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독특하고 낯설게 생긴 동물들이 있다. 인간은 이들에게 ‘못생겼다’는 딱지를 붙이지만 그 생김새는 오랜 진화의 산물이자 치열한 생존 전략이다.
‘못생김’이라는 이름표를 단 이들 중 상당수는 멸종위기에 처해 우리 곁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외모만 보고 쉽게 판단하기엔,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삶을 이어가는 존재들이다.
최근 영국 공영방송 BBC 야생동물 매거진은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동물'을 발표하고 못생김의 기준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되물었다. 그중 일부를 소개한다.
분홍 대머리, 캘리포니아콘도르
캘리포니아콘도르는 북미 원주민 유록 부족에서 신화 같은 존재다. 한때는 캐나다부터 멕시코까지 널리 분포했지만 밀렵과 납 중독, 서식지 파괴로 개체수가 급감해 1987년 야생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후 복원 노력이 이뤄지면서 현재 야생에 약 300마리가 살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 위급 단계에 해당하는 심각한 멸종위기종이다.
'콘도르'는 잉카어로 '자유'를 의미한다. 주름이 자글자글한 핑크빛 얼굴에 머리털은 없지만 하루 320km까지 날 수 있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시속 80km로 하늘을 가르며 최대 수명은 60년이다. 2021년에는 무정란에서 부화하기도 했는데, 암컷이 수컷 없이 혼자 2세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멸종위기 조류 중 단성생식이 확인된 첫 사례다.
대낮의 취객, 대머리우아카리
뙤약볕에 달아오른 노인의 얼굴을 닮은 이 원숭이는 대머리우아카리다. 얼굴과 귀를 빼고는 온몸이 연한 갈색 털로 뒤덮여 있다. 털이 없고 새빨간 얼굴은 어딘가 취한 듯도 하고, 대머리 노인 같기도 하다. 대머리 우아카리의 얼굴이 피부 가까이 모세혈관이 있기 때문이다. 붉은 얼굴은 건강의 신호다. 건강할수록 얼굴이 더 붉어져 짝으로 선택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많게는 100마리까지 무리 지어 살지만 서식지 파괴로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 '취약(VU)' 단계에 놓인 멸종위기종이다.
말과 박쥐 사이, 망치머리박쥐
망치처럼 길쭉한 주둥이,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 그렁그렁한 눈망울.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박쥐로 꼽히는 망치머리박쥐다. 얼굴 생김새가 말을 쏙 빼닮아 ‘말머리박쥐’라는 이름도 있다. 이 독특한 외모는 초식성이라는 점과 관련 있는데, 박쥐 세계에선 초식성이 육식성보다 덩치가 크다. 두 날개를 쫙 펼치면 80cm에 달할 정도로, 아프리카 박쥐 중에서 가장 거대하다.
특히 수컷에게서 이런 외형이 두드러지는데 번식에는 전혀 불리하지 않다. 외모 대신 목소리로 승부하기 때문이다. 수컷들이 밤마다 나뭇가지에 모여 노래를 부르면 암컷은 그중 목소리가 가장 끌리는 수컷을 선택해 짝을 이룬다.
레드립의 정석, 붉은입술부치
"혹시 립 뭐 쓰세요?"라고 묻고 싶을 정도로 강렬한 입술색을 자랑하는 붉은입술부치는 이름처럼 도톰하고 붉은 입술의 소유자다. 아귀의 먼 친척으로, 갈라파고스 제도 심해 30m 깊이의 바닥에서만 산다. 몸길이는 최대 25cm, 수명은 12년 정도다.
특이하게도 붉은입술부치는 헤엄치지 않는다. 다리처럼 생긴 지느러미로 해저를 걸어 다닌다. 그 모습이 마치 박쥐 같아 배트피쉬(batfish)라고 불린다. 붉은 입술만 보면 식물성 식단을 즐길 것 같지만 의외로 육식성이다. 이마에 삐죽 솟은 돌기를 미끼로 사용해 새우나 갑각류를 유혹한다. 붉은입술부치의 입술이 어쩌다 붉어졌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전설에 따르면 이 어류는 원래 육지에 살다가 바다로 내려왔다고 한다. 다시 육지로 돌아가기 위해 단장한 채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
감자떡 같은 보라개구리
말캉한 자줏빛 피부와 탱탱하게 부풀어 오른 몸. 마치 감자떡처럼 생긴 이 개구리는 보라개구리다. 뾰족하게 튀어나온 코는 돼지의 콧구멍과 닮아 '돼지코개구리'로 불리기도 한다.
2003년에서야 성체가 처음 발견됐을 정도로 은둔의 대가인 이 개구리는 인도에 서식하며 생의 대부분을 땅속에서 보낸다. 여름에만 번식을 위해 바깥으로 나왔다가 다시 사라진다. 짝짓기할 때 암컷보다 훨씬 작은 수컷이 암컷 등에 붙는다. 다른 개구리와 달리 돌출된 코와 혀를 이용해 흰개미를 먹는다.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 '준위협(NT)'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