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실내화가 엉망진창이다. 재현은 한숨을 쉬면서도 가볍게 실내화를 정리했다. 젖은 수건들이 어지럽게 놓여있는 탈의실에서도 불만 없이 수건을 주워 빨래통에 넣었다. 보통 이런 일은 갓 들어온 후배들의 몫이었다. 훈련에 적응하기도 바쁜 그 애들은 지금껏 씻지도 못하고 체력실 정리를 하고 있었다. 이정도 호의를 보이는 건 팀을 위해서도 필요하니까. 재현은 운동복을 잔뜩 넣은 세탁기 버튼을 눌렀다. 어떤 선배가 락커룸 청소를 해줬는지 몰라 내일 아침 훈련까지 후배들은 바들바들 떨고 있을 테다. 락커에 들어있던 교복을 트레이닝 가방에 몰아넣고 재현은 락커룸을 나섰다. 놀려줄 생각에 비실비실 웃음이 기어 나왔다.

락커룸 문 앞에 서 있던 코치에 재현이 걸음을 멈췄다. 그는 빤히 재현을 바라보다가 코치실로 들어오라고 손짓한다. 곧 전국 중고교 선수권이 있다. 코치는 재현의 기록에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었다. 어쩌면 처음으로 우리 학교에서 한체대를 보낼 수도 있다는 희망에서였다. 재현은 의심 없이 다섯 평짜리 코치실로 들어온다.

히터를 틀어놓지 않은 코치실은 조금 춥다. 재현은 살짝 몸을 떨었다. 감독님은 퇴근했는지 자리가 비었다. 코치는 서류가 잔뜩 쌓인 책상 앞에 앉아 한참 차트를 뒤졌다. 코치실 창밖은 캄캄하다. 먼저 나간 민규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겠다고 했던 게 떠올랐다. 떡볶이 혼자 다 먹으면 안 되는데.

“정재현. 수상 실적 좋네. 어? 대학 가자마자 국대 선발 치를 수 있겠고. 기록도 계속 좋아지고. 걱정이 없어요, 우리 재현이는.”

코치가 웃었다. 재현이 눈을 비볐다. 코치의 얼굴이 희미하다. 얼굴이 정확히 보이지 않았다. 그가 웃고 있다는 것만 알 수 있다. 코치는 다시 차트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말이야. 재현이도 알지? 선발전 룰 바뀐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