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
5p. 악역
6p. 전학생
7p. 대비
8p. 대면
9p. 직시
9.5p. 이유
10p. 발각
10.5p 이기
외전. 안경
5p. 악역
가까이서 보니 남자애의 목덜미나 팔에는 기하학적인 모양의 문신이 그려져 있었다. 꼭 주술처럼 새긴 거 같은 모양새였다. 벗겨보면 상체에도 다 그려져 있으려나. 목이나 팔목에서 옷 안까지 이어진 걸 보면 그럴 것도 같은데. 정말 겉모습만 보면 이런 양아치가 없었다.
나는 흘긋 그를 보다가 물었다.
“문자 좀 보내도 돼?”
“해 봐.”
그가 턱을 괴며 나를 구경하듯 바라봤다. 뭐, 잠깐 답하면 될 테니까. 폰을 꺼내 차시은에게 문자를 보냈다.
← 돼지
[일 있어서 먼저 간다.}
[갈 때 가을이나 성은이랑 같이 가.}
마침 차시은도 끝났던 건지 바로 답장이 돌아왔다.
← 돼지
{단소야 선배가 데려다준대.]
차시은은 됐고. 그리고 또 하나는…….
← 성은
{야]
{조금만 기다려]
{조금만 버텨 봐]
{그 새끼가 무식하긴 해도 바로 널 어쩌진 않을 거야]
{괜히 도망치려 하면 다칠 수도 있으니까 가만 있어]
{금방 갈게]
그 밑으로도 주르륵 올라오는 문자를 보며 나는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문자 하나하나에 걱정이 뚝뚝 묻어났다. 보기만 해도 피 마르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속으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 성은
[나 괜찮으니까 걱정 마라}
[안 와도 될 거 같으니까 그냥 있어.}
[집 가면 연락할게.}
폰을 무음으로 설정하고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아예 꺼두면 더 걱정할까봐 그런 것도 있지만, 전원이 켜져 있으니 혹시 모를 위치추적도 가능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