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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2014/01/05 09:09:12 ID:DCbcOtgG0
내가 대학 시절이었던 20년도 더 전 얘기임.
친구가 부모님이 원박스카를 사줬다면서
친한 여자애들을 불러서 단풍놀이를 갔어.
산속에 호수가 있고 산길을 걷는 그런 곳인데 꽤 유명한 곳인지
통나무로 계단과 난간이 만들어져서 정비되어 있어서 걸어 다니기 편했고
기온도 딱 좋아서 진짜 기분 좋았어.
어느 정도 걸어가 봤는데
노란색과 검은색 로프가 엄중하게 쳐져서 통행금지인 곳이 있는 거야.
151: sage 2014/01/05 09:13:19 ID:DCbcOtgG0
코스는 그쪽으로도 갈 수 있는데 이쪽으로 오면 안 된다는 물리적으로 못 간다고 막혀 있었는데
로프가 쳐져 있는 나무는 살짝 올라가면 지나갈 수 있을 법한, 운동 신경이 있으면 가능할 것 같았어.
단풍에도 질리기 시작했기 때문에 나는 그 너머에 일부러 가보기로 했어.
운동신경에는 자신이 있었고 여자애들 앞에서 멋있는 척하고 싶었음.
주변 반대를 무릅쓰고 너무 깊숙하게는 안 들어간다면서 로프를 넘어서 안으로 들어갔어.
152: sage 2014/01/05 09:16:00 ID:DCbcOtgG0
그러자 뜻밖에 바로 벼랑이 나왔고
떨어지면 30~40M 아래 호수에 빠진다는 화요일 서스펜스에 나올 법한 곳이었어.
뭐, 확실히 위험하긴 하지만 아무것도 없네~이렇게 생각하고 주변을 둘러봤는데
벼랑 끝 나무뿌리 쪽에 액자가 벼랑 쪽으로 놓여 있는 걸 발견했어.
벼랑 쪽으로 돌아 들어가서 살펴보니까
평범한 가족사진이었고 웃고 있는 아버지, 어머니, 아이 3명이 찍혀 있었어.
설마 싶어서 주변을 살펴봤지만 꽃다발도 향도 없었어.
하지만 그 액자는 아무렇게나 버려진 것처럼 보이진 않았어.
좀 기분 나빠져서 바로 친구들한테 돌아감.
153: sage 2014/01/05 09:21:01 ID:DCbcOtgG0
다들 일단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길래
[벼랑이 있었고, 사진이 있었고, 꽃이 놓여 있었어.]
장난삼아서 조금 부풀려서 대답했어.
이게 너무 안 좋았어.
여자애들은 저주받는 게 아니냐면서 곧 울 것처럼 무서워했어.
뭐 딱히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니고 뭐 이런 말을 하면서 남은 코스를 걸은 다음 처로 돌아왔어.
그러자 맨 먼저 차에 탄 여자애가 미친 듯이 비명을 질렀어.
154: sage 2014/01/05 09:24:59 ID:DCbcOtgG0
바로 차 안을 확인해보니까 뒷좌석에 액자가 놓여 있는 거야.
등골이 얼어붙었어.
완벽하게 기억하고 있었던 건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벼랑에 있었던 거랑 똑같은 것 같았어.
연쇄적으로 다른 여자애들도 비명을 질러서 아비규환 지옥이었어.
남자들도 망연자실 상태.
어떻게든 차 주인인 친구가
[이거 우리 친척 사진이야. 미안 미안]
이렇게 정정을 하고 용감하게도 액자를 트렁크에 넣었어.
너무 억지스러운 말이었지만 그 상황은 진정이 되어서 어떻게든 무사히 집에 왔어.
155: sage 2014/01/05 09:29:26 ID:DCbcOtgG0
다음날, 걔랑 만났지만 전날 얘기는 거의 안 했어.
액자가 너무 신경 쓰여서 물어봤는데 트렁크는커녕 차 안 아무데도 없었대.
그날 걔가 존나게 찍어대던 폴라로이드 사진을
졸업해도 나눠주지 않았던 걸 보면 나보다 더 무시무시한 걸 본 걸지도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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