창이 없는 좁은 방, 차가운 의료 기구. 




무언가를 부르짖는 소리. 




무언가를 붙잡으려는 손.






그리고 마지막 장면.




-


다섯 개 중 하나 남은 마트료시카. 




그것은 비어버린 눈으로 정면을 응시한다. 




더는 돌아가지 않는 시계. 




그대로, 그대로 나누어졌다. 




그대로.






..그래 


딸아이를 위해서.


오늘은 딸아이의 결혼식이다. 




가족들이 가장 행복한 날이다.


딸아이의 결혼식만을 기다렸다.






딸아이의 




붉게 고동치는 씨앗 




들이쉬고 내쉬던 포도송이 




삼켜도 삼켜지지 않게 하던 나뭇잎사귀 




온기를 걸러내던 콩 열매






그건 바로 




해맑던 내 딸 




사랑하는 내 딸 




아빠를 제일 사랑한다던 내 딸 




마지막 한마디도 전하지 못하고 간, 어여쁘던 내 딸






레드카펫을 마저 밟는다.






세 발, 




철퍽-






네 발, 




철퍽-






다섯 발 




너희도 더는 돌아가지 않는 시계.






하객들이 환호한다.


딸아이는 밝게 미소 지으며 눈물을 흘린다.
















"가장 행복한 날이었잖아. 그렇지?"




















[속보입니다. 오늘 오후 A시의 한 예식장에서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남성이 결혼식장에 난입해 하객들에게 흉기를 휘두른 뒤 총기를 난사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공격으로 신부의 부모와 친척, 일부 하객이 현장에서 숨졌으며, 신부도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용의자는 범행 직후 스스로 경찰에 자수했으며, 범행 동기와 관련해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용의자가 신부의 가족을 특정해 공격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범행 동기와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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